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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외 후보들에겐 '죽음의 코스'겠지만"

[바꿔! 동네정치④] 환경활동가, '민주당 아성' 여수에서 반기를 들다

등록|2010.02.14 19:40 수정|2010.04.20 14:39
2010년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금의 지역정치는 '주민 없는 정치'의 상징입니다. 그리고 기득권 정치의 뿌리입니다. 풀뿌리 동네정치부터 바꿔야만 대한민국의 정치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와 <풀뿌리좋은정치네트워크>는 공동기획 '바꿔! 동네정치'를 통해 지역정치부터 바꿔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고 작은 성공 사례 및 변화의 움직임을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 여수 시민사회단체 정치참여 간담회 장면 ⓒ 김현


시민사회운동진영, '민주당 독점구조 타파하자'

지난 2006년, 한 민간사업자가 주도한 '여수시티파크 도심 골프장'은 정부조차 무리한 공사라며 재검토를 요청했다. 시민단체들도 50여 일간 천막농성을 하며 반대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모두 허사였다. 여수시는 시의회에 승인해줄 것을 요청했고, 여수시의회는 이에 화답했다. 예산을 삭감하고 행정을 감시해야 할 의회가 난개발에 앞장선 것이다.

이런 흐름이라면, 여수시가 계획하고 있는 22개 골프장은 큰 저항 없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3개의 골프장이 승인됐고, 그중 두 개 골프장은 공사가 한창이다. 돌산 계동(27홀) 등 6개의 골프장은 추가로 계획되어 시의회의 승인을 대기 중이다. '기후보호 국제시범도시'이기도 하며,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를 '환경엑스포박람회'로 만들겠다고 자처한 여수시가 환경∙생태 행정에 대한 철학을 갖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그 핵심엔 여수시의회가 있다.

25명의 여수시의회 의원 중 민주당 소속은 23명이다. 점유율 92%. 이 정도면 1당 독점 구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수 의식 있는 시의원만으로 환경 파괴와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해왔다. 그래서 시민사회와 진보정당 진영이 6·2지방선거를 바라보는 눈매가 매섭다. 더 이상 지켜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2009년 9월, 여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권력을 주민에게'라는 기치를 내걸고 '시민자치모임(가칭)'을 구성하였다. 다가오는 6·2지방선거에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후보를 발굴하자는 것이 이들의 구체적인 임무다. 이러한 시민사회운동 진영의 움직임에 진보정당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공동후보군을 형성하여 민주당 독점구조를 타파하자는 데 합의한 것이다.

그동안 전라남도 시민사회운동단체들은 선거구가 중대선거구제의 취지에 부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4인 선출 선거구의 확대를 요구했다. 전라남도도 이러한 취지에 공감하며 4인 선거구를 확대하는 조례안을 입법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라남도의회는 이를 완전히 뒤엎었다. 지난 1월 말, 본회의를 열어 대부분 선거구를 2인으로 확정한 '선거구 조례'를 확정한 것이다. 전형적인 게리멘더링이라는 비판이 쏟아진 것은 당연했다.

여수시의 선거구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총 9개 선거구 중 4인 선거구 1개, 3인 선거구 1개, 그리고 나머지 7군데는 모두 2인 선거구다. 적어도 2명까지 민주당 깃발을 들고 나오면 무난히 당선된다는 호남·민주당 의원들은 스스로 권력을 움켜쥐었다. 권력의 단맛을 더 누리고 싶은 것일까? 시민사회운동단체와 진보정당이 연대를 모색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이다.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동네가 출발점

▲ 봉래동 수문산 지키기 결의대회 ⓒ 여수시민행동


시민사회운동단체와 진보정당은 9개 선거구 모두 후보를 냄으로써 민주당과 한판 대결을  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7군데는 후보자를 거의 확정한 상태다. 그중, 시민사회운동단체를 대리하는 환경활동가 문갑태(40)씨는 쌍봉동으로 나올 계획이다. 2006년 지방선거 때는 3명의 의원을 뽑았던 곳이고, 3명 모두 민주당이 싹쓸이한 지역이다. 올해 선거구획정이 되면서 2인으로 줄어들었다. 민주당 이외의 후보들에겐 '죽음의 코스'이기도 하다. 그러나 물러설 수는 없다. 누구도 가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좋은 정치'는 구호로 달성될 수 없다. 누군가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갈 때, 정치에 냉소적인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동네가 출발점이다. 중앙 정치만으로는 뿌리박힌 낡은 토착 정치를 깰 수 없다. 지난 수십 년의 경험이 이를 증명한다. '정치의 희망은 풀뿌리에서부터'라는 명제를 신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토양이 척박한데 어찌 좋은 열매를 맺길 원하는가? 황무지에 서 있는 느낌이겠지만, 저 멀리 남해바다 여수에서 '좋은 정치'를 위한 희망의 노래를 기다려본다.

▲ 여수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문갑태씨 ⓒ 여수시민행동


여수시 쌍봉동에서 출마할 예정인 시민사회단체 후보자 문갑태씨를 만났다. 최근에는 '무상급식지원조례' 주민발의 운동을 주도하여, 1만6천여 명의 청구 서명지를 여수시에 제출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 '무상급식지원조례'를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청구한 상태더군요. 절대 다수가 민주당 의원인데, 의회에서 잘 처리될까요?
"무상급식지원조례는 학교뿐만 아니라 유아 시설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무상급식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의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지원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지난 1월 19일 1만6천여 명의 주민 서명을 받아 제출했습니다. 법적으로는 4400명만 서명받으면 됩니다. 이보다 4배 가까이 받았습니다. 그 다음은 여수시의회의 몫입니다. 저는 당연히 통과될 것이라 봅니다. 주민들의 관심이 워낙 컸기 때문에 시의원들도 함부로 다루지 못할 겁니다."

- 골프장 반대운동을 하시다가 고발당해 벌금을 물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민간사업자가 '여수시티파크 도심 골프장'을 짓는 과정에 반대운동을 벌였습니다. 그곳은 자연녹지가 잘 보존된 지역이고 도심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어서, 환경피해가 예상되는 곳입니다. 더군다나 고도가 높아서 식수문제가 불 보듯 뻔하거든요. 도로변에 천막 치고 50일 이상 농성을 벌였는데,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벌금 200만 원을 물었습니다. 천막이 불법 건축물이라는 이유였습니다."

- 민주당의 아성인 지역에 출마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려운 결정을 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시민운동을 13년 했습니다. 저는 시민운동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을 시행정부나 시의회에 제안하고, 협동해서 좋은 도시를 만들어보자고 요청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대다수의 시민들이 배제되어 왔던 거죠. 자료를 요청해도 잘 주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정책이 입안되면 시민들은 항상 뒷북만 치게 됩니다. 정보가 공개만 되면 제대로 싸울 수 있는 낭비성 사업들이 어떻게 해볼 수도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입니다. 골프장 사업을 시의회가 승인했을 때, 저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이상 정치를 독점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 시의회에 입성해도 소수가 될 가능성이 큰데, 한계가 노정되어 있는 건 아닌가요?
"저는 이번 6·2지방선거에 시민운동을 배경으로 해서 나갑니다만, 저 혼자만 출마하는 것은 아닙니다. 진보 정당들과 연대해서 공동후보로 출마하게 됩니다. 가능하면 전 지역구에 후보를 낼 계획입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저희와 뜻을 같이하는 시민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분들과 '좋은 정치'가 될 수 있도록 힘을 쏟을 겁니다."

- '좋은 정치'를 말씀하셨는데, '좋은 정치'란 어떤 정치를 말하는 겁니까?
"이 지역은 민주당이 깃발만 들면 당선되는 곳입니다. 언제까지 주민들이 찍어줄 거라고 믿는 거죠. 그러다보니 시민의 뜻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정치'는 '시민들이 하는 정치'를 말합니다. 정치를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몇몇 세력이 독점하는 정치가 아니라, 시민들이 주체가 되는 정치가 되어야 합니다. 한두 명으로 될 수 없는 일이고, 이번 선거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을 겁니다. 그래서 연합해서 가려고 하고, 긴 호흡으로 가려 합니다."

덧붙이는 글 김현 기자는 '풀뿌리좋은정치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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