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늦어지는 학생인권조례, 학내 집회 허용이 관건?

이번주에 최종안 김상곤 교육감에게 보고... "두 가지 안 올라갈 것"

등록|2010.02.08 09:11 수정|2010.02.08 09:11

▲ 지난달 19일 오후 경기 수원시 경기도교육청에서 열린 '2010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종합 공청회'에서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으로부터 조례 제정 취지를 듣고 있다. ⓒ 유성호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가 이번 주에 최종 확정돼 김상곤 교육감에게 보고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17일 초안이 발표돼 많은 관심과 논란을 불러온 학생인권조례 최종안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담당하고 있는 경기도학생인권조례제정자문위원회(위원장 곽노현 교수)는 약 6개월 동안 활동을 벌이면서 10회 이상의 내부 전체 회의와 전문가 집단 의견 청취 등을 진행했다. 또 최근에는 총 3차례의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애초 학생인권조례자문위는 2월 초에 최종안을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에게 보고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약 1주일 동안 늦춰줬다. 그만큼 단일 최종안을 마련하는데 내부 진통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자문위는 교장, 교감, 교사, 교수, 인권단체 활동가 등 총 13명으로 출발했다. 이중 김철홍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과장은 지난 12월 31일 사임했다.

늦어지는 학생인권조례 최종안...무엇이 문제인가

학생인권조례자문위는 지난해 12월 초안을 발표할 때 "여론을 수렴해 수정과 보완을 할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김 교육감 역시 "다양한 견해를 청취한 뒤 보완해 나가겠다"며 학생인권조례의 변화를 예고했다.

그렇다면 학생인권조례자문위를 고민스럽게 만든 조항은 무엇이고, 어떤 내용에 변화가 있을까.

복수의 학생인권조례자문위원의 말을 종합하면 학생인권조례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사상·양심·종교의 자유를 규정한 제16조와 의사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제17조인 것으로 보인다.

자문위의 한 관계자는 "초안 발표 뒤 세 번의 공청회를 열고 여론 수렴 작업을 거쳤지만 자문위에서도 7~8시간 동안 끝장 토론이 벌어지는 등 의견을 좁히는 일이 쉽지 않았다"며 "특히 학생들의 학내 집회 보장을 규정한 제17조에 대한 반발이 컸다"고 밝혔다.

학생인권조례 제17조 2항은 "학생은 수업시간 외에는 평화로운 집회를 개최하거나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다만, 학교의 장은 교육목적상 필요한 경우 집회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정한 조건을 부과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자문위의 한 인사는 "교장과 교감 등 학교의 관리자들은 학생들의 학내 집회 허용에 많은 우려를 나타냈다"며 "조례안의 학생들 집회 허용에 조건과 단서를 다느냐, 마느냐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고 전했다.

또 논란이 된 학생인권조례 제16조에서는 '사상'이라는 글자가 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16조 1항은 "학생은 사상·양심의 자유를 가지며, 특히 자신의 사상·양심에 반하는 내용의 반성문, 서약서 등 진술을 강요당해서는 아니 된다"고 적시돼 있다.

보수 성향의 한 자문위원은 "'사상'이라는 말은 이념적 색채가 강하기 때문에 적절한 용어로 교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또 다른 자문위원은 "'사상'은 우리나라 헌법에도 나오는 문구"라며 "낱말 하나에 이념적 공격을 하는 것이야말로 이념 공격이다"라고 반발했다.

자문위는 그동안 다수결 원칙이 아닌 내부 토론을 통한 전원합의 원칙을 견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결 원리는 다수에 의한 소수의 차별과 배제라는 문제점이 있고, 인권 문제를 수적 우위로 선택할 수 없다는 논리에서다.

그러면 자문위는 지난한 내부 토론을 거쳐 최종 단일안을 마련했을까?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학생인권조례 최종 단일안 마련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학생인권조례 단일안 마련 실패, 김 교육감이 결단해야"

▲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4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한국 교육의 미래'를 주제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을 하고 있다. ⓒ 권우성


한 인사는 "우리는 '자문위원'일 뿐이고 최종 결정은 김상곤 교육감이 내릴 수밖에 없다"며 "자문위는 애초 발표된 초안과 더불어 몇몇 조항이 바뀐 수정안을 동시에 교육청에 제출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원안과 수정안을 두고 김상곤 교육감이 결단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김 교육감에게 많은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그동안 김 교육감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성 보호가 교문 밖에서 멈추지 않고 교문 안에서도 흘러야 한다"며 "학생 체벌 금지 등은 결코 양보 할 수 없다"고 밝혀왔다.

이런 김 교육감의 공언으로 미뤄 봤을 때 ▲학생 체벌 금지 ▲두발 및 교복 자율화 ▲야간자율학습 및 보충수업 학생 선택 보장 ▲학교 행정에 학생 참여 보장 등은 초안 그대로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문제는 학생들의 학내 집회 보장이 후퇴하느냐, '사상'이라는 표현 대신 다른 문구가 들어가느냐 여부로 좁혀진다. 인권단체 관계자와 진보진영은 둘 다 양보할 수 없는 소중한 인권 가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김 교육감은 보수층의 반발 등을 고려해 일부 조항을 '조절' 할 가능성도 있다.

어쨌든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최종안은 이번 주에 자문위의 손을 떠나 김 교육감의 손으로 넘어올 예정이다. 최종안은 경기도교육청 내부 토론을 거쳐 경기도교육위원회와 도의회에 차례로 보고될 예정이다. 본격적인 논란은 이제 시작인 셈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