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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리운 너와집

이산가족, 외할머니 생각

등록|2010.02.09 17:38 수정|2010.02.09 17:38
외갓집은  붉은 소나무 껍질
벗겨 만든 너와집

숯검정처럼 까만 밤이면
숭숭 구멍 난
지붕 사이로
하얀 달빛들이
기둥 타고 내려와 
방안 가득 헤엄치다
놀다가지요.

재 하나만 넘으면
외할아버지 사시는
북녘 땅인데 …

늙으신 할머니
고향집에도 돌아가지도 못하고
누렁이와 단둘이
사는 외갓집은
낡은 너와집 

모처럼 소풍처럼
놀러온 엄마는
아궁이에 청솔가지
태우며 저녁밥 끓이시고 

외할머니 눈에 연기가 들어갔나 
눈물 글썽거리며
시집 간 딸이 그리워
재 너머 다니러왔다가 
그만 6. 25 전쟁이 터져
화전밭 일구며
살게 되셨다네.

오늘이라도
통일이 되면
한 발자국이라도
지척에 살아야 된다며,

서울 우리집에는
한번 놀러도 오시지 않는
고집불통 같은 
외할머니 

재를 너머 사는 
할아버지에게 
매일 같이
봉홧불처럼

나는 잘 있다고
안부처럼 소식처럼 
밥 짓는 연기를
모락 모락 올리시네
덧붙이는 글 너와집: 소나무 판자를 기와처럼 만들어 얹은 너와집은 강원도 첩첩산중의 대표적 전통가옥이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굴뚝으로 빠지지 못한 연기가 너와 사이로 나와서 불이 난듯한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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