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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백호 타고 홍매를 피웠다

등록|2010.02.14 12:27 수정|2010.02.14 12:27

▲ 유엔공원 경내 홍매꽃이 활짝 피어 참배객을 맞이 하고 있다. ⓒ 황복원


혹독한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피어나는 홍매가 추한 세상 속 봄비 맞으며 희망을 품고 꽃을 피웠다. 황령산은 온통 밤새 내린 하얀 눈으로 덮였다. 설 하루 전 일요일 남구대연동유엔 기념공원 안의 야트막한 정원에 홍매향기가 저만치서 달려온다. 엄동의 추위에도 꽃망울을 잔뜩 부풀렸다가 어느새 토도독 터뜨렸다.

햇살 속 활짝 핀 홍매는 마치 허공에 풍선을 뿌려놓은 듯하다. 긴 겨울의 끝을 기다리며 몸도 마음도 떨었는데, 정녕 봄이 가까이 다가왔다. 홍매는 매운 추위를 딛고 견고하게 자신을 추스르며 봄소식을 먼저 가져다준다. 고통 속에서 피어오른 꽃이라 그런지, 향기 또한 은은하고 맑고 그윽하구나.

▲ 호랑이 등타고 찾아온 봄 홍매를 피웠어요. ⓒ 황복원


추위에 결코 굴하지 않는 당당함으로 어느 꽃보다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홍매를 들여다보면서 이 땅의 만물들과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세상을 지켜내는 소금과 같은 존재로서 말이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자기 한 몸 아랑곳하지 않고 봄의 희망을 전하기 위해 인내하는 모습은 이 땅의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다.

지난 한 해 경제위기의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와 경기회복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도 저 홍매와 같이 갖은 풍상 속에서도 내핍하면서 인고해 온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새해를 맞은 게 어저께 같은데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다. 홍매는 저렇게 꽃망울을 터뜨리며 생명을 노래하는데 우리는 아직도 겨울의 끄트머리에서 봄을 조바심해야 하니. 하지만 세상의 봄은 쉽사리 찾아들 것 같지 않는구나. 때늦은 눈이 산천을 덮고 있으니 말이다.

▲ 모진 겨울을 잘 견디고 피어난 홍매야 인간에게 희망을 주어 고맙다. ⓒ 황복원


설이 내일이다. 인간에게는 설이 있어, 또 한 번 출발의 기회를 갖는다. 이번 설에는 온 국민이 홍매 꽃망울 터뜨리듯 희망을 피워 올렸으면 좋겠다. 부자도 가난한 이웃과 희망을 나눌 수 있는 그런 각오를 다졌으면 한다. 무엇보다 이 땅의 모든 국민들이 스스로가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자부심으로 시련을 이겨내고 온 세상에 향기를 뿜어내는 홍매의 정신을 음미해 보시기를 간절히 바랄뿐이다.

한편 붉게 타오르는 불꽃 마냥 눈이 부시도록 피어나서 공원을 찾는 참배객들에게 숙연함을 보이고 있다. 매년 이 꽃은 부산에서 제일 먼저 핀다. 그래서 사진기자들이 봄맞이 기사로는 최고의 작품이 되고 있다. 관광객에게는 눈요기와 볼거리제공을 하는 귀한 봄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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