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안에 선 '설날 장'..."고향 생각 나네요"
청담역 '설날맞이 행복장터'... 전국 최우수 팔도 농수특산물 한자리
▲ "지하철에 시장이 생겼다." 7호선 청담역 '설날맞이 행복장터'에서 시민들이 농수특산물을 고르고 있다. ⓒ 손일수
▲ "지하철에 시장이 생겼다." 7호선 청담역 '설날맞이 행복장터'에서 시민들이 농수특산물을 살펴보고 있다. ⓒ 손일수
지하철 안에 시장이 생겼다. 전국 최우수 팔도 농·수·특산물이 한자리에 모였다. 눈에 띄는 것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 시장이 아닌 '지하철'이라는 것.
9일 오후 서울 지하철 7호선 청담역 '설날맞이 행복장터'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5일장에 온 듯 구수한 풍경들이 눈길을 사로잡고 고향 내음이 향긋하게 퍼져나갔다.
시민들은 지하철의 '변신'이 신기한 듯 연신 두리번거렸다. 청담역에 내려 행복장터로 들어선 사람들은 '지하철에 이런 게 다 있느냐'며 특산물을 구경했다. 심지어 장바구니를 들고 일부러 청담역을 찾아온 주부들도 있었다. 지하철에서 '설날 장'을 보는 주부들의 두 손에는 음식재료와 선물꾸러미가 한가득 들려있었다.
이정순(45·서울 화양동)씨는 "설날이 다가오는데 시댁에 어떤 선물을 드릴까 고민이 많았다"면서 "이곳을 둘러보니 물건들도 신선하고 가격도 싸서 정말 좋다. 지리산 근방에 사셨던 시아버지께 지리산 토종꿀을 선물하면 무척 좋아하실 것 같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연세가 지긋한 분들은 상주 상생촌 막걸리를 시음하며 '맛이 좋다'고 '한 잔 더'를 거푸 외쳤다.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떫은맛 등 상주 막걸리의 오묘한 맛에 시민들은 취해갔다. 지하철 안은 삼삼오오 모인 시민들의 왁자지껄 고향 얘기로 떠들썩했다.
▲ "지하철에 시장이 생겼다." 7호선 청담역 '설날맞이 행복장터'에서 판매되고 있는 지리산 벌집꿀과 상주 상생촌 막걸리. ⓒ 손일수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다 행복장터에 들러 과일과 반찬거리를 사가는 직장인도 있었다. 한승혁(38·서울 청담동)씨는 "보통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다 보면 사람들로 붐벼서 힘들었는데, 오늘은 고향 생각도 나고 모두가 이웃처럼 느껴져서 참 좋다"고 말했다.
"여기 지하철은 경북 상주로 가는 지하철입니다."
김장순(52) 상주 상생촌 영업이사는 "이곳에서 직거래되는 상주곶감을 사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며 "판매보다는 상주시와 상주특산물에 대한 홍보가 목적이다"고 전했다.
상주곶감을 둘러보던 할머니 한 분은 "색깔이 참 곱네. 이거야말로 진갱이 곶감이 맞다"며 지인들에게 선물할 곶감세트를 현장에서 주문하기도 했다.
지하철 행복장터는 지난해 7월부터 시작해 서울시민들의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직거래장터를 통해 올린 매출 총액은 43억 8천만 원으로 회당 평균 수익이 약 3000만 원에 달해 농촌가계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직거래장터에서 선보인 각 지역 특산물만 해도 2440종. 또 직거래장터인 만큼 일반 시장보다 가격이 10~20% 저렴하다. 각 칸별 참여 지자체의 인증을 받은 특산물을 생산자가 직접 판매하며, 지역별 홍보마당도 함께 실시하고 있다.
▲ "지하철에 시장이 생겼다." 7호선 청담역 행복장터에 참여한 평창군은 농수특산물과 함께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홍보하고 있다. ⓒ 손일수
청담역 행복장터는 전철내 중선(상 하행 중간선로) 8량을 이용, 해남군, 청도군, 제천시, 나주시, 공주시, 상주시, 남원시, 평창군이 각각 1량씩 맡아 매월 둘째주, 넷째주 화·수·목 3일간 오후 3시부터 8시까지 운영한다.
행사 역에서 승하차하는 승객은 중선(예비선로) 승강장에 정차되어 있는 장터열차로 바로 출입할 수 있으며,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고 입장을 원하는 고객은 승차권 없이 입장할 수 있도록 역직원이 안내한다.
앞으로 '5678행복장터열차'는 지역별 특산품 출하시기에 맞춰 행복장터 개소의 추가·확대와 함께 다양한 마케팅 실시로 지속적으로 '농촌 지역경제 살리기'를 지원할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손일수 기자는 오마이뉴스 11기 인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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