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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쫓는 선관위, 트위터에 '블록' 당하나

"자동검색시스템으로 선거운동 감시" 발표... 위반시 'URL' 차단

등록|2010.02.12 22:29 수정|2010.02.13 17:51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트위터(가입자들이 단문의 메시지를 주고받는 웹사이트)를 통한 선거운동을 단속하겠다고 발표하자 누리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사전선거운동을 하거나 허위·비방 글을 배포하면 계정을 차단 할 것이라는 중선관위의 방침에 대해 누리꾼들은 '미국에서 서비스 되는 트위터를 어떤 방법으로 차단 할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12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SK브로드밴드, KT QOOK, LG텔레콤 등 인터넷 사업자들과 협조해 해당 계정의 URL(웹 문서의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버들에 있는 파일의 위치를 표시하는 표준)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차단 할 것"이라 밝혔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 인터넷에 접속할 경우 차단된 계정에 접근 할 수 없게 된다.

▲ 선관위의 트위터 제한조치에 누리꾼들이 반발하고 있다 ⓒ 최지용


'규칙' 없는 트위터에 '규칙' 강요하는 선관위

선관위는 지난 11일 트위터(www.twitter.com/nec3939)를 개설하고 6.2지방선거와 관련해 '트위터를 이용하여 할 수 있는 사례와 없는 사례'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이어 12일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외 트위터를 이용하여 선거의 공정성을 심히 저해할 비방·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경우에는 우선 자진 삭제하도록 안내하고 이에 따르지 않은 경우에는 공직선거법 제82조의 규정에 의하여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해당정보 취급의 거부·정지·제한을 요청하여 해당 트위터의 계정을 차단하겠다"고 단속 방안을 발표했다.

이러한 방식의 단속은 '실효성이 없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 누리꾼들의 지적이다. 아이디 'sbroh'는 트위터를 통해 "계정을 차단 당한다고 하는데 구글버즈(구글SNS)에서 위반하면 지메일(구글메일)도 차단 당하나요?"라며 외국의 여러 인터넷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모두 차단 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아이디 'in_futue'는 "선관위는 빅브라더가 되고픈 걸까"라며 선관위가 지나친 통제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누리꾼들의 이 같은 주장은 트위터가 단어 뜻 그대로 아무렇게나 '지저귀는' 곳,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는 곳이라는 의식 때문이다. 아이디 'kmj4u'는 "트위터는 전화수화기나 마찬가지"라며 "트위터를 단속하는 것은 전화통화도 단속하고 술집에서 하는 이야기도 단속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 "선관위 '블록' 설정"... 선관위 "그래도 감시할 수 있다"

선관위가 트위터 단속방안을 밝히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선관위 트위터를 '블록(Block, 차단)' 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또 미국에 있는 트위터 본사에 선관위 계정을 스펨계정으로 신고하자는 누리꾼들도 등장했다.

그러나 선관위 측은 누리꾼들의 이런 행동이 게시물을 단속하는 데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위터를 비롯해 다양한 SNS로 퍼져있는 수많은 계정을 어떻게 관리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선관위측은 "사이버자동검색시스템을 통해 블록이 설정되더라도 충분히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다"고 답했다.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느냐'고 묻자 "사이버자동검색시스템은 금지어를 설정하고 해당 사이트를 스캔해 비방이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게시물을 골라내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개설된 선관위 트위터는 '트위터 이용 제한 사항'을 알리는 단순 홍보용으로 만들어졌을 뿐이다.

선관위 측은 또 단속 대상으로 트위터만 언급한 이유에 대해 "트위터가 대표적인 SNS이기 때문"이라며 "토씨(www.tossi.com)와 미투데이(www.me2day.net) 등 국내 다른 SNS에 대해서도 같은 내용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해당 게시물이 국내 SNS에 게시 됐을 경우에는 서비스 업체와 협조해 해당 게시글 자체를 삭제하겠다는 것이다.

▲ 선관위가 보아, 박중훈 등의 트위터를 폴로잉(Following)하고 있다. ⓒ 최지용


진보정당 "선관위, 보수정당 유리한 판 만들려 억지 부린다"

선관위는 12일 3시 현재 63명의 트위터를 폴로잉(다른 사람이 작성한 메시지를 받아 보는 기능) 하고 있다. 여기에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의 국회의원을 포함한 야당인사 43명과 가수 보아와 윤미래, 배우 박중훈 등의 연예인이 포함되어 있다. 반면 여당 관련 인사는 13명뿐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연예인들을 폴로잉 한 이유에 대해 "단순한 홍보목적"이라고 답했으며, 야당인사들에게 폴로잉이 집중된 이유에 대해서는 "진보적 성향인 야당인사들이 트위터를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장우식 민주노동당 홍보부장은 "온라인에서 자유로운 소통을 보장하고 누리꾼들의 자정능력을 믿으면 된다"며 "보수정당이 유리한 판을 만들려고 하니 억지와 불합리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지안 진보신당 부대변인은 12일 논평을 통해 "트위터 사용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하지 않고서야 가장 기본적인 의사표현의 기회를 규제하는 행위는 있을 수 없다"며 선관위의 방침을 규탄했다. 이와 함께 공직선거법 93조의 개정을 위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 93조는 '선거일전 180일부터는 누구도 후보에 대한 지지, 반대, 추천 등의 내용으로 선전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인터넷UCC를 선거에 이용할 수 없다는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 판결도 이 조항에 근거한 것이다.

정치권과 온라인 상에서는 선관위가 트위터를 통제하고 차단할 것이 아니라 거꾸로 트위터를 통한 선거 관련 논의를 적극 권장해 각 지역 후보에 대한 정책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선관위에서 제시한 '트위터를 이용할 수 있는 사례와 없는 사례"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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