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흥~" 호랑이가 다닌다는 28굽이 차마고도
[여행] 하바쉐산과 위룽쉐산 사이로 이어지는 16km 협곡 '후타오샤'
후탸오샤(虎跳峽;Tiger Leaping Gorge) 협곡은 중국 윈난성에서 티베트로 가는 차마고도의 험준한 길이다. 해발 5396m의 하바쉐산(哈巴雪山)과 5596m의 위룽쉐산(玉龍雪山) 사이에 이어지는 16km의 협곡은 뉴질랜드의 밀포드 코스, 페루 마추픽추로 가는 잉카 트레일과 함께 세계 3대 트레킹 코스로 트레커들 사이에는 널리 알려진 곳이다. 후탸오샤는 윈난성의 차를 싣고 티베트로 가던 마방들의 자취를 따라가는, 실크로드보다 오래된 차마고도의 일부다. 푸른빛 금사강의 물길을 따라, 만년설을 바라보며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협곡으로 들어가는 길은 윈난성 여행의 백미중 백미다. |
▲ 호도협 트레킹중국 윈난성에서 티베트로 가는 차마고도에 있는 호도협은 호랑이가 건너다닌다는 깊고 험준한 협곡이다. 하파 쉐산과 위룽쉐산 사이에 양쯔강 상류 금사강이 흐르는 협곡은 뉴질란드 밀포드, 페루 마추픽추로 가는 잉카트레일과 함께 세계 3대 트레킹 코스의 하나로 절경을 이루고 있다. ⓒ 최오균
워낭소리 울리는
천년의 길 차마고도!
협곡은 깊고 험준한데
기막힌 절경이 유혹을 하네.
호랑이가 점프를 하여 건너다닌다는
하파쉐산과 위룽쉐산의 깊고 계곡
양쯔강이 노도와 같이 흐르며
천년 세월을 노래하네.
▲ 차마고도의 일부인 호도협 트레킹 중에 만난 나시족 부부 ⓒ 최오균
차마고도로 가는 길, 세계 3대 트레킹 코스 중 하나
▲ 하파쉐산과 위룽쉐산 사이의 호도협은 세상에서 가장 깊은 협곡으로 절경을 이룬다. ⓒ 최오균
윈난성에서 티베트로 향하는 차마고도는 흔히 시솽반나(西雙版納)에서 푸얼스(普耳市)를 지나 따리, 리장, 샹그릴라를 거쳐 라싸로 간다. 그 중 후탸오샤 계곡은 리장에서 샹그릴라로 향하는 금사강 길목에 자리 잡고 있다. 호랑이가 점프를 하여 건너다닌다는 후탸오샤는 금사강의 상류와 하류의 낙차가 170m에 이르러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협곡 중 하나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오전 7시 30분. 일찍 리장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매리쉐산 행 버스를 탔다. 매리쉐산은 티베트로 넘어가는 차마고도의 정점이다. 우리는 형편이 허락된다면 매리쉐산을 넘어 라싸로 들어가려고 계획하고 있다. 우리가 티베트로 가는 도중 트레킹을 하는 이유는 후탸오샤의 경관이 뛰어나다는 말을 들어서이기도 했지만, 고도 4000m가 넘는 라싸로 들어가기 위한 전지훈련이란 측면도 있었다.
버스가 첩첩산중 길을 2시간을 넘게 달려가자 후탸우샤 입구인 차오터우에 이른다. 차오터우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우람하게 우뚝 서 있는 위룽쉐산의 위용이다. 야채를 파는 나시족 여인에게 지도를 내밀며 길을 물으니 유쾌하게 웃으며 강 건너 편을 가리킨다. 거리에는 우산처럼 큰 모자를 쓴 여인이 이국적인 냄새를 물씬 풍기며 걸어 다닌다. 햇빛도 가리고 비도 막아주고, 여인이 쓴 모자는 매우 편리하게 보였다.
워낭소리 울리는 천년 차마고도의 길
▲ 차오타우 마을에서 만난 원주민은 우산처럼 생긴 모자를 쓰고 있었다. ⓒ 최오균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체조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데 마부가 말을 끌고 오며 다시 유혹을 했다. 아무래도 아내가 힘들어 할 것 같아 100위안에 말 한필만 대여를 했다. 마부는 아주 순박하게 보이는 나시족이다. 아내를 말에 태우고 나는 말의 뒤를 따라갔다. 그런데 또 다른 마부가 워낭 소리를 요란하게 울리며 내 뒤를 따라온다. 나도 말을 타라고 눈짓을 한다. 내가 타지 않겠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그는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빙긋이 웃으며 따라온다. 두 개의 강이 합쳐지는 델타지구에는 계단식 다랑논이 물력을 이루듯 펼쳐져 있었다. 밭에 심은 농작물은 대부분 참깨였다.
▲ 워낭소리 울리는 차마고도. 마방이 "V"자를 그으며 따라오고 있다. ⓒ 최오균
▲ 세계 3대 트렝킹 코스의 하나. 젊은이들이 차마고도의 길인 호도협 걷고 있다. ⓒ 최오균
▲ 양쯔강 상류인 진사강을 따라 흐르는 계곡에 다랑논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 최오균
2시간여를 걸었을까? 돌담을 쌓아 지은 나시객잔(納西客棧)이 나왔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나시객잔에서 점심을 먹었다. 말도 한가롭게 풀을 뜯는다. 객잔 입구에는 패놓은 장작을 쌓아 놓았는데, 그게 처마에 닿아 산골의 운치를 더해 줬다.
말리기 위해 처마에 걸어놓은 옥수수와 고추가 풍요로움을 더해줬다. 게스트 하우스 정원에는 장미꽃이 피어 있었고 댓돌에는 '한국인 환영'이라고 써 있었다. 최근 한국인 트레커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증거다. 보이차의 향을 음미하며 차를 한 잔 마시고 다시 길을 나섰다.
▲ 나시객잔의 장작더미 ⓒ 최오균
▲ 나시객잔 처마에 매달아 놓은 옥수수 ⓒ 최오균
스물여덟굽이를 돌아오르는 험준한 길
후샤오타는 '28굽이돌이'를 돌아가는 스릴만점의 트레킹 코스다. 길을 걷는 내내 오른쪽에는 위룽쉐산이, 왼쪽으로는 하바쉐산이 따라온다. 샹그릴라에서 리장까지 뻗어있는 위룽쉐산은 히말라야 산맥의 일부다. 위룽쉐산(玉龍雪山) 13개 봉우리는 마치 한 마리 용이 누워있는 모습과 흡사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길은 급경사를 이루며 점점 험해졌다. 이제부터 최대의 난 코스인 28개의 굽이를 돌아가며 정상으로 올라가야 한다. 뒤를 돌아보니 좁은 트레킹 길을 따라 여행자들이 점점이 따라 오고 있다. 나시족 부부가 등에 뭔가를 지고 지나갔다. 그들은 사람을 만나면 그저 빙그레 웃을 뿐 별 말이 없다. 이따금 나시족의 돌무덤이 보일뿐 길은 적막하다. 정상에 가까이 갈수록 점점 숨이 가빠졌다.
▲ 28굽이를 돌아 올라가면 호랑이가 점프를 하여 건너갔다는 해발 2670m의 고갯길 정상이 나온다 ⓒ 최오균
▲ 호랑이가 뛰어 건너갔다는 협곡을 표시하는 바위 ⓒ 최오균
숨을 헉헉 거리며 정상에 올라서니 탄성이 절로 나왔다. 코앞에 바짝 다가온 위룽쉐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진다. '號跳峽'이라고 세워진 팻말 아래 금사강이 흰 거품을 물고 휘몰아치고 있다. 옛날에 이곳에서 호랑이 한 마리가 금사강을 뛰어 넘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정상의 원두막에서는 간단한 음료와 과일, 과자 등을 팔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깊고 험준한 협곡
여기서부터는 내리막길이다. 내리막길에는 말이 없다. 마음씨 좋은 마부와 워낭소리 울리는 말과도 헤어져야 했다. 잠시 동안이지만 어느새 마부와 정이 들었는지 아내는 이별을 아쉬워했다. "아키라, 쎄쎄(고맙소)" 마방의 이름은 아키라라고 했다. 그와 말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기념 사진을 찍었다. 아키라는 싱긋 웃으며 손을 흔든다. 워낭 소리가 멀어져 갔다.
▲ 함께 협곡을 걸어온 마방 "아키라" ⓒ 최오균
고갯길 정상에서 1시간여를 내려가니 차마객잔(茶馬客棧;Tea House G. H)이 나왔다. 여기까지 오는 내내 이정표 역할을 했던 게스트 하우스다. 대나무가 어우러진 차마객잔은 한 폭의 그림이다. 잣나무 낙엽을 긁어모아 쌓아 놓은 더미가 산사의 풍경을 더욱 이채롭게 했다. 처마 밑까지 쌓아 올린 장작더미, 굴뚝 사이로 보이는 위룽쉐산의 풍경이 장관을 이뤘다. 경사진 언덕으로 실핏줄처럼 나 있는 길이 아슬아슬하게 보인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무열매가 푸른 하늘에 열려 있다.
차마객잔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길을 나서니 사람 얼굴모양을 한 기암괴석이 나타났다. 깎아지른 기암괴석 밑에 한 나시족 남자가 홀로 앉아 있다. 염소몰이를 하러 나온 나이든 목동이다. 기암괴석 밑으로는 뱀처럼 꼬불꼬불한 길이 금사강까지 나있다. 위룽쉐산은 여전히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따라온다.
▲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건너편 위룽쉐산 협곡 ⓒ 최오균
중도객잔(Halfway Hotel)을 지나 모퉁이를 돌아서니 폭포소리가 요란하다. 하파쉐산에 쌓여 있던 눈이 녹아 물이 돼 흘러내리면서 내는 소리였다. 부서지는 물보라에 온갖 시름이 사라졌다. 귓전을 잡아 흔드는 물소리에 세상의 온갖 소음이 잠겨버린다. 거기엔 물소리와 나와 아내만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 힘들었던 여정도 물소리에 풀려나간다. 천년을 이어온 워낭소리마냥 싱그럽기만 한 물소리!
"원더풀!"
"시원해요!"
절로 나오는 감탄사! 풍경에 압도되면 사람은 엔도르핀의 4000배가 넘는 다이놀핀이 솟아 나온다고 했다. 저 폭포 속에 부서지는 하얀 물보라가 마치 모두 다이놀핀처럼 보였다. 저 다이놀핀이 아내의 난치병을 치료해 주리라! 폭포 근처에는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곱디고운 야생화의 미소가 어찌 그리 귀엽고 반가운지…. 생명은 이렇게 고귀한 것이다. 폭포의 물보라에 힘을 얻어 다시 길을 재촉했다.
▲ 하파쉐산의 눈녹은 물이 흘러 내리는 폭포 ⓒ 최오균
▲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폭포수가 아찔하기만 하다 ⓒ 최오균
급경사를 1시간여 내려가니 이윽고 이날 묵을 티나 게스트하우스(中峽客棧)가 나왔다. 티나 게스트 하우스에 여장을 푸니 오후 6시 30분이다. 8시간 30분에 걸친 트레킹이었다. 티나 하우스에서, 다리에서 만났던 한국인 강씨와 장씨를 다시 만났다. 인연의 골은 깊다. 사람은 언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 줄을 모른다. 재래식 화장실이 향기를 내품는 티나 하우스에선 금사강의 물 흘러내리는 소리가 밤새 요란하게 들렸다. 물소리를 자장가 삼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니 피로가 말짱하게 풀려 기분이 상쾌했다. 보이차에 나시족 음식 '바바'로 아침을 먹었다. 티나 하우스에서는 다시 중도협까지 가는 트레킹 코스가 있다. 그 길을 계속 따라 가면 석회암 지대인 바이수이타이(白沙)에 이르렀다.
▲ 호도협에 핀 야생화 ⓒ 최오균
▲ 티나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나시족 할아버지와 손자 ⓒ 최오균
두 한국인 강씨와 장씨는 바이수이타이까지 간다며 먼저 떠났다. 그들은 여기서 8시간정도가 소요되는 트레킹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음날 아침 티나 하우스에서 차우터우로 가는 빵차를 탔다. 빵치는 1인당 10위안씩을 받았다.
호도협 트레킹만으로도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멋진 길이 아닌가! 차우터우에서 다시 리장으로 가는 버스는 쉽게 오지 않았다. 워낙 오지이기 때문에 버스가 자주 없다고 한다. 10여명의 여행자들이 거리에서 버스를 기다렸지만 버스는 오지 않았다.
여행자 중에서 프랑스에서 온 남자가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그는 차우터우에 있는 미니버스를 섭외를 해서 가자고 했다. 공용버스는 더 이상 오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는 어디론가 가더니 버스를 구했다고 한다. 기다리는 동안 사람은 더 모여서 15명 정도 되었다. 우리는 1인당 15 위안을 주고 프랑스인이 섭외를 해온 미니버스를 탔다. 호도협 트레킹은 영원히 기억을 남을 아름다운 길이다.
▲ 호도협 트레킹 지도 ⓒ 최오균
트레킹코스와 찾아가는 법 |
●트레킹코스 안내 트레킹은 하바쉐산의 허리를 가로지르며 걷는 약 22km 길이. 금사강의 옥빛 물결과 위룽쉐산의 은빛 봉우리를 바라보며 걷는다. 최소 1박 2일, 걷는 데만 11시간 이상 소요된다. 협곡의 폭이 가장 좁은 상도협의 한 곳에는 호랑이가 딛고 건너뛰었다는 호도석(虎跳石)이 서 있다. ●찾아가는 법 윈난성의 쿤밍까지 인천공항에서 직항편이 있다. 쿤밍에서 리장까지는 국내선 비행기로 50분 정도, 또는 버스로 8시간이 걸린다. 리장 버스터미널에서 호도협 입구인 차오타오까지 버스로 2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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