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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쇠 수액은 어디서 마시는 게 좋을까?

현지에서, 따뜻한 온돌방에서, 짭짤한 주전부리와 함께

등록|2010.02.10 10:34 수정|2010.02.10 10:34

▲ 올해 고로쇠 수액 채취가 시작됐다. 지난달 하순 담양군 용면 주민들이 추월산 가마골에서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고 있다. ⓒ 이돈삼


겨울을 보내며 몸이 많이 쇠해졌다. 입춘이 지났으니 봄도 이제 머지 않았다. 왕성한 활동을 위해 건강 체크를 먼저 해야 할 때다. 봄의 문턱에서 건강을 챙길 때 빠질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고로쇠 수액다.

고로쇠 수액을 마시러 떠나는 '고로쇠여행'이 시작되는 것도 이맘 때다. 유명 산 주변이나 뜨거운 찜질방 등에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두런두런 둘러앉아 고로쇠 수액을 마시는 것이다.

고로쇠 수액의 효능도 전문기관의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하지만 보존기간이 짧다는 것이 한계. 하여 고로쇠 수액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고로쇠 수액을 이용해 만든 간장과 된장이 만들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로쇠 청국장과 고추장 등도 나오고 있다.

▲ 고로쇠 수액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고로쇠 수액을 이용해 담근 장류도 웰빙식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 이돈삼


고로쇠 수액은 수액 그대로 마시는 게 으뜸이다. 그것도 현지에서 마시는 게 최고다. 따뜻한 온돌방에서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마시는 고로쇠 수액은 건강 그 자체다. 고로쇠 수액 한 사발 마시는 것만으로도 한해 건강 걱정을 덜 수 있을 것 같다.

수액은 오징어, 멸치, 명태, 땅콩 같은 짭짤한 음식을 곁들여 마시면 더 좋다. 체내에 있는 노폐물이 소변과 함께 빠져 나가고 수액의 영양분이 체내에 골고루 흡수되기 때문이다. 수액으로 명태국이나 미역국을 끓여 먹어도 좋다.

▲ 고로쇠 수액은 나무의 1m 정도 높이에 구멍을 뚫어서 채취한다. 지난달 하순 담양 가마골에서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는 모습이다. ⓒ 이돈삼


고로쇠나무는 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줄기와 가지가 수축한다. 뿌리는 땅 속에 있는 수분을 빨아들여 줄기로 보낸다. 날이 밝아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면 햇볕을 받은 줄기의 체온이 올라간다. 이때 수액이 팽창해 밖으로 빠져나가려 하는 것이다.

고로쇠나무의 이런 특성을 활용해 채취하는 게 고로쇠 수액다. 하여, 일교차가 큰 때 고로쇠 수액이 가장 많이 나온다. 이 수액은 남도에서 나는 것을 최고로 쳐준다. 아무래도 오염원이 적고 산이 깊은 덕이다. 지리산과 백운산 일대의 토질이나 기후, 일조량도 고로쇠나무가 자라기에 적합하다.

남도의 고로쇠 수액 채취는 지난 1월 18일 담양 가마골에서 시작됐다. 수액은 고로쇠나무의 몸통에 드릴로 조그마한 구멍을 뚫은 뒤 호스를 꽂아 받는다.

전라남도는 이에 앞서 수액 채취 농가를 대상으로 채취 요령과 방법, 주의사항 등에 대한 사전교육을 마쳤다. 불법 수액 채취로 인해 고로쇠나무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전남도는 채취한 수액에 대한 위생관리와 품질관리에도 만전을 기하도록 농가에 대한 행정지도도 강화하고 있다.

▲ 담양군 용면에 사는 한 주민이 고로쇠 수액 채취를 위해 나무에 구멍을 뚫고 있다. 수액 채취 허가를 받은 주민들은 모두 채취 요령과 방법, 주의사항 등에 대해 사전교육을 받았다. ⓒ 이돈삼


올해 전남도내에서 고로쇠 수액 채취 허가가 난 곳은 4252㏊에 13만6000그루. 구례 지리산과 장성 백암산, 순천 조계산, 광양 백운산, 담양 추월산, 화순 모후산, 곡성 봉두산 일대 등이다.

백운산 고로쇠 수액은 유일하게 '지리적 표시' 등록을 받았다. 백운산 4대 계곡으로 불리는 성불계곡과 동곡·어치·금천계곡 등은 차가 크고 일조량이 좋아 수액 생산량이 많다. 지리산 고로쇠 수액은 일교차가 큰 지리산에서 해풍을 받지 않고 채취, 예부터 최고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 고로쇠 수액 주산지로 명성을 얻고 있는 백암산은 장성군에서 지정한 지역명품 인증서를 붙여 품질을 보증한다. 조계산 고로쇠는 150여 년 전부터 선암사 노승들이 즐겨 마시던 건강수로 알려져 있다.

전남도내 고로쇠 수액 채취 예상량은 137만1000ℓ. 전국 채취량의 5분의 1 수준이다. 이에 따른 소득은 33억 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관광객들의 숙박과 음식판매 등에 따른 부가소득도 13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고로쇠 수액을 많이 채취하는 지역에선 이와 관련한 다양한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광양에선 제30회 수액제를 연다. 행사는 3월 5일 광양시 옥룡면 동곡리 수액제단에서 펼쳐진다. 장성에선 3월 6∼7일 제4회 백암 고로쇠 축제를 마련한다. 구례에선 3월 19일부터 사흘 동안 열리는 산수유축제 기간에 고로쇠 수액 시음회를 준비할 예정이다.

▲ 고로쇠 수액은 현지의 온돌방에서 마시는 것이 역시 최고다. 북어, 오징어 같은 짭짤한 주전부리와 함께... ⓒ 이돈삼


고로쇠 수액의 효능에 대한 이야기는 통일신라시대 도선국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선국사가 백운산에서 좌선을 오랫동안 하고 일어나려는 순간 무릎이 펴지지 않았다. 그래서 옆에 있던 나뭇가지를 잡고 일어나려 했으나 가지가 찢어지는 바람에 엉덩방아를 찧고 쓰러져 버렸다.

그때 찢어진 나뭇가지에서 물방울이 방울방울 떨어지는 것을 보고 목을 축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물을 마신 후 무릎이 펴지고 몸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이 수액 덕을 톡톡히 본 도선국사는 이 나무의 이름을 뼈에 이롭다는 의미로 '골리수(骨利水)'라 명명했다는 것이다.

고로쇠 수액은 약간 뿌옇게 보이고 독특한 향과 단맛이 나는 게 특징. 여기에는 포도당과 칼슘, 나트륨, 마그네슘 등 무기염류가 많이 들어 있다. 비타민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위장병이나 신경통, 고혈압, 여성 산후증, 비뇨기질환에 효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엔 고로쇠 수액의 '비밀'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연구도 본격화됐다. 지난해 국립산림과학원과 충북대학교 수의대는 고로쇠 수액이 골다공증과 성장기 어린이의 뼈 발육, 생체면역력 강화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전남보건환경연구원도 수액에 골다공증과 위장병, 신경통, 이뇨, 체력증진, 혈당조절에 의한 피로회복 등 성인에게 유익한 칼슘을 비롯 칼륨, 마그네슘, 게르마늄, 셀레늄 등이 함유돼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 고로쇠 수액 채취는 입춘을 전후해 시작, 우수와 경칩 때까지 계속 된다. 수액 한 사발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한해 건강걱정을 덜 것 같다. ⓒ 이돈삼


고로쇠 수액은 장에서 흡수력이 뛰어난 게 특징. 앉은자리에서 몇 통씩 마셔도 포만감을 쉽게 느끼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아무리 마셔도 탈도 나지 않는다.

이원희 전남도 산림소득과장은 "고로쇠 수액은 배달도 되지만 아무래도 현지에서 마시는 것이 최고"라면서 "현지에서 마시는 수액은 신선도를 믿을 수 있는데다 남도의 정취까지 느낄 수 있어 일석이조, 삼조의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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