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엔 칙힌교, 연애당, 영혼파가 있다
각양각색의 소모임 확산... 전파력과 유연성이 강점
▲ 연애당 창당모임. 오른쪽이 당주 김태윤씨(@Crazy_iPhone) ⓒ 김태윤
'공개구혼이 실패로 끝나고 결국엔 '연애당'을 창당합니다. 저 연애해야겠습니다.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연애하고 싶은 사람들이여. @YeonAeDang 당원이되십시요. 연애당 팔로우파티하자구욧'
대학생 김태윤(29·트위터 아이디 @Crazy_iPhone)씨는 지난 2월 2일 트위터를 통해 공개적으로 '애인수배'를 했다. 그 내용이 리트윗(퍼뜨리기)되면서 200건 정도의 답신이 왔지만 '힘내라'는 말만 있을 뿐 정작 번호를 주거나 소개를 시켜준 사람은 없었다. 그때 김씨는 결심했다. "이왕 트위터에서 버려진 몸 연애당 만들어서 연애나 해야 겠다"고. 지난 5일, 그는 창당작업에 들어갔고 다음 날 바로 대학로에서 창당모임을 열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당원'·'신도' 모집 가능
▲ 칙힌교 트위터 ⓒ 칙힌교 트위터 캡쳐
칙힌교(치킨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도사학당(트위터 신규 이용자 교육), 피자당(피자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검당(검정색 아이폰 이용자 모임), 하양당(하얀색 아이폰 이용자 모임), 꽐롸당(맛이 갈 때까지 술을 푸는 모임), 강츄파(강동 츄리닝 모임), 팔구당(89년생들의 모임), 영혼파(영화를 혼자보는 사람들의 모임)….
트위터를 통해 생긴 소모임의 이름들이다. 트위터는 한 사람이 여러 개의 계정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앞서 예를 든 김태윤씨처럼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당주 혹은 교주나 되어 당원들과 신도들을 모집할 수 있고, 모임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폴로잉(친구등록)을 통해 가입이 가능하다.
이 중 매우 독특한 '행동강령'을 갖고 있는 곳도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유일한 칙힌을 모시는 종교'라는 칙힌교(치킨교)가 그곳. 지난해 12월 30일에 문을 연 이곳은 현재 180여 명의 신도를 보유하고 있다.
'칙힌님은 여러분을 온 몸으로 사랑하십니다'를 모토로 내걸고 있는 칙힌교의 신도가 되려면 트위터에 '#치킨교_ X호' 또는 '#칙힌교_ X호'와 같은 소개글을 남겨 칙힌교도임을 나타내야 한다. 이들은 주로 치킨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종종 자신이 먹은 치킨 사진을 올려, 보는 이의 식욕을 자극하기도 한다. 칙힌교에는 '칙힌교 신도들의 말을 잘 모아서 칙힌복음을 완성해가며, 적극적인 홍보를 책임지는' 공식 전도사도 있다. 칙힌교는 오는 2월 19일 처음으로 오프에서 만나 함께 '칙힌님을 영접'할 계획이다.
트위터 소모임의 가장 큰 장점은 '전파력'
김씨가 말하는 트위터 소모임의 가장 큰 장점은 '전파력'에 있다. 연애당이 창당 3일 만에 70명이 넘는 당원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폴로잉과 리트윗의 힘이었다. 나를 폴로잉하는 사람들에게 소모임을 추천하면, 그 사람들이 자신을 폴로잉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모임을 알리는 작업은 마치 '피라미드 사업'과도 같은 전파력을 갖는다. 김씨의 경우 트위터를 시작한 지 2개월 만에 489명의 폴로잉과 455명의 폴로어를 갖고 있는데, 이들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가입하고 활동하는 데 있어서 제약이 적다는 것도 트위터 소모임이 갖는 장점이다. 기존의 카페나 클럽이 가입 양식을 작성하고 '등업'을 기다리고 그 후에도 열심히 활동해야만 회원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트위터 소모임은 클릭 몇 번이면 가입이 된다. 글쓰고 싶을 때 쓰면 되고 모임도 참석하고 싶을 때 참석할 수 있어 활동이 자유롭다. 때문에 트위터에는 한 번에 여러 소모임에 가입해 있는 사람들이 많다. 연애당 당주인 김씨의 경우에도 새벽당과 누님당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유동성이 크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동시에 단점이 되기도 한다. 김씨는 "강제성을 갖지 않으면 모임이 느슨해질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모임을 이끌어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연애당의 경우에는 연애를 하겠다는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있기에 더욱 그렇단다.
"창당모임에서 소기의 성과를 얻었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연애당은 연애하는 즉시 탈당이기 때문에 앞으로 한 달간 연애가 금지되어 있다"며 "일단은 당내 솔로들을 늘려서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트윗 결혼 1호가 되겠다'는 김씨의 꿈(?)이 이뤄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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