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수원경제 미래의 암초
국가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정책... 수원경제 침체되면 누가 책임지나
▲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며 21일째 단식농성중인 양승조 민주당 의원이 지난 4일 오전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세종시 문제에 관한 이명박 대통령의 말바꿈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 남소연
우리는 세종시의 근본적 취지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세종시의 근본 취지는 국가의 균형발전이다. 국가의 균형발전을 통해 더욱 효율적이고 균등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구현해 보자는 것이다. 그 이유는 수도권 중심의 과대 성장이 수도권 주민들의 삶의 질을 악화시킴과 동시에 경제적 효율성 측면에서도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세종시 수정안과 타 지역과의 관계와 그 문제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 예로써 수원시를 들 수 있다. 세종시 수정안이 통과된다면 수원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여론조사 결과(KSOI, 2010.1.19 만19세 이상 수원지역 유권자 1025명 대상 ARS 여론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 3.1%), 수원시민 10명 중 7명이 삼성의 세종시 입주로 수원경제가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광범위한 우려감을 보였다. 이는 수원으로 유치될 예정이던 삼성 LED 3라인의 세종시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세종시와 연관된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세종시 수정안으로 인해 타 지역의 미래 경제 비전과 발전 가능성이 침해받게 되는 것이다.
세종시 수정안으로 수원경제 미래가 불투명
수원경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세수는 15%에 이를 정도로, 삼성은 지역경제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 LED 3라인이 세종시로 입주하게 되면 그 만큼 수원경제에 타격을 줄 것은 명약관화하다.
삼성은 전체적으로 2015년까지 총 2조 500억 원의 투자를 결정했고, 이에 따른 고용 창출인원이 1만5800명에 이른다. 만약 세종시 계획이 원안대로 진행되었다면, 수원에 전체 투자액이 투자되지 않겠지만 상당 부분이 투자되었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세종시의 자족기능을 위해 타 지역의 발전 가능성이 줄어드는 '풍선효과'가 발생한다.
수원은 인구 110만 명의 도시로써, 2006년 경기도 내 2위를 차지하던 재정자립도가 2007년에는 4위로, 2008년에는 6위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수원시 실업자는 2008년 대비 46.9%가 증가하여 2009년 2만 4100명에 이르며 실업률은 경기도 평균 실업률 3.2%보다 높은 4.4%에 이르고 있다. 즉 최근 들어 수원시는 지속적인 재정자립도 악화와 일자리 감소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수원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종시 수정안의 특혜 혜택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세종시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거대 특혜로 인해 다른 지역에 투자될 몫들이 세종시로 몰리게 된다면, 정부의 수정안은 세종시의 자족기능을 위해 다른 지역의 피해를 전제로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지역차별과 지역갈등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정치적 논리 이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것은 정치적 목적에 의해 경제적 효과와 지역균형발전이 희생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21세기 트렌드
▲ 정부가 발표한 세종시수정안 ⓒ 국무총리실
1971년 11월 삼성의 수원공장 건설공사가 착공된 시점으로 보면 수원과 삼성은 40년이 넘는 역사를 함께 했다. 1973년 8월 본사가 수원으로 이전하고 12월에 가전공장이 준공되었다. 그 오랜 역사로 인해 수원이 '삼성의 도시'로 불리게 된 것이다. 또한 수원과 삼성은 지역을 거점으로 상생협력의 관계를 구축해 왔으며, 현재의 삼성전자라는 초일류 기업 브랜드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만큼 삼성은 수원에 대한 사회적·지역적 책임을 안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세계의 일류기업들은 사회적 책임(CSR)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설정하고 있다. 그만큼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할 수 있다는 역사적 경험의 반영이다. 이런 기업의 시대적 추세에도 불구하고, 세종시 수정안에 의해 지역과 기업의 관계가 심각한 충돌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21세기에 기업은 새로운 발전모델을 구축해야 하며, 그것은 지역과의 상생협력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다. '도시-기업의 새로운 발전모델'을 구축함으로써 지역의 특성과 기업의 기술이 어우러지고, 시민과 기업이 지속 협력 가능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21세기형 '시민-기업 거버넌스'의 방향성이 될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역행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세종시 수정안이다. 정부의 인위적 정책에 의해 지역과 기업의 오랜 역사와 상생협력관계가 붕괴되도록 방치할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도 지역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통감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이익을 찾아 움직이는 것이 기업이라고 해도, 지역사회와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던져버릴 수는 없다.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핵심가치에 '정도경영'과 '상생경영'이 있다. 정도경영은 "곧은 마음과 진실 되고 바른 행동으로 명예와 품위를 지키며 모든 일에 있어서 항상 정도를 추구한다"이며, 상생경영은 "우리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더불어 살아간다는 마음을 가지고 지역사회, 국가, 인류의 공동번영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삼성은 수원 지역경제를 위한 계획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마저도 하지 않는다면 삼성은 수원에 대한 지역적 책임을 방기하고 기업의 이익만을 위해 아니면 정부의 눈치만 보는 기업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세종시 수정안 필히 철회되어야
수원시만을 위해 세종시 수정안이 철회되어야 한다는 지역 이기주의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수원과 같은 상황에 처한 많은 지역이 동시에 부담해야할 엄청난 불이익이며, 동시에 국가의 지역균형발전이 도태되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일정한 변화의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 조사(2010.2.4., 성인남녀 1천명 대상)에서 세종시 추진 방향에 대해 응답자의 37.2%가 원안추진을 지지해 수정안 추진(34.7%) 의견을 앞질렀다. 이런 현상은 세종시 수정안 추진에 대한 국민의 비판적 여론이 점차 높게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회는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여야 간 이견으로 민생법안 통과가 늦어지고 있으며, 여당은 친박과 친이로 나뉘어 집안싸움에 혈안이 되어 있다. 국민은 국민대로 의견이 갈리고, 지역은 지역마다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제 정부는 빠른 시일 내에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것은 과거 여야가 합의한 원안대로 추진하는 것이다. 더 이상 '갈등의 정치'를 지속해서는 안 된다. 각 지역은 지역의 특색에 맞는 지속 발전 가능한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을 통해 각 지역은 지역차원의 경제적 미래를 기획해왔다. 그것이 일거에 무너지고 있다. 온갖 특혜로 치장된 세종시 수정안이 통과된다면 경제적 형평성도 동시에 무너질 것이다. 다른 기업들도 동일한 조건을 요구할 것이다.
수원지역에서 오랜 기간 중소기업을 운영한 경험에 비추어볼 때, 세종시 수정안으로 인해 수원경제가 체감하게 될 경제적 위기감은 상당하다. 지역경제의 침체는 일자리의 감소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일자리가 복지라는 말이 있다. 일자리가 없으면 소비가 침체되고 소비가 침체되면 경제가 악화되고 경제가 악화되면 투자가 감소하는 악순환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수원에서 현실로 나타난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누가 감당할 것인가?
그것은 수원의 시민들이 직접 감당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 정책이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세종시 수정안은 즉각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이것은 다수의 수원시민들의 마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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