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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팔을 잃고도 세상에 단 하나뿐인 구두를 만드는 구두장이

남궁정부, 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등록|2010.02.15 10:52 수정|2010.02.15 10:52
남궁정부는 구두장이다.
수제화가 인기를 끌던 70,80년대에 여기저기서 스카우트 제안을 받던 구두 장인이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수제화가 사라지면서 살림살이도 빈궁해졌다.

하필 힘든 때에 불행한 일까지 겹쳤다.
지하철역에서 추락해서 오른쪽 팔마저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남궁정부는 좌절하지 않고 의수를 만들러 갔다. 그러나 의료보조기상 사장은 남은 팔이 너무 짧아 의수마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장과 말을 주고받던 사이에 자신이 구두장이였다는 말이 튀어 나왔다. 사장은 장애인 신발을 한 번 만들어보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동정하듯이 말을 내뱉었다.

그는 옳거니 하면서 "그래. 나는 오른팔이 없는 게 아니라 오른팔만 없는 거지.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어. 한 번 해보자"라고 다짐했다.

▲ 한국의 고집쟁이들, 남궁정부 ⓒ 정철상




마음을 다지고 처음으로 시작한 일은 젓가락질과 글씨 연습이었다. 밥상은 어린아이처럼 온통 흘린 반찬과 밥풀로 매일 난장판이 됐다. 하지만 그는 젓가락질을 멈추지 않았다. 글씨도 'ㄱ, ㄴ, ㄷ'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왼손만으로 가위질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가죽을 자르다가 자신의 허벅지를 쑤셔 크게 다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세창정형제화연구소'라는 가게 간판을 내걸었다. 가게를 연지 6개월 만에야 첫 손님이 찾아왔다. 한쪽 다리가 8센터미터나 짧은 손님의 뒷굽을 높여주는 작업이었다. 작업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하지만 이 작업으로 "나도 남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

그로부터 웨딩마치를 하는 게 소원이었던 소아마비 소녀에게 신발을 만들어 준 일도 있었고, 기형적인 발로 태어나 한 번도 구두를 신어보지 못한 남자에게도 특별한 구두를 만들어줬다. 그러나 가게 문을 닫을 정도로 경제적 형편이 안 좋아졌다. 그러자 단골손님들이 똘똘 뭉쳐 3천만 원 통장을 내밀었다. 자신들을 위해서라도 계속해서 구두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서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왼손 한 손으로만 만든 구두가 5만 켤레를 넘었다고 한다. 남궁정부 선생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건장한 사람도 오르기 힘들다는 히말라야 등정에 도전한다. 함께 길을 나선 절단 장애인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4700km에 이르는 칸진리의 정상을 정복했다. 그는 동행한 장애인들에게 "우리는 해냈어. 할 수 있어. 우리 모두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자"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온 몸이 멀쩡한 사람들도 조그만 역경에도 좌절하고 쓰러져 일어서질 못한다. 그러나 외팔장인 남궁정부 선생은 오직 팔 하나가 없어졌을 뿐이라고 발상의 전환을 한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그의 의지 앞에서 정작 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깊이 반성하게 됐다. 오늘 하루라도 사람들에게 필요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다짐해본다.

참고문헌 :  <한국의 고집쟁이들, 박종인>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개인블로그 정철상의 커리어노트(careernote.co.kr)과 다음뷰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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