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권력의 개, 돼지가 될 순 없다"
[현장] MBC 노동조합 비상총회... 11일부터 18일까지 파업 찬반 투표 진행
▲ MBC노동조합 비상총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8일 있었던 이사회와 엄기영 사장 관련 동영상을 보고 있다 ⓒ 박혜경
"MBC를 지켜내지 못하면 우리는 개, 돼지가 될 것이다."
9일 오후 5시 여의도 MBC 본사 1층 로비에서 MBC 조합원 비상총회가 열렸다. MBC 로비에 있는 큰 기둥 두 개에는 '사수 공영방송' '분쇄 방송장악'이라고 적힌 노란 현수막이 나란히 걸렸다. 비상총회에는 노조집행부가 준비한 방석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참석했고 그 수는 300명이 훌쩍 넘었다.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가 8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황희만 울산 MBC 사장, 윤혁 부국장, 안광한 편성국장을 MBC 이사 선임을 강행하고 엄기영 MBC 사장이 사퇴의사를 밝힌 후 열린 비상총회인 만큼 참석한 조합원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비상총회에 참석한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이 싸움을 걸어왔고 우리는 전선에 서 있다"는 말로 현재 상황을 표현했다. 최 위원장은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피해서도 안 되고 피할 필요도 없다"며 "우리가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은 "1만3000명 조합원 동지가 여러분과 함께 힘차게 싸우겠다"는 말로 연대사를 마쳤다.
조합원 자유발언에 발언자로 나선 TV 편성국 오동운 조합원은 "기왕 나서야 할 길이라면 두려움 없이 함께하는 사람들과 가자"는 말로 조합원들의 기를 북돋웠다. 예능국 임정아 조합원은 "입사 후 13, 14년 간 여러 번 파업을 겪었지만 이번처럼 착잡한 적이 없었다"며 "어려운 일이 있을수록 함께 힘을 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MBC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의 수중 카메라 감독이었던 김만태 조합원은 "잘못 돼 가고 있는 것이 있다면 바로 잡는 것이 이 땅의 방송인으로서 할 일"이라는 말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
자유발언 이후 마이크를 넘겨받은 이 위원장은 "싸움이 시작됐다"며 "싸움의 끝에서 우리가 이길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우리가 대가를 치르는 만큼 언론이 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박상재 전 위원장에게 노조를 넘겨 받으며 MBC를 다치지 않게 지켜서, 다음 위원장에게 넘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제일 뒷줄에 앉아있던 한 조합원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MBC 노조의 총파업 찬반투표는 11일 부재자 투표를 시작으로 다음주 18일까지 본 투표가 진행될 계획이다. 가결될 경우 서울지부를 비롯 19개 지역 MBC 지부가 모두 총파업에 들어가게 된다
▲ 비상총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총회를 마치기 전 파업가를 부르고 있다. ⓒ 박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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