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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학부모교실에서 초등학교 입학 지혜 나눠요"

[인터뷰] 정연훈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수원지회장

등록|2010.02.12 11:33 수정|2010.02.12 11:33

▲ 정연훈 참교육학부모회 수원지회장은 초등학교 입학 준비의 첫걸음을 ‘학교에 대한 친근감 갖게 돕기’로 꼽았다. ⓒ 이민우


'우리애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까.' '요즘도 촌지가 있다던데 어떻게 해야 하지?', '혹시 우리 애가 학교에서 친구들한테 왕따 당하는 건 아닐까?'

자녀가 곧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될 예비 학부모들의 고민은 한결같다.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더구나 언론에선 연일 '사교육 열풍', '선행학습'이니 하는 소식이 나오다 보니 불안감에 밤잠을 설치는 경우도 있다.

이같은 예비 학부모들의 고민을 덜어줄 자리가 마련됐다. 이름하여 '새내기 학부모교실'. 오는 24일 낮2시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에 위치한 슬기샘도서관에서 열린다.

학부모교실에선 현직 초등 교사, 선배 학부모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키우며 터득한 지혜를 만날 수 있다. 행사를 준비 중인 정연훈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수원지회(참학 수원지회) 지회장을 만나 새내기 학부모가 갖춰야 할 상식을 미리 알아봤다.

"첫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은 설레면서 두렵기도 하죠. 아이에게 초등학교 입학은 정말 중요한 일에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과 달리 초등학교엔 공동체 생활을 하며 행동이 제약되는 면도 많잖아요. 부모 품에서 벗어나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셈이거든요."

그렇다. 초등학교에서는 유치원이나 어리이집에서 아이가 겪지 못했던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한다. 아이들의 행동을 제약하는 학칙도 엄격한 편이고, 수업도 더 꽉 짜여 있다. 이런 상황을 맞이할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뭘까.

정 지회장은 초등학교 입학 준비의 첫걸음을 '학교에 대한 친근감 갖게 돕기'로 꼽았다. 흔히 예비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OO야, 너 학교에 가서도 그렇게 하면 선생님께 혼나!" 하는 식으로 말하곤 하는데, 학교에 대한 잘못된 선입관을 심어줄 수 있기에 금물이다.

"우선 입학 전에 배정된 학교를 아이와 함께 찬찬히 둘러보세요. 운동장은 물론 교실과 도서실, 화장실 위치까지 알아두는 거예요. 낯설지 않게 친구들을 만날 수 있고, 새로운 걸 배우는 곳으로 느끼도록 해주는 거죠. 엄마가 다녔던 학교 얘기를 들려줘도 좋고요. 그렇다고 학교생활은 정말 재미있다고 너무 과장해서도 안 되고요."

입학 때 축하편지를 써 주거나, 집에서 가족들과 입학잔치를 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새로운 학교생활이 진지하면서도 기쁘게 시작하게 만들어주라는 얘기다.

아이의 입학 뒤엔 담임선생님과 올바른 관계가 형성되도록 도와줘야 한다. 사실 학부모들은 대부분 자신의 경험으로 선호하는 교사가 있어 '우리 아이 담임선생님은 어떤 분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남성 또는 여성, 나이의 많고 적음도 그 조건 중 하나다. 또 사회경험이 풍부한 학부모의 눈엔 담임교사가 어딘지 부족해 보일 수도 있다. 정 지회장은 "선생님에 대한 좋지 않은 표현들은 아이들 앞에선 절대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은 교사를 선호하는 학부모는 '하필이면, 왜 네 담임선생님은 나이가 많니' 하고 말하기도 하거든요. 어떤 경우라도 선생님에 대한 불만을 아이들 앞에서 표현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를 도와주는 분이라고 얘기해 줘야 해요. 학부모가 선생님을 못미더워하고, 불만스러워하면 아이들도 따라가게 돼 처음부터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게 될 수 있으니까요."

대신 선생님의 장점을 살려 아이들에게 말해줘야 한다. 선생님의 나이가 많으면 '경험이 풍부하니까 좋겠네'라고 말해주며, 젊으면 '패기와 열정이 있어 좋다'고 하면 된다. 남성이면 '씩씩한 점'을, 여성일 땐 '자상하다'는 걸 얘기 해 아이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뜻이다.

학부모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누가 뭐래도 아이들의 학습능력이다. 다른 아이들에게 뒤처지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다보니 이웃엄마들의 말에 솔깃하기 쉽다. 학습지와 학원까지 보내며 '선행학습'을 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잘못된 정보와 근거에 따른 학부모의 과욕은 오히려 역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정 지회장의 진단이다.

"아이들은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것 자체만 해도 벅차하거든요. 그걸 모르고 선행학습까지 더해 부담감을 주면 배워보기도 전에 공부에 대한 거부감만 키울 수 있어요."

정 지회장은 학부모들에게 <학교 겁내지 말자>(도서출판 민들레)란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했다. 앞으로 참학 수원지회는 교실에 참여한 학부모들에게 꾸준히 교육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각종 교육 사업에도 초대할 계획이다.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올바로 챙기는 지혜를 나누자는 생각에서다.

"사람은 누구나 다 자기 자녀가 잘하길 바라죠. 하지만 부모가 단지 그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아이들의 건강한 학교생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내 아이를 넘어 다른 아이까지 배려하며, 학교 문제뿐 아니라 교육현안에도 관심 갖고 참여해야 해요. 혼자서는 힘들어도 여럿이 함께하면 좋은 해결 방안이 생기거든요. 너무 큰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새내기학부모교실 문의 : 031-228-4791(슬기샘도서관)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수원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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