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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정' 길에서 본 서귀포항은 '비에 젖은 나폴리 항구'

[제주올레 6코스 ⑥]천지연 기정길-천지연 생태공원

등록|2010.02.10 15:30 수정|2010.02.10 15:30

서귀포항기정길에서 본 서귀포항은 나폴리 항구 ⓒ 김강임


제주의 '기정'길은 해안경승지

'기정'이란 제주어로 '절벽'을 뜻한다. 절벽하면 낭떠러지를 떠오르게 되지만, 제주의 낭떠러지는 화산섬이 낳은 보물이다. 제주도에서 절벽은 대부분 해안경승지이니까 말이다. 특히 제주도 절벽은 폭포와 연결된다. 정방폭포, 소정방폭포, 엉또폭포, 천제연 폭포 그리고 천지연폭포. 이 폭포는 '기정' 위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관이다. 제주올레 6코스에서 천지연폭포 역시 '기정'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아니던가.

그 기정길 위로 난 길이 바로 제주올레 6코스 천지연기정길, 그 길을 걷다보면 폭포의 진원지를 확인할 수 있다. 겨울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천지연폭포 기정 길이 흥건히 젖었다. 기정길 정자에서 우비를 꺼내 입었다. 솔동산에서 서귀포 항으로 이어지는 올레는 서귀포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좁은 올레길 주변은 서귀포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길이었다.

기정길올레데크 시설로 조성된 천지연폭포 올레 ⓒ 김강임


기정길 올레천지연폭포 기정길 ⓒ 김강임


팔짱끼고 걸으면 안성맞춤인 올레

서귀포 항은 미항으로 소문이 났지만, 새섬으로 연결하는 다리를 놓고 나서부터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천지연폭포 주차장은 차들이 빼곡이 늘어서 있었다. 이 서귀포 미항을 조망할 수 있는 길이 바로 천지연폭포 기정길이다. 다시 말해 천지연폭포 위로 길이 나 있다는 것이다.

연인들이 걸으면 딱 좋은 천지연폭포 기정길을 걸으며 남편과 나는 오랜만에 팔짱을 꼈다. 참 오랜만에 팔짱을 끼고 데이트를 즐기는 시간이었다. 이런 여유를 언제 누려 봤던가? 겨울비가 우리에게 데이트를 제공했던 것이다.

우산 하나를 둘이 받고 길을 걷자니 자연스럽게 가까이 붙어야 하고, 비가 오니 그 정취에 팔짱을 끼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팔짱을 낀 중년의 남편은 쑥스러운지 자꾸만 어깨 사이를 벌어지게 만든다. 사이가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겨울비에 어깨는 젖을 것이 뻔한데 말이다.

피라칸사스나무천지연기정 길에 주렁주렁 달린 니무 열매 ⓒ 김강임


그런 우리들의 마음을 아는지 데크시설 주변에 주렁주렁 달린 피라칸사스 열매가 방긋방긋 웃는 것 같았다. 빨간 진주 같은 피라칸사스 열매, 피라킨사스 나무는 서귀포 올레 가로수로 겨울을 지키는 보물.

서귀포 항천지연폭포 기정길에서 본 서귀포 항 ⓒ 김강임


서귀포항서귀포 항 ⓒ 김강임


서귀포항서귀포 항 ⓒ 김강임


비에 젖은 '나폴리 항구', 멀리 떠나온 느낌

서귀포 시내를 오른쪽에 끼고 걷는 기정 길에 간간히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 기정길 숲에서 겨울새들이 재잘 댔다. 그리고 왼쪽에 펼쳐지는 서귀포 미항의 풍경은 아뿔싸! 이탈리아에 온 느낌이었다. 비에 젖은 서귀포항이 꼭 나폴리 항구 같다. 크고 작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고, 새섬 뒤로 희미하게 보이는 섶섬의 운치, 비에 젖은 '나폴리 항구'를 바라보니 비로소 멀리 떠나온 느낌이었다.

그 길은 날씨가 좋은 날 걸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쩌랴. 비 오는 날은 비오는 날 대로 운치가 있으니, 길은 늘 감동을 주는 그 무엇이 있나 보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걸으면 안성맞춤인 올레길, 서먹하고 쑥스러워도 자연스레 팔짱을 끼고 걸을 수 있는 올레, 그 길이 바로 천지연폭포 기정길이다.

생태공원서귀포 칠십리공원 ⓒ 김강임


생태공원 올레생태공원 올레 ⓒ 김강임


칠십리 공원 겨울비 봄 재촉

천지연폭포 생태 공원에 접어들었다. 대리석으로 조성해 놓은 조형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물론 길을 걷는 사람들이 앉아 쉴 수 있는 잇점도 있겠지만, 공원에 대리석? 과연 조화로운 발상일까?

매화2칠십리 공원에 핀 매화 ⓒ 김강임


하지만 겨울비에 피어나는 매화는 올레꾼의 마음을 봄으로 초대했다. 서귀포 칠십리공원에 핀 매화, 겨울비가 이렇게도 고마울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제주올레 6코스는 쇠소깍에서 소금막-제지기오름-보목항구-구두미포구-서귀포보목하수처리장-서귀포 칼호텔-파라다이스호텔-소정방폭포-서귀포초등학교-이중섭화백거주지-솔동산 사거리-천지연기정길-서귀포생태공원-남성리마을회관앞 공원-남성리 삼거리-삼매봉-찻집솔빛바다로 15km이다. 4시간정도가 소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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