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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부끄러운 우리 문화재 쉼터

괴산 애한정 일대 쉼터 잡풀만 그득해

등록|2010.02.16 10:05 수정|2010.02.16 10:05

옛 애한정애한정의 앞에 있는 옛 애한정. 현재 애한정은 이 건물의 되에 있으며, 이 일대가 쉽터로 되어 있다. ⓒ 하주성




설을 지나고 나서 꼭 가보려고 생각한 몇 곳을 돌아보리라 마음을 먹고 길을 나섰다. 생각보다 막히지가 않는 길을 따라, 답사를 떠나는 길은 항상 가슴 벅찬 기대를 하게 만든다. 답사를 다니다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화재 하나를 찍을 수만 있다면,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그래서 남들이 무엇이라고 하든지, 명절 연휴인데도 난 답사를 떠나는가 보다.

번듯한 정자를 오르는 길이 이래서야

괴산군 괴산읍 검승리에는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50호인 애한정이 있다. 애한정은 광해군 6년인 1614년에, 처음으로 지은 유서깊은 정자이다. 괴강교를 지나 괴강삼거리에서 19번 도로를 따라 가다가 보면 좌측 언덕 위에 애한정이 있다. 이 애한정에는 애한정 쉼터가 있으며,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 고목이 쉼터로 오르는 계단 옆에 자리한다.

박상진 효자각애한정을 오르는 길목에 있는 박상진의 효자각. 덤불이 우거져 발을 옮길 수가 없다. ⓒ 하주성



계단효자각으로 오르는 계단. 발을 옮길 수가 없다. 지난 해 한 번도 관리를 하지 않은 듯하다. ⓒ 하주성




이곳 애한정을 오르는 계단 우측에는, 고종 28년인 1891년에 세워진 박상진의 효자문이 있다. 박상진은 애한정을 세운 박지겸의 9대손이다. 그런데 이 박상진의 정효각을 오르는 계단은, 지난해 자랐던 잡풀이 우거져 오를 수가 없다. 한번도 주변 정리를 하지 않은 듯하다. 옆으로 돌아가 보니, 의미 있는 효자문의 보존이 엉망이다. 효자 정려는 비뚤어져 있고, 살창은 다 부러져 있다.

효자문 안에도 잡풀이 우거져, 보호철책의 문이 열리지를 않는다. 안을 들어가 보니 엉망이다. 아무리 비지정 문화재라고는 하지만, 이 박상진의 효자문은 뒤에 있는 애한정과 더불어, 이곳을 관광할 때 둘러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소중한 관광자원이다.

현판동몽교관으로 추증을 한 박상진의 료자 정려. 그런데 한편으로 삐뚤어져 있다. ⓒ 하주성



받침정려를 받치고 있는 기둥이 허공에 떠 있다. 효자문의 살창은 부러져 나뒹굴고. ⓒ 하주성




손가락을 잘라 부친을 살린 효자


박상진의 본관은 함양이다. 어려서부터 효성이 지극한 박상진은, 품팔이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부모님께 효도를 다했다. 그의 부친이 술을 즐겨마셨는데, 가정 형편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계속 술을 마실 수 있도록 하였다. 후에 부친이 노환으로 병석에 눕게 되자, 백방으로 치료약을 구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약이 효험이 없이 부친은 위독한 지경에 이르렀다. 효자 박상진은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 피를 부친에게 먹여 연명케 하였다. 부친이 별세하자 3년 동안 피눈물로 나날을 보냈다고 한다. 그의 나이 85세가 되어서도, 부모의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러한 그의 효심을 충청도의 선비들이 예조에 올리자, 조정에서는 그의 효행을 널리 알리고자 하였다. 그래서 '동몽교관조봉대부' 란 벼슬을 추증하고, 효자 정문을 세웠다.

애한정의 앞에는 동몽선습비가 세워져 있다. 애한정을 세운 박지겸은 애한정을 학동들을 가르키는 장소로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박상진에게도 '동몽교관'이라는 벼슬을 추증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동몽선습비를 세운 것도, 박상진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박상진의 효자정려각은 보기 흉하게 훼손이 되었다. 여기저기 세워놓고, 보존이 되지 않는 역사의 자료들. 마음이 아프다.

동몽선습비애한정 앞에 있는 동몽선습비. 박상진과 관계가 있다. ⓒ 하주성




애한정으로 오르는 길은 덤불더미

박상진의 정려각을 뒤로하고 애한정으로 오르려고 하니, 이런 세상에, 길이 보이지를 않는다. 나무로 만든 계단이 있지만, 얼마나 관리를 하지 않았는지 계단이 덤불에 가려 보이지를 않는다. 겨우 한발씩을 내딛지만, 덤불이 발에 감겨 발을 땔 수가 없다. 몇 번인가를 넘어져가면서 겨우 위로 올랐다. 쉼터라고 푯말까지 붙여놓고 이렇게 관리를 하다니. 만일 이곳을 찾은 외국인이라도 이런 모습을 보았다면, 얼마나 낯부끄러운 일인가?

기분 좋게 떠나온 답사 길이 우울해진다. 보고 싶었던 몇 곳 중에 한곳이라 명절 연휴에 길을 나섰는데, 이렇게 첫걸음부터 기분을 망쳐놓다니. 나오는 길에 주민에게 물어보았다. '언제부터 저렇게 망가졌는냐.'고, 꽤 되었다는 대답이다. 관리를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관리를 했으면 저런 꼴이겠느냐고 한다.

쉼터표지애한정 일대를 쉼터로 한 표지. 그러나 정리가 되지 않아 쉼터의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 하주성



계단넝클로 뒤덮힌 계단. 나무 계단이 있으나 뒤닾힌 넝쿨 등으로 인해 계단이 보이지 않는다. ⓒ 하주성



계단을 오르는데 우거진 넝쿨더미가 발에 잠겨 몇 번인가 너머졌다. ⓒ 하주성




비지정이라고 해도 주변 문화재와 관련이 된다고 하면, 그도 문화재의 한 부분이다. 꼭 지정을 해야만 문화재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방치된 효자각과 정자로 오르는 길. 하루 빨리 시정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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