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썩한 소금막, '섭지코지'처럼 되면 어쩌지?
[제주올레 6코스 ①] 쇠소깍-소금막-제지기오름 2.34km 걷기
▲ 소금막 주변소금막 주변은 공사로 떠들썩 하다 ⓒ 김강임
'철썩, 철썩'
검은 모래 사장에서 파도소리가 들렸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쇠소깍의 깊고 푸른 물에 비하면 쇠소깍 해수욕장 바다는 누추했다. 그리 넓지 않은 검은 모래사장은 해운대해수욕장이나 제주 표선해수욕장에 비하면 아주 작고 소박한 해수욕장이다.
▲ 쇠소깍 해수욕장검은모래 사장 ⓒ 김강임
▲ 소금막 올레길올레6코스 소금막 ⓒ 김강임
멀어지는 파도소리 촉촉이 적셔주는 선율
1월 30일 10시 40분, 제주올레 6코스의 출발지점인 쇠소깍 주변에는 운동화 끈을 매고 있는 사람들, 편의점에서 아침 커피를 마시고 있는 사람들, 올레 화장실에 줄을 지어 있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어느새 쇠소깍 주변은 제주올레 입성을 꿈꾸는 여행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겨울 바다는 희뿌연 게 매력이라지만, 입춘을 5일 앞둔 모래사장에는 파도 소리만 요란했다. 그러고 보니 음력 섣달 열 엿새였다. 이 때문에 모래사장에 채워진 바닷물이 빠져 나갈 채비를 하고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다보니 파도소리 또한 멀어졌다. 도심의 공해와 차 소리에 찌들어 살다 듣는 파도소리 리듬감은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는 아름다운 선율이었다.
▲ 가로수 벚꽃해안도로 올레에 핀 조화로 만든 벚꽃 ⓒ 김강임
벚꽃 핀 거리... 시나브로 봄의 징조
겨울비가 내릴 것 같은 포근한 날씨, 검은 모래사장을 끼고 걷는 해안도로는 아마 제주도에서 가장 따뜻한 곳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제주의 남쪽 하효동은 감귤도 맛이 있지 않은가? 쇠소깍 소나무 숲이 멀어지자 해안도로 시야가 탁 트였다.
겨울 보도기행의 참맛이라면 걸으면서 생성되는 에너지의 힘이다. 그 힘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행복했다. 아무리 추운 날씨에도 걷다보면 몸속에서 에너지가 생성됨을 느낀다. 그리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해안도로 올레 가로수에는 벌써 벚꽃이 피어 있었다. 그 벚꽃은 생화가 아니라,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조화였다. 비록 그 벚꽃이 조화일망정 겨울 해안가에 피어있는 벚꽃은 시니브로 시나브로 봄이 오고 있다는 징조였다.
"비가 올지 모르니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읍시다!"
서너 걸음 앞선 동행자는 벌써부터 내 간세다리('게으름뱅이'의 제주 사투리)를 걱정하고 있었다.
"알았수다!"
그는 내 대답이 얼마나 무모한 답변이라는 것을 잘 안다.
▲ 소금막 유래소금막 유래 ⓒ 김강임
소금막 주변 조성사업 '섭지코지'처럼 되지 않을까?
쇠소깍 올레에서 756m, 10분 정도 걸었을까. 소금막이다. 바다를 파 제치고 방파제 둑을 쌓는 요란한 공사가 한창이었다. 소금막은 옛날 서귀포시 하효동 포구 주변으로 소금을 구웠던 막사가 설치 됐는데, 이 일대를 소금막이라 불렀다 한다.
▲ 소금막 정자쉼터 ⓒ 김강임
아주 조그맣고 한적한 포구로 생각했던 하효 포구는 생각보다 넓은 포구였다. 특히 소금막 일대는 여느 항구 같았다. 한창 작업 중인 방파제 공사와 포구 조성을 위해 띄워놓은 장비들, 제주의 남쪽 소금막은 시끌벅적했다. 대형트레일러와 방파제 조성작업을 위한 도구들이 바다에 떠 있었으니 앞으로 조성될 소금막의 청사진이 머리 속에 그려졌다.
▲ 소금막 공사 현장소금막 ⓒ 김강임
▲ 공사현장올레길 공사현장 ⓒ 김강임
▲ 해안가 갯바위갯바위 ⓒ 김강임
쇠소깍이 유명세를 타면서 주변 해수욕장이 개장되고 근처 소금막까지 개발공사가 한창인 것을 감안하면 아마 하효동 바닷가도 사람이 북적대고 대형선박과 어선이 드나드는 항구로 변화할 것이다. 관광지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먼지를 날리고 먼지를 날리기 시작하면서 리조트와 편의시설들이 들어섰던 섭지코지가 생각났다.
관광인프라 구축으로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것도 좋겠지만, 소금막의 지명과는 달리 너무 많은 변화가 자칫 인간의 마음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소금막 해안도로를 걷는 올레꾼의 마음은 우려 반, 기쁨 반, 그 희비가 엇갈렸다. 작은 포구에 대한 동경이 사라졌기 때문일까?
섶섬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제지기오름의 소나무 숲과 두 개의 큰 바윗덩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내 마음은 왜 그리도 씁쓸했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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