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쇠나무에서 봄이 방울방울 흘러내려요
광양 백운산 고로쇠 수액 채취 현장에 가다
▲ 광양 백운산 신비의 약수 고로쇠로 먼저 봄을 느껴보자. ⓒ 조찬현
광양 백운산이 봄 기지개를 켜고 있다. 고로쇠나무에서 봄이 방울방울 흘러내린다. 고로쇠마을 사람들은 백운산 계곡의 산자락을 오르내리며 고로쇠수액 채취에 분주하다. 한재 계곡에서 만난 기세관(32)씨는 15년생 고로쇠나무 하단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있었다. 관을 통해 수액이 흘러내리자 비닐주머니를 연결한다.
한반도 남단에 우뚝 솟은 백운산은 봉황, 돼지, 여우의 신령한 기운을 간직하고 있는 명산이다. 백운산(해발1218m)은 백두대간에서 이어 내려온 호남정맥이 천리여정을 마무리하는 곳이다. 950여 종의 식물과 650여 종의 약용식물이 자생하는 자원의 보고인 이곳에는 도선국사가 지세를 높이기 위해 심었다는 7천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봄에는 섬진강 줄기 따라 매화꽃이 흐드러지고, 여름이면 울창한 숲 사이로 흐르는 4대 계곡의 시원한 물이 마음마저 청정하게 씻어주는 곳이다.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도 빼놓을 수 없으며 겨울철에는 눈 덮인 백운산 상고대가 절경을 이룬다.
▲ 고로쇠마을 사람들은 백운산 계곡의 산자락을 오르내리며 고로쇠수액 채취에 분주하다. ⓒ 조찬현
▲ 기세관씨가 15년생 고로쇠나무 하단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있다. ⓒ 조찬현
고로쇠 수액은 2월말 경에 채취를 시작해 3월까지 이어진다. 구멍 한곳의 하루 채취량은 평균 1.5ℓ다. 2개월 남짓 채취량은 18ℓ기준 300여 통이다. 2ha의 면적을 오가며 수액을 채취해 기씨가 벌어들인 소득은 1500만 원이다.
광양의 다른 지역은 지난달 25일부터 채취를 시작했지만 그는 29일 오후에야 처음 산에 오른 것이다. 철이 아직은 이르다고 한다.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우수(19일) 무렵이라야 고로쇠수액이 제대로 나온다며. 고로쇠나무마다 일일이 구멍을 뚫고 비닐을 매단다.
평균 수령이 30~40년에 이르는 광양 백운산의 고로쇠수액은 신비의 약수로 알려져 있다. 고로쇠나무는 해발 8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주로 자생한다. 백운산의 고로쇠나무는 능선보다는 계곡주위에 주로 많이 자생하고 있다.
▲ 도선국사가 이 나무의 이름을 뼈에 이롭다는 의미로 골리수(骨利樹)라고 이름 붙였다. 이후에 고로쇠나무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 조찬현
고로쇠나무의 수액은 밤낮의 온도차가 15˚C일 때 줄기와 가지의 도관부 세포의 수축과 팽창차가 커지게 되는데 이때 나타나는 수간 압에 의해 생성된다. 한그루 나무의 하루 채취량은 0.5~4ℓ정도다. 바람이 불지 않는 맑은 날씨에 수액이 더 많이 나온다.
고로쇠수액에는 1.8~2.0%정도의 당(糖)성분과 나트륨(Na), 마그네슘(Mg), 칼륨(K), 칼슘(Ca), 철분(Fe) 등의 천연무기성분이 들어있어 천연음료로 손색이 없다. 고로쇠의 이러한 성분들은 뼈에 이로우며 혈압질환을 예방하고 빈혈 등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광양의 고로쇠는 통일신라 말 불교중흥을 일으킨 도선국사에 관한 유명한 일화가 전해져온다. 도선국사가 백운산에서 좌선을 오랫동안 하고 일어나려는 순간 무릎이 펴지지 않았다고 한다. 곁에 있던 나뭇가지를 잡고 일어서려다 가지가 찢어지는 바람에 엉덩방아를 찧고 쓰러졌다.
그 때 찢어진 나뭇가지에서 흘러내리는 물방울로 목을 축였는데 신기하게도 무릎이 펴지고 몸이 좋아졌다고 한다. 그 후 도선국사가 이 나무의 이름을 뼈에 이롭다는 의미로 골리수(骨利樹)라고 이름 붙였다. 이후에 고로쇠나무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 광양 고로쇠의 차별화를 위해 최신설비까지 갖췄다. ⓒ 조찬현
고로쇠 수액은 일반 생수와 달리 한꺼번에 많은 양을 마셔도 탈이 없다고 한다. 당도를 느끼고 싶으면 2~3일 보관 후 마시면 된다. 되도록이면 포만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마시는 게 고로쇠의 효험을 볼 수 있다는 속설.
따뜻한 온돌방이나 찜질방에서 오징어, 북어, 산나물 등의 짭짤한 음식을 먹으며 함께 마시면 물리지 않고 많은 양을 마실 수 있다. 그래야 고로쇠수액의 영양분이 체내에 골고루 흡수된다. 고로쇠나무 수액을 타고 봄이 오고 있다. 광양 백운산 신비의 약수 고로쇠로 먼저 봄을 느껴보자.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