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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쓴 겹말 손질 (84) 가까이 접사

[우리 말에 마음쓰기 861] '좋다'와 '호의적이다' 사이에서

등록|2010.02.17 12:41 수정|2010.02.17 12:41
ㄱ. 가까이 접사한

.. 앞쪽의 엉겅퀴 이미지와는 달리 이번에는 가장 가까이 접사한 것이 가장 좋은 구성이 되었다 ..  <조나단 콕스/김문호 옮김-뛰어난 사진을 위한 접사의 모든 것>(청어람미디어,2008) 97쪽

"앞쪽의 엉겅퀴 이미지(image)"는 "앞쪽에 나온 엉겅퀴 사진"이나 "앞쪽 엉겅퀴 사진"으로 손봅니다. '구성(構成)'은 '짜임새'나 '얼거리'로 다듬어 줍니다.

 ┌ 접사(接寫) : 사진을 찍는 대상이 되는 물체에 렌즈를 가까이 대고 촬영함
 │
 ├ 가까이 접사한 것이
 │→ 가까이 찍은 사진이
 │→ 가까이 다가가 찍은 사진이
 └ …

사진찍기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찍기와 멀리 떨어져서 찍기. 넓은각으로 찍기와 좁은각으로 찍기.

'접사'는 이 가운데 '가까이 대고 찍기' 또는 '가까이 다가가서 찍기'를 가리킵니다. 그런데 보기글을 옮긴 분은 '접사' 앞에 '가까이'를 붙였군요. 이런. 말이 안 되잖아요? 아니, 엉터리 말이 되었잖아요?

그러고 보니, '접사'라고 하는 사진말은 '가까이찍기'라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멀리 떨어져서 찍기는 '떨어져찍기'나 '멀리찍기'라 해 보면 어떠하랴 싶습니다.

일본사람이 지은 사진말을 고스란히 받아들여 쓸 수도 있으나, 우리 나름대로 우리가 사진을 찍는 매무새를 차근차근 헤아리면서 알맞춤하게 이야기를 해 보아도 좋으리라 봅니다. 이제까지는 일본 한자말이나 영어로만 사진말을 다루어 왔다고 한다면, 이제부터는 우리 말마디로 알차고 힘차게 새말을 일구어 보면 더없이 좋으리라 봅니다.

ㄴ. 호의적이고 좋은

.. 그러나 결과적으로 내가 지금까지 해 온 가장 중요한 일은 나 혼자서 번역한 베케트의 마지막 세 작품이다. 그것은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어떤 서평이나 굉장히 호의적이었다 ..  <쓰지 유미/송태욱 옮김-번역과 번역가들>(열린책들,2005) 216쪽

"그러나 결과적(結果的)으로"는 "그러나"나 "그러나 곰곰이 돌아보면"이나 "그러다 따지고 보면"으로 다듬습니다. '중요(重要)한'은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큰'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은 '이 작품들은'으로 손질하고, '굉장(宏壯)히'는 '무척'이나 '몹시'나 '매우'로 손질해 줍니다.

생각하고 말하기 나름입니다만, "아주 좋은 평가(評價)를 받았는데, 어떤 서평(書評)이나"라는 대목은 그대로 둔다고 해서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목은 "아주 좋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떤 글이나"로 고쳐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이 보기글과 같은 글을 쓴다면 뒤엣글처럼 씁니다. 사람들이 제가 쓴 글이나 책을 좋게 평가를 한다면 저는 이러한 평가를 놓고 "사람들이 제 글을 좋게 보았답니다"나 "제 글이 사람들한테 좋은 소리를 듣는답니다"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한테는 두 가지 말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부터 문자권력을 누리던 분들이 써 오던 말투가 있고, 예부터 땅과 하나되어 살아오던 밑바닥 사람들 말투가 있습니다. 문자권력을 누리던 분들 말투라고 해서 모두 나쁘다거나 몹쓸 모양새라거나 씻어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 나라 밑바닥을 이루어 온 여느 사람들 말투라고 하여 더 추켜세우거나 섬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두 갈래 말투가 알맞고 올바르게 어울리면 좋겠고, 누가 누구를 내리깎거나 얕보거나 얄궂게 바라보지 않는 가운데, 서로 어깨동무할 만한 말투를 찾아보고 싶습니다. 좀더 쉬우면서 한결 매끄럽고, 더욱 알차면서 한껏 싱그러운 말투를 새롭게 일구고 싶습니다.

 ┌ 호의적(好意的) : 좋게 생각해 주는
 │   - 호의적 반응 / 호의적으로 대하다
 │
 ├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어떤 서평이나 굉장히 호의적이었다
 │→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어떤 서평이나 무척 좋게 생각해 주었다
 │→ 아주 좋은 소리를 들었는데, 어떤 글이나 매우 좋게 보아 주었다
 │→ 아주 좋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떤 글이나 참 좋게 써 주었다
 └ …

이 자리에서는 조금 성긴 겹말이 나타납니다. 앞 대목에서는 '좋은'이라고 적는데 뒷 대목에서는 '호의적'이라고 적습니다. 글을 옮긴 분은 '호의적'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을까요? 생각해 보았을까요? 국어사전을 찾아보았을까요?

말 그대로 "좋게 생각한다"고 해서 '호의'요, 이 한자말 '호의'에 '-적'만 덧붙인 '호의적'입니다. '好(좋음) + 意(뜻/마음)'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깨달을 까닭은 없으나, 글을 다루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깨달아야 합니다. '호의'이든 '호의적'이든 하는 한자말이란 문자권력을 움켜쥐던 사람들이 써 온 말이요, 밑바닥을 이룬 여느 사람들 말마디란 바로 '좋다'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 호의적 반응 → 좋은 반응 / 괜찮은 반응
 └ 호의적으로 대하다 → 좋게 마주하다 / 반가이 맞이하다

좋으니 '좋다'입니다. 좋아서 '좋아하다'입니다. 좋게좋게 생각하고 있기에 '좋은생각' 하나를 일구어 보고자 애씁니다. 좋게좋게 바라보고 있기에 '좋은마음'을 나누고자 힘씁니다.

아마 '사랑' 못지않게 자주 쓰고 널리 나누는 낱말이 '좋다'가 아니랴 싶습니다. 그야말로 누구나 손쉽게 읊는 말마디요 언제라도 가벼이 적바림하는 글줄이라고 봅니다.

따로 국어사전에 안 실려 있고, 어쩌면 국어사전에 실릴 일이 없지 않으랴 싶은데, 저는 제 나름대로 '사랑말'과 '좋은말'이라는 낱말을 살며시 지어서 써 보곤 합니다. 내 사랑을 담으니 '사랑말'이고, 나도 이웃도 동무도 듣기에 괜찮으니 '좋은말'이라고 이야기를 해 봅니다. 이리하여 저는 늘 '좋은말'을 나누어 보고자 마음을 쏟는 하루하루를 꾸리고 싶으며, '좋은넋'을 다스리고자 힘을 쏟는 나날을 즐기고 싶고, '좋은삶'을 가꾸도록 손을 맞잡는 오늘을 보내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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