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시] 옛우물을 생각함

등록|2010.02.02 16:14 수정|2010.02.02 16:14

물 ⓒ 송유미



재개발 아파트 숲 뒷동산에
옛 우물 하나 있었다.

아침 저녁으로 낙타 같이
등에 물통을 맨 사람들이
부지런히 물을 길어 먹던 옛우물,

어느날 포크레인에 멀리 멀리
끌려가서 돌아오지 않는 옛 우물…

고향이 함경북도 청진인
늙은 어머니는 뒷산 우물속
노니는 물고기들이
산 너머 고향집 우물까지
3. 8선 경계선 없이
자유롭게 오고 간다고 굳게 믿으셨지. 

땡볕 여름이면 동네 노친들이
시원한 오동나무 우물가에 모여
자식 걱정 며느리 걱정
세상 걱정 온갖 걱정 거리 가지고 나와
콩나물을 씻기도 하고,
저녁 쌀을 씻어서
돌아가던 옛 우물…

해질녘이면
어머니 우두커니
바라보시는
북녘하늘에 
움푹 파인 
하늘 우물 하나 파놓고,

탱자울타리 옛우물은
키 큰 해바라기 줄지어 선
아름다운 노을빛 언덕과 함께 
멀리 멀리 사라졌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