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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정쟁 삼는 고위 공직자들, 생각 좀 하고 말해야

등록|2010.02.05 11:27 수정|2010.02.05 11:27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이면서 국가백년 대계와 국가경쟁력을 위한 순수한 정책 사안이지 정책이지 정치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세종시는 이 지역의 특성에 맞는 특화된 발전과 지역성장,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순수한 정책 사안이다. 정치 현안과 구분해 생각해야 한다. 정부 각 부처가 세종시 뿐 아니라 다른 현안업무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해 국가적 에너지가 낭비되지 않게 해야 할 것(청와대수석비서관회의-2010.01.12)

2월 임시국회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정부가 책임 있고 당당한 모습을 통해서 국민을 납득시켜야 한다. 통상적인 답변으로는 충분치 않을 것이다.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설명할지 철저하게 준비 하라.(청와대수석비서관회의-2010.02.02)

대통령은 이렇게 끊임없이 세종시는 정쟁이나, 정치문제가 아니라 정책이므로 각 부처가 철저히 준비하여 수정안을 관철시키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무총리를 비롯한 공직자들은 야당과 한나라당 안에서 수정안을 반대하는 친박계의 강한 비판을 정책으로 조목조목 반박해야하지만 엉뚱하고, 황당한 말을 하면서 정쟁과 정치문제를 만들고 있다.

주호영 특임장관은 지난 달 14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역사적 선택 중에는 쪽박과 대박이 있다"고 했다. 한 마디로 세종시 수정안을 받아들이지만 않으면 충청도는 '쪽박'이라는 말로 협박 수준이다.

정운찬 국무총리도 지난 달 17일 대전·충남 여성단체 간담회에서 "행정부처가 오면 나라가 거덜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4일 국회대정부 질문 답변에서는 "자기가 속한 정당 계파 보스의 입장을 앞세우기 때문에 세종시가 정쟁이 되지 않았나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해 친박계로부터 반발을 샀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과 재정경제부 제2차관을 지낸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은 급기야 지난 2일 친이계 최대모임인 '함께 내일로'가 주최한 강연에서 "정부가 가면 발전한다는 것은 관주도적 사고"라며 "도시 전문가들 말로는 `원안대로 하면 사회주의 도시'라고 한다"며 색깔론까지 제기했다.

총리와 고위공직자들이 '나라가 거덜난다' '보스 입장을 앞세운다' '사회주의', '대박'과 '쪽박'이라는 말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세종시가 원안대로 추진되면 대한민국이 금방 무너질 수 있다고 급박하고 있다. 이는 세종시는 정치문제가 아니라 강조하는 대통령 말과 정반대이다. 자기들 스스로 세종시를 정쟁으로 만들면서 세종시 원안을 찬성하는 야당과 박근혜 전 대표 세력들이 정쟁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하는 모습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원래 야당은 정부 정책을 정치 정잼화하여 비판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정책을 정치쟁점화하는 것은 문제이지만 정책을 추진할 수 없는 야당으로서는 자신들 정책을 어느 정도 참여시키기 위한 차선의 방법이다. 야당이 정부 정책을 정치쟁점화할 때 정부는 치밀한 준비와 계획, 그리고 반박을 통하여 야당의 논리를 무산시켜야 한다.

하지만 세종시 문제에서 대통령이 정책이므로 각 부처가 잘 준비하여 정치문제로 삼지 말라고 했는데 총리를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이 나서서 정치와 정쟁으로 만들어버렸다. 대통령 지시 사항도 따르지 않은 것이며, 공직자로서 자질도 부족한 것이다.

공직자는 해야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 이를 분별할 줄 몰라 국민 세금으로 녹을 먹는 공직자가 되었다가 생각나는대로, 하고 싶은대로 말할 말, 해서는 안 되는 말으로 함부로 하면 나라는 어떻게 되겠는가. 자기가 하는 말이 나라와 시민을 위해 보탬이 될지, 손해를 끼칠지 모른다면 공직자가 되지 않는 것이 나라뿐만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도 낫다.

함석헌 선생은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삽니다.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역사를 지을 수 있습니다."고 했다. 이는 시민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만약 정운찬 총리가 깊은 생각을 했다면 "행정부처를 옮기면 나라가 거덜난다"는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쪽박'과 '대박'이라고 한 주호영 특임 장관과 '사회주의'라고 한 권태신 국무총리실장도 마찬가지다.

세종시를 정쟁으로 만들어 버린 정운찬 총리와 고위공직자들은 이제부터 생각 좀 하고 말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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