대학 입학과 동시에 줄곧 기숙사와 자치생활을 했다. 룸메이트가 있긴 했지만 비교적 억압(?)과 통제없는 자유로운 생활이었다. 이 자유로움은 9년 가까이 이어졌는데 나의 책임감도 즐거운 추억도 이 자유로운 생활속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이 자유로움은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결혼 전 결혼한 선배들이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지만(대부분 '결혼하지마라'라는 충고..) 단순한 뇌구조를 가진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 수 있다는 생각 외에는 결혼과 동시에 변화하게 되는 환경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하게 된다.
결혼 그리고 육아...나를 잃게 만들기도
먼저, 제일 힘든 건 같이 살고 있는 사람과 많은 걸 공유해야 된다는 것이다. 출장을 가든, 술자리를 가지든 여행을 가든...함께 사는 사람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허락 아닌 허락을 구하는 것이다. 물론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무단 행동에 자연스럽게 '화'가 나는 걸 보면 나 또한 상대의 삶 모든 것을 공유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물론 여느 부부보다 우리의 경우 조금은 서로에게 자유로운 편이지만, 결혼이란 게 결국 둘만의 결합이 아니지 않는가? 여타의 다른 상황들때문에 결국 구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 결혼이라는 제도인 것 같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고 나니, 그 전의 결혼생활은 천국이었다. 아이의 위력은 대단했다. 아이는 나에게 출퇴근 시간까지 통제하였고, 출장은커녕 개인적 만남은 꿈도 꾸지 못했을뿐더러 나의 취미는 온데간데 없이 자취를 감추게 만들어 버렸다.
물론, 천사같은 아이가 우리곁에 왔다는 설렘과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건 숨길 수 없는 사실이지만, '나'라는 존재를 잃어가게 만드는 역할은 남편보다 아이의 존재감이 훨씬 강했다. 때로는 지쳐 울기도 했었으니 말이다. 욕들어 먹을 걸 감수하며 말하는 것이지만, 출산휴가 3개월동안 출근 날짜를 얼마나 학수고대하며 기다렸는지 모른다. 이는 일이 너무 좋아서라기보다 아이에게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서다.
힘들다고 느꼈을 시점, 등대 촛불(회원)들이 떠올랐다. 결혼 전부터 등대를 담당했던 나는 그 분들의 마음을 100%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등대 운동을 진행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고 나니 이 운동이 사회적 역할을 떠나 개인적인 삶의 변화와 자극에 얼마나 필요한 운동인지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나만의 공간만들기로 나를 찾기 시작하다
등대는 촛불대학을 통해 많은 강의를 듣게 되는데, 그 내용 중 아줌마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그 속에 항상 나오는 말이 있다. 가정이든 지역사회든 이 구조를 좀더 살 만한 곳으로 바꾸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내가 행복해야 된다'고....
그동안은 이 말이 '당연한 거지'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가슴 깊이 팍팍 박히는 말이 되었다. '줌마 넷' 이숙경 대표가 마산YMCA를 찾은 적 있었다. 그 분 또한 '내가 행복해야 된다'는 말을 강조하면서, '나만의 공간, 나만의 방'을 만들어라는 과제를 던져주고 갔었다.
이 말을 들은 지는 오래 전 일이다. 그런데 최근 이 말이 계속 머릿 속에 떠오르게 되었고, 고민 끝에 '그래 한번 시도해 보자'라고 결심하게 되었다. 집이 좁아 '나만의 방'은 만들긴 힘들겠지만, 조그맣게 나만의 공간은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먼저 나만의 공간을 위해서는 몇가지 장비가 필요했다. 음악 듣기와 책 읽기를 그나마 좋아하는 나는 거실 테이블을 안방으로 옮긴 후, 컴퓨터 책상 위에 있던 오래된 스탠드를 그 위에 놓았다.
안방은 딸과 함께 써야하는 공간이기에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는 성능 좋은 헤드폰과 장 시간 앉아 있어도 불편함이 없어야하기에 등받이가 있는 좌식 의자가 필요했다. 그래서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의자는 사용후기 등을 읽으며 구입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는데, 헤드폰은 영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음악을 즐겨듣는 후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마음 넓은 후배는 귀찮은 부탁이었음에도 기꺼이 도움 요청에 응했고 전문가답게 나의 음악취향과 상황을 고려하여 괜찮은 헤드폰을 추천해주었다.
공간이 좁고 욕심을 버리고 나니 '나만의 공간만들기'는 간단히 준비되었다. 나만의 공간은 이렇게 책상 하나, 좌식 의자 하나, 스탠드 하나, 그리고 mp3와 헤드폰, 때에 따라 바뀌는 책과 일기장이다.
물론, 이 공간은 딸이 잠이 들어야만 나만의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다. 그 전까지는 딸과 공유해야하는 곳이라 나만의 공간으로서의 효력은 잃게 된다. 안타깝지만 그나마 위로가 되는 건 딸이 잠자는 시간이 저녁 9시를 넘지 않는다는 거다. 운이 좋을 땐 저녁 8시가 되기도 한다. 그러면 난 하루에 2시간 내지 3시간 정도 나만의 공간에서 '나'를 온전히 느끼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새벽시간도 있다. 새벽 또한 운동하는 시간을 제외한 1시간 정도는 이 공간에서 충분히 나를 만끽할 수 있다. '나만의 공간'을 거창하게 그려놓고 상황이 안되어 속상했는데 이렇게 생각을 바꾸니 더 없이 행복해졌다.
멋진 엄마, 멋진 배우자의 조건으로 지식, 지혜, 너그러운 마음, 건강한 철학 등이 있겠지만 이러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내 삶이 행복하고 즐거워야 한다. 자기 삶을 풍성하게 가꾸고 싶고, 아름다운 가정을 꾸미고 싶은 사람, 더 나아가 지역사회에 한 획을 긋고 싶은 이 시대 아줌마가 되고 싶다면, 시도해 보자. 나만의 방이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시간 제약이 있는 자그마한 나만의 공간 만들기를...
결혼 전 결혼한 선배들이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지만(대부분 '결혼하지마라'라는 충고..) 단순한 뇌구조를 가진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 수 있다는 생각 외에는 결혼과 동시에 변화하게 되는 환경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하게 된다.
결혼 그리고 육아...나를 잃게 만들기도
먼저, 제일 힘든 건 같이 살고 있는 사람과 많은 걸 공유해야 된다는 것이다. 출장을 가든, 술자리를 가지든 여행을 가든...함께 사는 사람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허락 아닌 허락을 구하는 것이다. 물론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무단 행동에 자연스럽게 '화'가 나는 걸 보면 나 또한 상대의 삶 모든 것을 공유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물론 여느 부부보다 우리의 경우 조금은 서로에게 자유로운 편이지만, 결혼이란 게 결국 둘만의 결합이 아니지 않는가? 여타의 다른 상황들때문에 결국 구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 결혼이라는 제도인 것 같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고 나니, 그 전의 결혼생활은 천국이었다. 아이의 위력은 대단했다. 아이는 나에게 출퇴근 시간까지 통제하였고, 출장은커녕 개인적 만남은 꿈도 꾸지 못했을뿐더러 나의 취미는 온데간데 없이 자취를 감추게 만들어 버렸다.
물론, 천사같은 아이가 우리곁에 왔다는 설렘과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건 숨길 수 없는 사실이지만, '나'라는 존재를 잃어가게 만드는 역할은 남편보다 아이의 존재감이 훨씬 강했다. 때로는 지쳐 울기도 했었으니 말이다. 욕들어 먹을 걸 감수하며 말하는 것이지만, 출산휴가 3개월동안 출근 날짜를 얼마나 학수고대하며 기다렸는지 모른다. 이는 일이 너무 좋아서라기보다 아이에게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서다.
힘들다고 느꼈을 시점, 등대 촛불(회원)들이 떠올랐다. 결혼 전부터 등대를 담당했던 나는 그 분들의 마음을 100%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등대 운동을 진행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고 나니 이 운동이 사회적 역할을 떠나 개인적인 삶의 변화와 자극에 얼마나 필요한 운동인지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나만의 공간만들기로 나를 찾기 시작하다
등대는 촛불대학을 통해 많은 강의를 듣게 되는데, 그 내용 중 아줌마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그 속에 항상 나오는 말이 있다. 가정이든 지역사회든 이 구조를 좀더 살 만한 곳으로 바꾸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내가 행복해야 된다'고....
그동안은 이 말이 '당연한 거지'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가슴 깊이 팍팍 박히는 말이 되었다. '줌마 넷' 이숙경 대표가 마산YMCA를 찾은 적 있었다. 그 분 또한 '내가 행복해야 된다'는 말을 강조하면서, '나만의 공간, 나만의 방'을 만들어라는 과제를 던져주고 갔었다.
이 말을 들은 지는 오래 전 일이다. 그런데 최근 이 말이 계속 머릿 속에 떠오르게 되었고, 고민 끝에 '그래 한번 시도해 보자'라고 결심하게 되었다. 집이 좁아 '나만의 방'은 만들긴 힘들겠지만, 조그맣게 나만의 공간은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먼저 나만의 공간을 위해서는 몇가지 장비가 필요했다. 음악 듣기와 책 읽기를 그나마 좋아하는 나는 거실 테이블을 안방으로 옮긴 후, 컴퓨터 책상 위에 있던 오래된 스탠드를 그 위에 놓았다.
안방은 딸과 함께 써야하는 공간이기에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는 성능 좋은 헤드폰과 장 시간 앉아 있어도 불편함이 없어야하기에 등받이가 있는 좌식 의자가 필요했다. 그래서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의자는 사용후기 등을 읽으며 구입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는데, 헤드폰은 영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음악을 즐겨듣는 후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마음 넓은 후배는 귀찮은 부탁이었음에도 기꺼이 도움 요청에 응했고 전문가답게 나의 음악취향과 상황을 고려하여 괜찮은 헤드폰을 추천해주었다.
공간이 좁고 욕심을 버리고 나니 '나만의 공간만들기'는 간단히 준비되었다. 나만의 공간은 이렇게 책상 하나, 좌식 의자 하나, 스탠드 하나, 그리고 mp3와 헤드폰, 때에 따라 바뀌는 책과 일기장이다.
▲ 나만의 공간 ⓒ 조정림
물론, 이 공간은 딸이 잠이 들어야만 나만의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다. 그 전까지는 딸과 공유해야하는 곳이라 나만의 공간으로서의 효력은 잃게 된다. 안타깝지만 그나마 위로가 되는 건 딸이 잠자는 시간이 저녁 9시를 넘지 않는다는 거다. 운이 좋을 땐 저녁 8시가 되기도 한다. 그러면 난 하루에 2시간 내지 3시간 정도 나만의 공간에서 '나'를 온전히 느끼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새벽시간도 있다. 새벽 또한 운동하는 시간을 제외한 1시간 정도는 이 공간에서 충분히 나를 만끽할 수 있다. '나만의 공간'을 거창하게 그려놓고 상황이 안되어 속상했는데 이렇게 생각을 바꾸니 더 없이 행복해졌다.
▲ 시간 제약이 있는 나만의 공간 ⓒ 조정림
멋진 엄마, 멋진 배우자의 조건으로 지식, 지혜, 너그러운 마음, 건강한 철학 등이 있겠지만 이러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내 삶이 행복하고 즐거워야 한다. 자기 삶을 풍성하게 가꾸고 싶고, 아름다운 가정을 꾸미고 싶은 사람, 더 나아가 지역사회에 한 획을 긋고 싶은 이 시대 아줌마가 되고 싶다면, 시도해 보자. 나만의 방이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시간 제약이 있는 자그마한 나만의 공간 만들기를...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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