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연쇄살인] 절강성 갑부의 애첩과 남성 미인계
김갑수 통일추리소설 BK연쇄살인사건 -55회- 우도외도
유천일의 설명에 의하면 양성반점은 중국 관청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여사장은 이미 북한 국적을 버리고 중국인으로 귀화했다고 했다. 게다가 절강성 갑부라는 사람 하나가 가끔 양성반점에 들른다고 했다. 여사장은 그 절강성 갑부의 애첩이라는 소문이 나돈다고 했다.
"영파시청에서 그녀의 뒤를 봐 준다고 합니다."
그러니 명백한 물증을 제시하지 않고는 그녀를 체포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며칠 후 조수경은 김인철과 벤츠 오픈카에 앉아 있었다. 김인철로부터 전화가 온 것은 어제 저녁이었다.
"선배님, 저와 드라이브나 한 번 하시지요."
조수경은 택시를 타고 약속 장소인 보타산 관음사로 가 김인철을 만났다. 송림이 울창했고 나무들 사이로 바다와 섬들이 보였다.
"보통 경치가 아니네."
"중국 불교 4대 성지 중의 하나랍니다. 선배님 저기 보이는 바위의 이름이 신라초입니다."
"우리나라 신라?"
"그렇습니다. 신라의 승려와 무역상들이 많이 드나들었다고 합니다. 그들의 배 한 척이 저 바위에 부딪혀 파손해서 신라초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입니다. 사찰은 언제나 명당에 자리를 잡지요. 한국의 낙산사는 여기 관음사를 모델로 하여 지었습니다. 이상 모두 양성반점 여사장에게 들은 겁니다."
"만났군."
"어제 이 차로 이곳에서 드라이브를 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틀 연속 미인과 바닷가를 벤츠 오픈카로 드라이브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했지?"
김인철은 작은 비닐봉지를 햇빛 속으로 들어 보였다.
"여사장이 이 핸들에 묻힌 지문입니다."
"틀림없이 접선하는 사람이 있을 거야."
조수경은 김인철을 양성반점이 있는 동항대호텔로 돌려보냈다.
유천일은 북한 인민보안성에 연락을 취하여 이상준의 서랍에서 채취된 지문을 컴퓨터로 전송받았다. 두 지문을 비교한 안동준은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동일한 지문입니다."
며칠 동안 김인철은 더 이상 뚜렷한 정보를 알아내지 못했다. 그 사이 유천일과 안동준은 중국 공안부와 교섭하여 지문을 증거로 양성반점 여사장에 대한 비밀 체포영장을 확보했다. 조수경은 우두외도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하지만 자료가 빈약할 뿐더러 그나마 있는 자료들도 이런저런 추정뿐이어서 섣불리 믿기가 어려웠다. 조수경은 우두외도에 관한 여러 정보를 취합하여 요약해 보았다.
- 우두외도는 저우산군도 우두외양(牛頭外洋)의 동쪽 끝 언저리에 있는 8개의 섬이다. 형상이 소의 머리 같기도 하려니와, 소의 머리처럼 이것저것 먹을 게 다양하고 풍부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우두외도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사실은 우두외도를 직접 눈으로 본 사람은 없다, 직접 본 사람이 없으니 이 섬은 무인도임이 분명할 터이다.
우두외도 부근에는 맑은 날에도 짙은 안개가 끼어 있다. 그러므로 가까이 지나가는 배조차도 섬의 실제 모습을 보지 못한다. 안개는 밤에도 걷히지 않으므로 사람들은 그 섬을 찾을 길이 없다. 한 달에 한 번, 밤하늘이 칠흑 같아지는 그믐에만 안개가 걷힌다는 설이 있으나 이것도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우두외도 주변의 바닷물은 검다. 황해에는 네 가지 빛깔의 바다가 있다. 황해의 남부는 백수양과 청수양이고 북부는 황수양과 흑수양이다. 해류의 이동이 절묘해서 흑수양에서 배를 띄우면 동력이 없이도 표류하여 이틀 만에 한국의 황해도나 경기도 해안에 다다른다고 한다. 반면 한국의 남부 지역인 전라도 해안에서 배를 띄우면 역시 동력 없이도, 백수양과 흑수양을 통과할 경우 사흘 만에 우두외도에 표착할 수 있다.
우두외도에 가 본 사람은 이제껏 없다. 사람들은 이야기와 그림으로만 이 섬을 알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섬에 뭔가 대단한 것이라도 있는 양 부풀리기를 즐겨한다. 소문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해 왔을 터이다. 우두외도는 실체가 없는 풍문 속의 한낱 개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섬은 마치 전설 속의 유니콘처럼 동중국해 바닷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유천일은 양성반점 여사장을 체포하여 신문하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수경도 그런 생각을 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를 체포한다고 하더라도 중국 국적자를 북한으로 송환해 갈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기껏해야 중국 공안부에서 신문해야 할 터였다. 그녀가 배후에 대해 입을 열지 않을 경우, 겨우 살인 사건 하나만을 해결하는 의미밖에는 없었다.
"인내를 가지고 더 기다려 보십시다."
북한에서 평범한 처녀였던 그녀가 국가안전보위부 간부를 독살하고 탈출하여 단기간에 중국 국적을 취득하고, 버젓이 대형 음식점의 사장을 하고 있는 데에는 필경 뒤를 봐 주고 있는 배후가 있을 터였다. 그렇다면 그 배후는 상당한 실력을 갖춘 자일 것이다. 무엇보다 그 배후는 남·북에서 일어난 전체 사건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고 보아야 한다. 범인들을 일망타진하고 사건을 일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끌더라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김인철에게서 핸드폰이 왔다. 60대 남자가 양성반점에 찾아들었다는 것이었다. 그는 진 회장으로 호칭되었는데 여사장에게 극진한 예우를 받고 있다고 했다. 야간에 정탐한 결과 진 회장과 여사장은 같은 방에서 지냈다고 했다. 진 회장은 호텔에서 이틀을 묵고 떠났다고 했다. 그런데 김인철은 그를 미행하다가 놓쳐 버렸다는 것이었다.
"바다에 가서 배를 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지금 후배 있는 데가 어디지?"
"선착장입니다."
"거기 있어. 내가 그곳으로 갈게."
조수경은 호텔 리무진을 불렀다. 그녀는 유천일에게 간단히 상황을 설명한 후 차에 올랐다. 그녀는 깊은 생각에 잠겨 들었다. 진 회장의 본거지를 알아내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가 배를 타고 갔다면 우두외도일 가능성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하지만 확인 없이 우두외도를 찾아 나설 수는 없었다.
조수경은 진 회장을 다시 호텔로 오게 만드는 방법을 궁리했다. 먼저 김인철로 하여금 여사장에게 더 접근시켜 그녀의 마음을 얻어내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었다. 말하자면 '남성 미인계'라고 할 수 있었다. 눈치로 보아 여사장은 김인철에게 이성적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조수경이 벤츠 오픈카를 렌트해 보낸 이유를 김인철도 잘 알고 있었다. 썩 내키는 방법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 사장을 아무 대책 없이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조수경은 김인철을 바닷가 회집으로 데려갔다.
"후배, 잘 들어. 사건 해결이 후배한테 달려 있어."
"여자는 진 회장의 존재를 나에게 숨겼어요."
"둘 중 하나일 거야. 진 회장을 보호하려고 했든지 아니면 후배에게 호감이 있어서 그랬든지."
"어떻든 저는 모르는 척했습니다."
"시간을 끌 수가 없어. 만약 여자가 후배의 뒷조사를 한다면 일이 어려워져."
"하기야 조사는 우리만 하는 게 아닐 테니까요."
"맞아. 그런 여자는 남자를 좋아하면서 동시에 조사하는 타입이거든. 일단 여자의 환심을 얻어야 해."
"그럼 어떻게 할까요? 저보고 바닷가의 로맨스를 만들어 보라는 건 아니겠지요?"
"왜, 자신 없어?"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그런 여자는 로맨스보다 더 좋아하는 게 있어."
"영파시청에서 그녀의 뒤를 봐 준다고 합니다."
그러니 명백한 물증을 제시하지 않고는 그녀를 체포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며칠 후 조수경은 김인철과 벤츠 오픈카에 앉아 있었다. 김인철로부터 전화가 온 것은 어제 저녁이었다.
"선배님, 저와 드라이브나 한 번 하시지요."
조수경은 택시를 타고 약속 장소인 보타산 관음사로 가 김인철을 만났다. 송림이 울창했고 나무들 사이로 바다와 섬들이 보였다.
"보통 경치가 아니네."
"중국 불교 4대 성지 중의 하나랍니다. 선배님 저기 보이는 바위의 이름이 신라초입니다."
"우리나라 신라?"
"그렇습니다. 신라의 승려와 무역상들이 많이 드나들었다고 합니다. 그들의 배 한 척이 저 바위에 부딪혀 파손해서 신라초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입니다. 사찰은 언제나 명당에 자리를 잡지요. 한국의 낙산사는 여기 관음사를 모델로 하여 지었습니다. 이상 모두 양성반점 여사장에게 들은 겁니다."
"만났군."
"어제 이 차로 이곳에서 드라이브를 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틀 연속 미인과 바닷가를 벤츠 오픈카로 드라이브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했지?"
김인철은 작은 비닐봉지를 햇빛 속으로 들어 보였다.
"여사장이 이 핸들에 묻힌 지문입니다."
"틀림없이 접선하는 사람이 있을 거야."
조수경은 김인철을 양성반점이 있는 동항대호텔로 돌려보냈다.
유천일은 북한 인민보안성에 연락을 취하여 이상준의 서랍에서 채취된 지문을 컴퓨터로 전송받았다. 두 지문을 비교한 안동준은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동일한 지문입니다."
며칠 동안 김인철은 더 이상 뚜렷한 정보를 알아내지 못했다. 그 사이 유천일과 안동준은 중국 공안부와 교섭하여 지문을 증거로 양성반점 여사장에 대한 비밀 체포영장을 확보했다. 조수경은 우두외도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하지만 자료가 빈약할 뿐더러 그나마 있는 자료들도 이런저런 추정뿐이어서 섣불리 믿기가 어려웠다. 조수경은 우두외도에 관한 여러 정보를 취합하여 요약해 보았다.
- 우두외도는 저우산군도 우두외양(牛頭外洋)의 동쪽 끝 언저리에 있는 8개의 섬이다. 형상이 소의 머리 같기도 하려니와, 소의 머리처럼 이것저것 먹을 게 다양하고 풍부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우두외도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사실은 우두외도를 직접 눈으로 본 사람은 없다, 직접 본 사람이 없으니 이 섬은 무인도임이 분명할 터이다.
우두외도 부근에는 맑은 날에도 짙은 안개가 끼어 있다. 그러므로 가까이 지나가는 배조차도 섬의 실제 모습을 보지 못한다. 안개는 밤에도 걷히지 않으므로 사람들은 그 섬을 찾을 길이 없다. 한 달에 한 번, 밤하늘이 칠흑 같아지는 그믐에만 안개가 걷힌다는 설이 있으나 이것도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우두외도 주변의 바닷물은 검다. 황해에는 네 가지 빛깔의 바다가 있다. 황해의 남부는 백수양과 청수양이고 북부는 황수양과 흑수양이다. 해류의 이동이 절묘해서 흑수양에서 배를 띄우면 동력이 없이도 표류하여 이틀 만에 한국의 황해도나 경기도 해안에 다다른다고 한다. 반면 한국의 남부 지역인 전라도 해안에서 배를 띄우면 역시 동력 없이도, 백수양과 흑수양을 통과할 경우 사흘 만에 우두외도에 표착할 수 있다.
우두외도에 가 본 사람은 이제껏 없다. 사람들은 이야기와 그림으로만 이 섬을 알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섬에 뭔가 대단한 것이라도 있는 양 부풀리기를 즐겨한다. 소문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해 왔을 터이다. 우두외도는 실체가 없는 풍문 속의 한낱 개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섬은 마치 전설 속의 유니콘처럼 동중국해 바닷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유천일은 양성반점 여사장을 체포하여 신문하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수경도 그런 생각을 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를 체포한다고 하더라도 중국 국적자를 북한으로 송환해 갈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기껏해야 중국 공안부에서 신문해야 할 터였다. 그녀가 배후에 대해 입을 열지 않을 경우, 겨우 살인 사건 하나만을 해결하는 의미밖에는 없었다.
"인내를 가지고 더 기다려 보십시다."
북한에서 평범한 처녀였던 그녀가 국가안전보위부 간부를 독살하고 탈출하여 단기간에 중국 국적을 취득하고, 버젓이 대형 음식점의 사장을 하고 있는 데에는 필경 뒤를 봐 주고 있는 배후가 있을 터였다. 그렇다면 그 배후는 상당한 실력을 갖춘 자일 것이다. 무엇보다 그 배후는 남·북에서 일어난 전체 사건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고 보아야 한다. 범인들을 일망타진하고 사건을 일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끌더라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김인철에게서 핸드폰이 왔다. 60대 남자가 양성반점에 찾아들었다는 것이었다. 그는 진 회장으로 호칭되었는데 여사장에게 극진한 예우를 받고 있다고 했다. 야간에 정탐한 결과 진 회장과 여사장은 같은 방에서 지냈다고 했다. 진 회장은 호텔에서 이틀을 묵고 떠났다고 했다. 그런데 김인철은 그를 미행하다가 놓쳐 버렸다는 것이었다.
"바다에 가서 배를 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지금 후배 있는 데가 어디지?"
"선착장입니다."
"거기 있어. 내가 그곳으로 갈게."
조수경은 호텔 리무진을 불렀다. 그녀는 유천일에게 간단히 상황을 설명한 후 차에 올랐다. 그녀는 깊은 생각에 잠겨 들었다. 진 회장의 본거지를 알아내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가 배를 타고 갔다면 우두외도일 가능성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하지만 확인 없이 우두외도를 찾아 나설 수는 없었다.
조수경은 진 회장을 다시 호텔로 오게 만드는 방법을 궁리했다. 먼저 김인철로 하여금 여사장에게 더 접근시켜 그녀의 마음을 얻어내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었다. 말하자면 '남성 미인계'라고 할 수 있었다. 눈치로 보아 여사장은 김인철에게 이성적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조수경이 벤츠 오픈카를 렌트해 보낸 이유를 김인철도 잘 알고 있었다. 썩 내키는 방법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 사장을 아무 대책 없이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조수경은 김인철을 바닷가 회집으로 데려갔다.
"후배, 잘 들어. 사건 해결이 후배한테 달려 있어."
"여자는 진 회장의 존재를 나에게 숨겼어요."
"둘 중 하나일 거야. 진 회장을 보호하려고 했든지 아니면 후배에게 호감이 있어서 그랬든지."
"어떻든 저는 모르는 척했습니다."
"시간을 끌 수가 없어. 만약 여자가 후배의 뒷조사를 한다면 일이 어려워져."
"하기야 조사는 우리만 하는 게 아닐 테니까요."
"맞아. 그런 여자는 남자를 좋아하면서 동시에 조사하는 타입이거든. 일단 여자의 환심을 얻어야 해."
"그럼 어떻게 할까요? 저보고 바닷가의 로맨스를 만들어 보라는 건 아니겠지요?"
"왜, 자신 없어?"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그런 여자는 로맨스보다 더 좋아하는 게 있어."
덧붙이는 글
이 소설은 5회 정도 더 연재된 후 막을 내립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