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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까지 100여 일, 당권 논쟁으로 날새면 당 망한다"

[인터뷰①] '돌아온 아들' 정동영 민주당 의원

등록|2010.02.14 14:56 수정|2010.02.14 14:56

▲ 민주당에 복당한 정동영 의원 ⓒ 남소연

"명확히 이야기했다. 그런 이야기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내가 절박하지 않으면 누가 민주당을 쳐다보겠나? 국민 관심의 중심에 서라고 했는데. 국민에게 민주당 전당대회 시기가 그렇게 중요한가? 당권이 어떻게 되는지가 관심사인가? 노(NO)! 아니다. 절대 아니다."

10개월 만에 고향에 돌아온 아들에겐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다녔다. 그가 집에 돌아와 주도권을 틀어쥐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했고, "집안에 폐를 끼쳤다"며 그의 귀향을 반대하는 이도 있었다.

'돌아온 아들' 정동영(전주 덕진·민주당) 의원은 11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국민의 관심사는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당내 주류, 비주류 세력이 어떻게 된다는 데 국민은 관심이 없다"고 말할 땐 탁자를 주먹으로 두드리며 '답답함'을 표했다.

"그런 논의에 끌려 들어가면 망한다. 세력 다툼, 당권 경쟁으로 날을 샌다면 당이 날이 샌다. 지금은 마치 6월 2일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 해야 한다. 선거일까지 100여 일, 후보 등록까지 90여 일 남았다. 그 전까지 무엇을 해야 하나. 국민 관심의 중심에 서라. '불통'으로 상징되는 현 정권과 달리 소통의 첨단에 서라. 맏형으로서 연합정치의 선봉에 서라. 대동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지지율 30% 된다. 지방선거 승리하는 것이다."

그는 지난 10일 복당이 최종 결정됐을 때도 "당내 세력화가 아닌 국민으로 당력을 넓히는 역할을 할 것", "안으론 희생하고 밖에선 단호할 것"이라며 "당에 대한 헌신"을 강조했다. 

"민주당 지지율 30% 시대 만들 것"

정 의원은 그 헌신의 방법을 네 가지 화두로 정리했다. ▲ 민주당 지지율 30% 시대 ▲ 용산의 눈물 ▲ 소통의 첨단화 ▲ 연합·연대 정치의 디딤돌 등 그가 복당 기자회견에서 밝힌 네 가지 주제는 새 출발에 앞서 내건 이정표였다.

정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이 네 가지 화두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민주당 지지율 30% 시대를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손학규 전 대표의 복귀 문제나 완결되지 않은 '용산 참사' 해결, 400만 백수시대의 대안 마련 등을 제시했다. 또 그는 "지방선거의 야권 연대·연합에 대해 대안을 마련 중"이라며 "무소속일 땐 한계가 있었지만 이제 지도부와 협의하며 연합정치의 촉진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필요하다면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와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를 직접 만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실천 방안 역시 준비돼 있었다. 정 의원은 6·2 지방선거 야권연합 논의의 대상 중 하나인 지방연립정부의 구성 방안에 대한 토론회도 오는 24일 열 계획이다. 또 설 연휴 이후 선거관리위원회의 트위터 규제 방침을 바꾸기 위한 '트위터 선거법' 관련 전문가 토론회를 주최하고 대안을 낼 예정이다. 이미 선관위의 트위터 규제 방침에 반대하는 서명도 1천여 명 가까이 받았다.

지난 10개월간 주력해온 '용산 참사' 해결을 위한 3대 법안도 마무리 작업 중이다. 앞서 정 의원은 검찰 수사기록 3000쪽 공개를 강제할 수 있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증거개시제 도입), 망루에서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유가족을 위한 '공권력 피해자의 정신적 외상 치유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제2의 용산을 막기 위해 "건물주와 건설사의 재산권뿐만 아니라 상가세입자의 재산권을 보장할 수 있는 '개발양도제 도입 법안'"뿐이다.

정 의원은 "용산 참사는 이 정권의 아킬레스건이자, 속살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며 "아직도 용산 참사는 망루 농성자에게 중형이 선고되고 범대위 집행부가 재판을 받는 등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민주당이 여기에 전 체중을 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형식적으론 당 밖에 있었지만 마음은 당 떠나지 않았다"

▲ ⓒ 남소연

- 민주당 정책의총에서 "그동안 의총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했다. 지난 10개월의 소회가 담겨 있는 듯했다.
"'소회'라고 하니 떠오르는데 인간적으로 보면, 지난 10개월은 '소외감'을 느낀 시간이기도 하다. 형식적으론 당 밖에 있지만 내 마음은 민주당을 떠나지 않았다. 정당은 '무리' 당(黨)자를 쓰는 '무리'다. 동지, 동료와 함께 하는 것의 힘을 절감했다."

- 작년 연말 예산안 본회의 통과 당시 홀로 남아 반대표를 던졌다. 민주당은 항의하고 나간 상황에서 홀로 남아 반대표를 던지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전 0시, 혼자인 내가 할 수 있는 항거의 수단은 표였다. 비록 한 표였지만 그 한 표가 강력한 항의였다. 날치기에 항의하는 말없는 다수의 국민의 마음을 담아 꾹 눌렀다."

- 복당 기자회견 때도 '용산의 눈물'을 강조하며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용산문제는 국가의 역할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하게 한 사건이다. 정부는 이 사건을 사인(私人)간의 문제라고 규정했지만 현재 드러난 바로는 그게 아니지 않나. 공권력의 과잉개입. 특공대를 투입해 굳이 사람을 그렇게 죽이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정부는 또 거기다 메마른 법치를 들이댔다. 힘이 지배하는 사회는 정글이다. 공화국은 자유로운 시민이 주체가 돼 공익을 중심에 놓고 건설한 조화로운 사회다. 용산 참사는 공화정신을 전면 유린한 사건이다. 민주공화국의 주인인 시민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데 권력을 위임받은 종복이 나서 주인을 폭살했다."

- 용산참사해결 3대 법안 발의 등 무소속이던 지난 10개월 간 용산문제 해결에 주력했다.
"아직 제2의 용산참사를 막기 위한 예방입법, 마지막 법안이 마련되지 않았다. 현재 서울 내 재개발 단지만 500여 군데인데 상가세입자의 재산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인테리어비, 단골 고객, 권리금, 영업노하우 등도 헌법이 보장하는 엄연한 사유재산이다. 그러나 그를 보호해야 할 종복이 지금 건설사, 조합 등의 재산권만 편파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지금까지 권리금을 인정한 판례가 없어 이를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를 두고 손질 중이다."

- 박래군·이종회 용산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 첫 공판에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용산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망루에 올라갔던 이들이 중형을 받고 그들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도왔던 두 사람은 재판을 받고 있다. 아쉽다. 민주당이 이 문제에 전 체중을 다 실었어야 했다. 용산참사는 현 정권의 아킬레스건이자 속살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내가 정치를 하는 이유, 민주당이 집권해 이후 어떻게 하겠다는 것과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준 사건이다. '국민 여러분, 여러분이 선택한 정부가 이런 정부다, 이것을 심판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어야 했다. 국민은 힘없고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 어려움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정부를 갖고 싶어 한다."

"퇴근길, 포장마차에서 민주당이 화제가 돼야 한다"

- 민주당 지지율 30% 시대를 만드는 데 헌신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방법도 생각했나?
"오바마 민주당도 지지율 30% 이상을 수년 동안 견지했다. 하토야마 민주당도 지지율 30%를 꾸준히 기록했다. 우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애도 속에서 반짝 30%를 넘었다. 2004년 열린우리당 당시 1년 정도 30% 지지율 시대를 달린 적이 있다. 그것을 어떻게든 되살려야 한다. 거기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우선 국민 관심의 중심에 서야 한다. 현 정권은 불통(不通) 정권이다. 무슨 말을 해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간다' 아닌가. 퇴근길, 동네수퍼 앞, 포장마차에서 민주당이 화제의 중심에 서야 한다. 남녀 관계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이 '잊혀진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정동영이 없는 민주당보단 정동영이 있는 민주당이 관심을 끌어오는데 좀 더 낫다. 또 손학규 전 대표도 그런 점에서 얼른 돌아와야 한다고 본다.

또 국민의 관심은 일자리에 있다. 백수 400만 시대다. 여기에 모든 문제의식이 있다. 매년 6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 이명박 대통령, 2년 동안 7만 개 일자리 밖에 못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 두 집 건너 한 집에선 서른 넘은 청년이 쉬고 있다. 여기에 국민들의 좌절감과 불안감, 막막함이 있다. 이것을 틀어쥐어야 한다. '백수 400만 시대의 민주당'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민주당이 서민들 옆에 딱 서야 한다. 그냥 가서 인사하고 가는 것이 아니라 내 문제로 끌어안아야 한다."

▲ ⓒ 남소연

- "한국정치의 스마트폰"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트위터 정치'에도 주력하고 있는데.
"현재 우리 사회에는 분노의 압력이 꽉 차 있다. 앞으로 모바일, 즉 스마트폰이 그 압력을 분출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선관위가 트위터를 규제하는 등 스마트폰을 틀어막으려 한다. 공직선거법 93조 1항에 명시된 금지조항 중 '기타 유사한 것을 배포·배부·첨부하지 못한다'는 모호한 항목에 트위터를 넣어 규제하려 한다. 트위터는 소통이고 선거법의 취지는 '돈은 묶되 말은 풀어라' 이다. 한나라당마저 스마트폰 정당을 추진하고 있지 않나.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후보가 모두 8명이다. 유권자들에게 이 8명의 정보가 잘 퍼질 수 있도록 오히려 돕는 게 맞다. 민주당 복당 후 최초 집중은 '트위터 자유법'이다. '트위터'라는 수단을 통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면 명확한 이유가 필요하다. 그런데 '기타 유사한 것'에는 그런 명확성이 없다. 설 연휴 이후 트위터 선거법 토론회를 열고 선관위에도 의견을 물을 예정이다. 현재 서명운동도 1천 명 가까이 진행됐다."

- '연합·연대의 디딤돌'이 되겠다고 했다. 6·2 지방선거에서 어떤 역할을 고민하는지.
"대안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현재 성안 중인데 오는 24일 지방연립정부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전문가 토론회를 연다. 관련해서 전문가들을 만나고 있고 백낙청 교수, 박원순 변호사, 백승헌 변호사 등 시민사회 인사들을 이미 만났다. 6·2 지방선거에서의 야권 연합·연대에는 선거 전후 사안에 대한 두 가지 합의가 필요하다. 선거 전에는 어떤 방식으로 여권 대 야권의 1 대 1 구도를 만드느냐다. 현행법 상 타 정당 간 후보끼리 경선을 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몇 백 명을 모아놓고 후보를 뽑는다면 바람이 불지 않는다. 현재 그 방법을 놓고 고민 중이다.

선거 이후 합의해야 할 사안은 지방연립정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다. 주요직책에 대한 배분, 정책에 대한 공조원칙, 운영에 대한 협치 등을 합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직책 배분 등에 대해선 서울시 운영위원회 구성이 답일 수 있고 정책에 대해선 사회복지위원회 구성 등이 될 수도 있다."

- 야5당 중간합의문에도 드러나 있지만 민주당 독식 우려 등 각 당마다의 연합·연대에 대한 생각이 상당히 복잡하다. 선거 전 연합·연대에 대한 기본 구상이 있나?
"단일후보를 어떻게 만들지 연구 중이다. 설 연휴에 백낙청 교수 등을 찾아뵐 예정인데 그 분들이 울타리가 돼 직접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필요하면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를 만나서 설명도 할 것이다. 무소속일 땐 한계가 있었다. 이제 지도부와 협의하며 연합정치의 촉진자가 되려 한다."

"6월 2일 세상 끝날 것처럼 선거 임해야"

- 민주당 통합·혁신위가 내놓은 시민공천배심원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기득권 논란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나는 국민경선론자이다. 2002년 국민경선을 주창하고 참여하고 지켜냈다. 국민경선은 이후 대선 경선의 기준이 됐다. 민주당의 역사는 당의 권력을 당원에게 돌려주는 노력의 과정이었다. 이 쇄신과 변화의 과정을 놓치면 안 된다. 그러나 야권이 연합·연립하는 데 있어 시민공천배심원제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시민들의 참여가 더 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몇 백명의 배심원만으로 선거에서 바람을 일으킬 수 있겠나."

- 앞서 언급한 시민공천배심원제 논란에서도 정 의원의 복당 여부와 맞물려 주류 대 비주류 대결 양상을 띠었다. 지방선거 당내 경선 후보 대결을 두고도 정세균 대표와 정 의원의 구도가 부각된다. 예를 들어 경기도지사를 두고 경쟁 중인 김진표 최고위원과 이종걸 의원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정 의원은 사실상 이 의원을 지지하고 있지 않나.
"김진표 최고위원은 나하고도 가까운데…. 건강한 경쟁이 필요하다. 추대·지명, 맥 없지 않나. 이런 방법으로는 후보의 경쟁력이 생기지 않는다. 누가 이기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선출될 때 그 경쟁력이 더 강해진다. 또 당의 활력도 키울 수 있다."

- 김 최고위원이 아니라 이종걸 의원을 지지하는 이유가 있나?
"6·2 지방선거의 기본 성격은 이 정권의 심판이다. 개인적으로 이 정권을 심판하려면 전문가형 후보보다 정치적 선명성이 강한 후보가 심판론을 부르짖기에 더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후보 누가 좋고 나쁘고가 아니라 이 선거의 성격이 그러하다는 것이다."

- 당내 세력 구도에 대한 전망이 자주 부각되는 까닭은 선거 이후 7월 전당대회 때문인 것 같다.
"명확히 이야기했다. 그런 이야기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내가 절박하지 않으면 누가 민주당을 쳐다보겠나? 국민 관심의 중심에 서라고 했는데. 국민에게 민주당 전당대회 시기가 그렇게 중요한가? 당권이 어떻게 되는지가 관심사인가? 노(NO)! 아니다. 절대 아니다. 그런 논의에 끌려 들어가면 망한다. 세력 다툼, 당권 경쟁으로 날이 샌다면 당이 날이 샌다.

지금은 마치 6월 2일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 해야 한다. 선거일까지 100여 일, 후보 등록까지 90여 일 남았다. 그 전까지 무엇을 해야 하나. 국민 관심의 중심에 서라. '불통'으로 상징되는 현 정권과 달리 소통의 첨단에 서라. 맏형으로서 연합정치의 선봉에 서라. 대동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지지율 30% 된다. 지방선거 승리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건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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