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도 하지 못한 제가, 한국 문단에 이름도 올리지 못한 제가, 소설집을 냈습니다. 물론, 아주 저렴하게 자비로 냈습니다.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인쇄마트'에 가서 1만6천원에 달랑 한 권, 뽑아냈습니다. 저를 위해섭니다. 생각보다 저렴해서 놀랐고, 너무 평범해서 실망했습니다. 제 책은 뭔가 특별할 것 같았거든요.
고백합니다. 신춘문예에 셀수없이 떨어졌습니다. 2003년부터 매년 새해 첫날만 되면 속이 쓰렸습니다. 꼴에 자존심은 있다고 중앙지에만 글을 보내놓고는 '천재 소설가 탄생'을 바랐습니다. 그럴 줄 알았어, 하면서, [어느날 갑자기 그 인물이 제게 말을 걸었고, 전 그걸 아주 짧은 순간에 받아적었어요, 처음 쓴 소설이 당선될 줄은 몰랐어요.]라고 당선소감을 아주 역겹게 쓸 작정이었습니다.
근데, 이게 마음같이 안되더군요. 처음엔 돋움체며 바탕체같은 평범한 글씨체에 여백이며, 줄간격이며 신경쓰지 않고, 한 장에 원고지 10장 이상씩 들어가도록 빽빽하게 보냈습니다. 그래도 자신 있었습니다. 나 같은 숨은 인재를 발견해줄거라고 철떡같이, 믿었으니까요.
한 번, 두 번 떨어지고 나서는 원고 테두리에 다이아몬드'◈'장식을 하고, 읽기 편하게 줄간격 200%에, 무료로 보급되는 한결체나 나눔체 같은 글씨체를 이용해 세련되게 원고를 작성했습니다. 겉표지에 하트 ♥도 빵빵하게 넣었습니다.
그런데도 연락이 없더군요. 혹시 배달사고가 난건 아닐까, 비에 젖어서 잉크가 번진 건 아닐까, 제 작품이 어떤 음모의 손에 넘어간 건 아닐까 하는... 의심만 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새해 첫날 발표되는 당선작들을 이젠 읽지도 않습니다. 봐도봐도 나랑 별로 다를 게 없어보이는데, 난 왜 안 되는걸까? 도대체 왜냐고 심사위원들에게 항의글을 보내고 싶을 정도로, 패배감에 젖어버리니까요. 그런데! 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민망하지만, 제 손으로 소설집을 내기까지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뻔번하게 수준미달인 글들을 모아서 내다니, 아니 무슨 초등학교 교지야? 무슨 학보사야? 라고... 동혁이형이 나무라는 듯한 음성이 들립니다. 정작 인쇄된 작품들을 하나씩 톺아보니, 속이 부대낄만큼 부끄러웠습니다. 동시에 그동안 식어있었던 소설에 대한 열정도 되살아났습니다. 그만큼 제 작품이 형편없다는 거겠죠. 제 부족한 작품들이 인쇄돼 사람들 손에서 읽히지 않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인쇄된 책을 펴놓고 제 스스로 쥐구멍을 찾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민망한 출판을 감행한 데에는 스스로의 약속 때문이었습니다. 서른넘기 전에 등단하는 게 제 소원인데, 벌써 스물아홉줄에 섰기 때문이죠. 어쩔 수없이 제 돈으로 소설집을 내야겠다고 출판사들을 뒤졌는데, 그럴듯한 경력도 없고 학력은 달리고, 문창과는커녕 아는 소설가 한 명 없는 제게 그 문턱은 너무 높았습니다. 미등단 작가의 작품을 실어주지 않을 거라는 사실만 확인했습니다.
출판사 누리집을 검색하다보니, 소설집이나 시집을 낼 때에는 등단자여야 한다는 기준이 있었습니다. 다른 서적들은 온갖 잡다한 글이나 사진으로, 정말 돈내고 책 사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문턱이 낮은데(물론 저의 오만한 생각입니다만) 문학만은 그 선을 넘기가 너무 어렵다는 상실감에 빠졌습니다. 저는 소재라고 해봐야 특이할 것도 없고, 자극적이지도 않습니다.
제가 봐도 질 떨어지는 소설이라, 심사위원들 눈에 들지 않을게 뻔한데, 이 노릇을 어떡합니까. 돈만 있으면 출판해주지 않냐고요? 물론 그럴 겁니다. 그렇다고 이 졸작들을 돈들여 책으로 찍어낸다는 건, 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놈의 알량한 자존심은, 정말 빵꾸똥꾸!!!
사실 지방에서 국문과 다녔는데, 소설창작수업 딱 한 강의밖에 없었습니다. 문예창작과가 보편화되기 이전이기도 했지만, 문제는 가르칠만한 교수가 마땅히 없었다는게 더 큰 문제였습니다. 평론을 하는 교수가 소설창작 수업을 맡다보니, 분명 창작 수업인데 매번 이상문학상 수상작만 분석했습니다. 기말고사대신 단편소설을 써서 내라고 했는데 저 빼고 아무도 써오지 않아, 기간이 더 연장될 정도로 학생들조차 소설쓰기에 무관심했습니다. 그게 현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해마다 신춘문예 응시자가 는다고 합니다. 저같은 루저들이 는다니... 요즘 여기저기 영화며 게임이며 인터넷이며 각종 콘텐츠에서 스토리텔링의 위상이 높아진 탓이기도 합니다. 여기저기 마구마구 이야기를 만들어내느라 정신이 없는 것 같습니다. 덩달아 신춘문예 경쟁률만 오르고 있습니다.
경쟁이 심하다보니 요즘 등단 작품들을 보면, 중견작가에 가까운 작품성과 독특한 문체, 기발한 소재까지 고루고루 갖춘, 아니 이 사람은 왜 이제야 등단한거야? 싶은 숨은 인재들이 많다는 걸 뼈져리게 느낍니다. 저처럼 순수한 기량의 작품들은 보기 드뭅니다. 이래서, 제가 미치는 겁니다. 도저히 서른되기 전에 등단하기 어려워질 것 같아서요!!
도대체, 이 놈의 등단제도는 없애면 안되나요? 소설의 질이 떨어질거라구요? 얼마 전 세계문학전집을 사서 작가 이력을 훑었는데, 우리나라 소설에만 언제 등단했는지 적혀있더군요. 저희의 기준으로 본다면, 노벨상을 받은 수많은 작가들은 등단하지 못한 작가인 건가요? 오히려 너무 엄격한 기준으로 소설을 자르는 건 아닐까요? 처음부터 새싹을 자르는 게, 발도 들여놓지 못하게 하는 게 좋은 걸까요? 심사위원들 눈에 맞는 작품 써내느라 고시를 치르듯 신문 성향분석하고 있는 꼴을 보고 있어야 하는건가요?
그리고! 왜 첫 장에 글쓴이의 프로필과 이력 따위를 적으라고 하는 겁니까? 누구누구 소설가 밑에서, 어디어디 대학원에서, 어느어느 유명한 대학에서... 그런 분들 합격된 거 보면, 정말 나 스스로 루저인가 싶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게다가! 왜 수상작 1편만 뽑습니까? 그것도 꼴랑 한 두명의 심사위원이!
제 소설집 제목을 『스물아홉』이라고 달았습니다. 지금의 저를 단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스물아홉은 서른되기에는 뭔가 하나 부족한 상태입니다. 숫자로도, 사회적으로도, 연애에 있어서도 불안정합니다. 경계에 있습니다. 저 스스로도 매달 월경하는 것 만큼이나 심경이 오락가락하는데, 여자나이 스물아홉되니 이것저것 정말 별 것아닌 것들이 저를 못살게 굴더군요(얼굴은 완소 동안인데 말이죠).
서른되기 전에 결혼하지 않으면 못한다(조건좋은 남자 만나야한다는 게 전제잖아!!), 서른살 여자 신입사원은 뽑지도 않는다(저, 경력 좀 되거든요!!), 서른 되기 전에 차는 있어야지(전 일부러 면허를 안따는거거거거거든요!!), 심지어 서른되기 전에 아이를 가져야 좋다(왜 저출산문제가 내 탓이냐고!!) 등등등등.
왜 이렇게 단서가 많이 붙는지, 자격증 시험이라도 봐야하는 건지 열불이 납니다. 제발, 제게 신경 꺼달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전 오히려 서른전에 등단하지 못해서 성장통을 겪고 있는데 말입니다. 차라리 자비출판을 했으니 어느정도 성공한 것 아니냐고 위로해주고, 서른전에 배낭여행은 갔다와야지라든가, 서른전에 연애는 많이 해봐야돼라는가 하는 건설적인(?) 덕담을 해주면 안될까요?? 잠깐 흥분해서 딴길로 셌습니다.
제 소설집에는 단편소설 14편, 미니소설 4편이 들어있습니다. 참 쓸데없이 많기도 합니다. 직장에서의 권력폭력, 비정규직문제와 같은 사회성 짙은 소설도 있고, 낙태와 결혼과 같은 이십대 후반 여성들이 고민하는 소설도 있습니다. 전부 저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소설입니다. 성장소설, 치유소설, 자전적 팩션(팩트와 픽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머진 요즘 소설들처럼 스토리위주의, 정말 재밌게 써보려고 없는 일 꾸며 낸 소설들입니다.
겉표지는 일부러 빈 공간으로 남겨뒀습니다. 디자인을 맡길 비용도 없고, 마음에 안 들면 속상하니까 제가 직접 쓸 생각이었습니다. 제목을 정하고 제가 직접 '스물아홉'이라고 쓴 뒤, 유치하지만 색연필로 덧칠까지 했습니다. 출판사 이름을 뭘로 할까 하다가 '미래출판'이라고 적었습니다. 미래에, 출판하겠다는 뜻이 담겼습니다.
어찌나 뻔뻔한지, 제가 쓰고도 부끄럽습니다. 저는 아직 초짜라서, 아직 왜 소설을 써야하는지, 소설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나 둘씩 찾아가려합니다. 그냥, 덤덤하게 신춘문예에 올해도 떨어졌구나, 다음엔 다르게 써보자 그러면서 말입니다.
얼마 전 <한겨레21>이 신춘문예에 낙방한 사람들을 인터뷰 했더군요. 이 분들은 엄청, 저보다 내공이 대단했습니다. 어떤 분은 회사도 때려치우고, 결혼도 안 했다고 합니다. 그 글을 읽고 남자친구가 헤어져줄까? 물으며 웃습니다. 이거 원, 목숨 걸고 문학해야한다는 건 알겠지만, "지금 다니는 회사 그만두고 소설쓰겠어요!!"라고 선언할 집안처지도 안되고 그럴 자신도 없고, "문학은 원래 가난한 거야, 배고픈 거지."라면서 식음전패해 가면서 글을 쓸만큼 '문학정신'도 미달이니 어쩌겠습니까.
그러니 각오만, 각오만, 각오만 몇 번씩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달려왔는데, 계속 가다보면 뭐하나 걸리지 않겠습니까? 그놈의 몹쓸 희망만 안고 살고 있습니다. 매번 떨어진다고, 제 자신감과 소설창작본능이 무뎌지지 않길 바랄뿐입니다.
▲ 자비출판 소설집가까운 인쇄마트에 가서 1만6천원에 한권 뽑았습니다. 하지만 그 가치는 말로 할수 없을만큼 큽니다. ⓒ 김작가
근데, 이게 마음같이 안되더군요. 처음엔 돋움체며 바탕체같은 평범한 글씨체에 여백이며, 줄간격이며 신경쓰지 않고, 한 장에 원고지 10장 이상씩 들어가도록 빽빽하게 보냈습니다. 그래도 자신 있었습니다. 나 같은 숨은 인재를 발견해줄거라고 철떡같이, 믿었으니까요.
한 번, 두 번 떨어지고 나서는 원고 테두리에 다이아몬드'◈'장식을 하고, 읽기 편하게 줄간격 200%에, 무료로 보급되는 한결체나 나눔체 같은 글씨체를 이용해 세련되게 원고를 작성했습니다. 겉표지에 하트 ♥도 빵빵하게 넣었습니다.
그런데도 연락이 없더군요. 혹시 배달사고가 난건 아닐까, 비에 젖어서 잉크가 번진 건 아닐까, 제 작품이 어떤 음모의 손에 넘어간 건 아닐까 하는... 의심만 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새해 첫날 발표되는 당선작들을 이젠 읽지도 않습니다. 봐도봐도 나랑 별로 다를 게 없어보이는데, 난 왜 안 되는걸까? 도대체 왜냐고 심사위원들에게 항의글을 보내고 싶을 정도로, 패배감에 젖어버리니까요. 그런데! 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민망하지만, 제 손으로 소설집을 내기까지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뻔번하게 수준미달인 글들을 모아서 내다니, 아니 무슨 초등학교 교지야? 무슨 학보사야? 라고... 동혁이형이 나무라는 듯한 음성이 들립니다. 정작 인쇄된 작품들을 하나씩 톺아보니, 속이 부대낄만큼 부끄러웠습니다. 동시에 그동안 식어있었던 소설에 대한 열정도 되살아났습니다. 그만큼 제 작품이 형편없다는 거겠죠. 제 부족한 작품들이 인쇄돼 사람들 손에서 읽히지 않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인쇄된 책을 펴놓고 제 스스로 쥐구멍을 찾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민망한 출판을 감행한 데에는 스스로의 약속 때문이었습니다. 서른넘기 전에 등단하는 게 제 소원인데, 벌써 스물아홉줄에 섰기 때문이죠. 어쩔 수없이 제 돈으로 소설집을 내야겠다고 출판사들을 뒤졌는데, 그럴듯한 경력도 없고 학력은 달리고, 문창과는커녕 아는 소설가 한 명 없는 제게 그 문턱은 너무 높았습니다. 미등단 작가의 작품을 실어주지 않을 거라는 사실만 확인했습니다.
▲ 영원한 초판세상에서 한권밖에 없는 『스물아홉 』 초판인쇄본입니다. ⓒ 김작가
제가 봐도 질 떨어지는 소설이라, 심사위원들 눈에 들지 않을게 뻔한데, 이 노릇을 어떡합니까. 돈만 있으면 출판해주지 않냐고요? 물론 그럴 겁니다. 그렇다고 이 졸작들을 돈들여 책으로 찍어낸다는 건, 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놈의 알량한 자존심은, 정말 빵꾸똥꾸!!!
사실 지방에서 국문과 다녔는데, 소설창작수업 딱 한 강의밖에 없었습니다. 문예창작과가 보편화되기 이전이기도 했지만, 문제는 가르칠만한 교수가 마땅히 없었다는게 더 큰 문제였습니다. 평론을 하는 교수가 소설창작 수업을 맡다보니, 분명 창작 수업인데 매번 이상문학상 수상작만 분석했습니다. 기말고사대신 단편소설을 써서 내라고 했는데 저 빼고 아무도 써오지 않아, 기간이 더 연장될 정도로 학생들조차 소설쓰기에 무관심했습니다. 그게 현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해마다 신춘문예 응시자가 는다고 합니다. 저같은 루저들이 는다니... 요즘 여기저기 영화며 게임이며 인터넷이며 각종 콘텐츠에서 스토리텔링의 위상이 높아진 탓이기도 합니다. 여기저기 마구마구 이야기를 만들어내느라 정신이 없는 것 같습니다. 덩달아 신춘문예 경쟁률만 오르고 있습니다.
경쟁이 심하다보니 요즘 등단 작품들을 보면, 중견작가에 가까운 작품성과 독특한 문체, 기발한 소재까지 고루고루 갖춘, 아니 이 사람은 왜 이제야 등단한거야? 싶은 숨은 인재들이 많다는 걸 뼈져리게 느낍니다. 저처럼 순수한 기량의 작품들은 보기 드뭅니다. 이래서, 제가 미치는 겁니다. 도저히 서른되기 전에 등단하기 어려워질 것 같아서요!!
도대체, 이 놈의 등단제도는 없애면 안되나요? 소설의 질이 떨어질거라구요? 얼마 전 세계문학전집을 사서 작가 이력을 훑었는데, 우리나라 소설에만 언제 등단했는지 적혀있더군요. 저희의 기준으로 본다면, 노벨상을 받은 수많은 작가들은 등단하지 못한 작가인 건가요? 오히려 너무 엄격한 기준으로 소설을 자르는 건 아닐까요? 처음부터 새싹을 자르는 게, 발도 들여놓지 못하게 하는 게 좋은 걸까요? 심사위원들 눈에 맞는 작품 써내느라 고시를 치르듯 신문 성향분석하고 있는 꼴을 보고 있어야 하는건가요?
그리고! 왜 첫 장에 글쓴이의 프로필과 이력 따위를 적으라고 하는 겁니까? 누구누구 소설가 밑에서, 어디어디 대학원에서, 어느어느 유명한 대학에서... 그런 분들 합격된 거 보면, 정말 나 스스로 루저인가 싶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게다가! 왜 수상작 1편만 뽑습니까? 그것도 꼴랑 한 두명의 심사위원이!
제 소설집 제목을 『스물아홉』이라고 달았습니다. 지금의 저를 단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스물아홉은 서른되기에는 뭔가 하나 부족한 상태입니다. 숫자로도, 사회적으로도, 연애에 있어서도 불안정합니다. 경계에 있습니다. 저 스스로도 매달 월경하는 것 만큼이나 심경이 오락가락하는데, 여자나이 스물아홉되니 이것저것 정말 별 것아닌 것들이 저를 못살게 굴더군요(얼굴은 완소 동안인데 말이죠).
서른되기 전에 결혼하지 않으면 못한다(조건좋은 남자 만나야한다는 게 전제잖아!!), 서른살 여자 신입사원은 뽑지도 않는다(저, 경력 좀 되거든요!!), 서른 되기 전에 차는 있어야지(전 일부러 면허를 안따는거거거거거든요!!), 심지어 서른되기 전에 아이를 가져야 좋다(왜 저출산문제가 내 탓이냐고!!) 등등등등.
왜 이렇게 단서가 많이 붙는지, 자격증 시험이라도 봐야하는 건지 열불이 납니다. 제발, 제게 신경 꺼달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전 오히려 서른전에 등단하지 못해서 성장통을 겪고 있는데 말입니다. 차라리 자비출판을 했으니 어느정도 성공한 것 아니냐고 위로해주고, 서른전에 배낭여행은 갔다와야지라든가, 서른전에 연애는 많이 해봐야돼라는가 하는 건설적인(?) 덕담을 해주면 안될까요?? 잠깐 흥분해서 딴길로 셌습니다.
▲ 소설집 목차입니다단편소설 14편, 미니소설 4편이나 되는 목차를 보니, 감격했습니다. ⓒ 김작가
겉표지는 일부러 빈 공간으로 남겨뒀습니다. 디자인을 맡길 비용도 없고, 마음에 안 들면 속상하니까 제가 직접 쓸 생각이었습니다. 제목을 정하고 제가 직접 '스물아홉'이라고 쓴 뒤, 유치하지만 색연필로 덧칠까지 했습니다. 출판사 이름을 뭘로 할까 하다가 '미래출판'이라고 적었습니다. 미래에, 출판하겠다는 뜻이 담겼습니다.
어찌나 뻔뻔한지, 제가 쓰고도 부끄럽습니다. 저는 아직 초짜라서, 아직 왜 소설을 써야하는지, 소설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나 둘씩 찾아가려합니다. 그냥, 덤덤하게 신춘문예에 올해도 떨어졌구나, 다음엔 다르게 써보자 그러면서 말입니다.
얼마 전 <한겨레21>이 신춘문예에 낙방한 사람들을 인터뷰 했더군요. 이 분들은 엄청, 저보다 내공이 대단했습니다. 어떤 분은 회사도 때려치우고, 결혼도 안 했다고 합니다. 그 글을 읽고 남자친구가 헤어져줄까? 물으며 웃습니다. 이거 원, 목숨 걸고 문학해야한다는 건 알겠지만, "지금 다니는 회사 그만두고 소설쓰겠어요!!"라고 선언할 집안처지도 안되고 그럴 자신도 없고, "문학은 원래 가난한 거야, 배고픈 거지."라면서 식음전패해 가면서 글을 쓸만큼 '문학정신'도 미달이니 어쩌겠습니까.
그러니 각오만, 각오만, 각오만 몇 번씩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달려왔는데, 계속 가다보면 뭐하나 걸리지 않겠습니까? 그놈의 몹쓸 희망만 안고 살고 있습니다. 매번 떨어진다고, 제 자신감과 소설창작본능이 무뎌지지 않길 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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