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글쓰기, 신나게 하고 싶다면...
최창의, <신나는 글쓰기 초등학교> <행복한 글쓰기 초등학교> 펴내
▲ 최창의최창의 선생이 초등학교 1~6학년까지 어린이들이 쓴 글을 가로 세로로 들여다보는, 초등학생 글쓰기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는 <신나는 글쓰기 초등학교>와 <행복한 글쓰기 초등학교> 두 권을 펴냈다 ⓒ 이종찬
"엄마들은 매일 귀에 못이 박히도록 공부만 하라고 하신다. 나는 커서 어른이 되면 그렇게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아침에 기상 6시 30분, 하루에 책읽기 80분, 문제집 1시간, 일기 매일 쓰기, 피아노 40분, 영어 책 40분, 영어 비디오 40분. 어떤 때는 '우리가 무거운 공부를 지고 가는 노예인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 2권 97쪽, '공부' 몇 토막
요즈음 아이들은 어찌 보면 어른들보다 더 빠듯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만 같다. 초등학교 4학년인 김수연 어린이가 '무거운 공부를 지고 가는 노예'라고 스스로에게 물음표를 던질 만도 하다. 왜 그럴까. 왜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한창 놀아야 할 아이들에게 날이 갈수록 더 '무거운 공부'를 시키지 못해 안달을 할까.
어디 그뿐인가. 2MB가 '행여 바람이라도 불면 날아가 버릴까' 고민하며 끌어안고 있는 또 다른 교육정책은 영어 몰입 교육이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자율과 경쟁'이란 두 마리 토끼를 쫓으며 개개인이 열심히 영어와 공부에만 파묻힌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게 2MB 사고방식인 듯하다. 2MB 교육정책이 이러하니 학부모인들 어찌 하겠는가.
사실, 글쓴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만 하더라도 요즈음 아이들처럼 숙제와 학습지, 학원 땜에 짓눌려 살지는 않았다. 학교를 마치면 그저 소를 몰고 나가 풀을 뜯기고 소풀을 베다가 심심하면 물수제비도 날리고, 소금쟁이나 물방개를 잡아 노는 것이 하루 일과였다. 그렇게 공부에만 매달리지 않아도 스스로 자연을 배우고 스스로 이 세상을 배우는 데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는 그 말이다.
보고 듣고 겪는 일들이 곧 글쓰기 '씨앗'
▲ 신나는 글쓰기 초등학교'최창의 선생님이 콕콕 짚어주는'이란 앞글이 붙어 있는 이 책은 글쓰기는 곧 놀이이며, 놀이가 곧 글쓰기라는 것을 반딧불이처럼 반짝거리고 있다 ⓒ 이종찬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맘껏 하고 나면 속이 시원합니다. 그처럼 쓰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술술 글로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글쓰기는 타고 난 재주를 가진 사람만이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겪은 일을 정직하고 자연스럽게 글로 쓰면 됩니다." - '머리말' 몇 토막
지난 20여 년 동안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최창의 선생이 초등학교 1~6학년까지 어린이들이 쓴 글을 가로 세로로 들여다보는, 초등학생 글쓰기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는 <신나는 글쓰기 초등학교>와 <행복한 글쓰기 초등학교> 두 권을 펴냈다.
'최창의 선생님이 콕콕 짚어주는'이란 앞글이 붙어 있는 이 책은 글쓰기는 곧 놀이이며, 놀이가 곧 글쓰기라는 것을 반딧불이처럼 반짝거리고 있다
<신나는 글쓰기 초등학교> 1권에 아이들 글과 함께 실려 있는 '무엇을 쓸까' 셋째 마당과 '시와 일기', <행복한 글쓰기 초등학교>에 들어 있는 "편지글과 설명문 쓰기", "감상문 쓰기", 논설문 기행문 관찰문 조사 기록문 쓰기를 아이들 글을 주춧돌로 삼아 이끌어주는 "여러 갈래 글쓰기" 등이 그것.
최창의는 18일(목) 전화통화에서 "글쓰기는 참된 삶을 가꾸는 참 좋은 공부이자 이 책을 펴낸 목적도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그는 "그동안 글쓰기를 지도하면서 이론으로 설명을 많이 하는 것이 얼마나 쓸모없는 일인가를 잘 알고 있다"며 "재미있고 친근한 아이들 글을 보기로 많이 들어 놓고 글마다 잘된 점이나 고쳐야 할 점을 도움말로 콕콕 짚었다"고 귀띔했다.
좋은 글이란 정직하고 솔직하게 써야 한다
▲ 행복한 글쓰기 초등학교최창의는 18일(목) 전화통화에서 "글쓰기는 참된 삶을 가꾸는 참 좋은 공부이자 이 책을 펴낸 목적도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 이종찬
"내가 8살 때였다. / 우리 집 가까운 우일시장 옆에 있는 떡볶이 가게에서 5시쯤 동생 예지랑 떡볶이를 사 먹었다. 그런데 우리 집 대문을 열 때 내 잠바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는데 그 안에 300원이 그대로 있었다. 돈을 모르고 안 낸 것을 알았다. / 그 가게로 다시 갔을 때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게 보였다. 아이들이 먹는 모습을 보니 떡볶이가 또 먹고 싶어졌다." - 1권 96쪽, '떡볶이' 몇 토막
이 글은 초등학교 2학년 김인래가 쓴 생활문이다. 그는 집 가까이 있는 떡볶이 가게에서 동생과 떡볶이를 먹은 뒤 깜빡 잊고 돈을 내지 않고 집으로 오다가 다시 돈을 내기 위해 떡볶이 가게로 간다. 그때 또래 아이들이 떡볶이를 맛나게 먹는 모습을 보고 떡볶이 먹은 돈을 내지 않고 다른 떡볶이 가게로 가서 떡볶이를 먹는다.
그는 집으로 가는 길에 돈을 내지 않은 떡볶이 가게를 다시 지나치면서 가게 아주머니가 땀을 닦는 걸 본다. 그때 그는 "저렇게 열심히 했는데, 난 돈 안 내고 다른 집에서 떡볶이를 사 먹다니" 하고 후회한다. 그는 곧장 집으로 돌아가 엄마에게 꿀밤을 한 대 맞고 돈 300원을 받아 그 떡볶이 가게로 가서 돈을 주면서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지은이는 김인래가 쓴 글을 읽으며 떡볶이를 먹은 뒤 돈을 내지 않은 일을 정직하게 썼다고 칭찬한다. 땀 흘려 일하는 아주머니를 보고 잘못을 깨닫고, 어머니에게 꿀밤을 맞으면서도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고 잘못된 행동을 고치는 모습이 특히 아이들에게 교훈이 된다고 썼다. 글이란 이처럼 정직하고 솔직해야 빛이 난다.
▲ 최창의재미있고 친근한 아이들 글을 보기로 많이 들어 놓고 글마다 잘된 점이나 고쳐야 할 점을 도움말로 콕콕 짚었다 ⓒ 이종찬
좋은 글 뿌리는 직접체험이 '핵'
쌩쌩쌩
차거운 바람.
바람은 하늘을 나는 새.
얼음 꽁꽁 묶어놓고
또 여행을 간다.
그리고 어디선가 되돌아온다.
힘차게 부드럽게
따뜻하게 시원하게 - 1권 230쪽, '바람' 모두
초등학교 5학년 김경흥이 쓴 동시다. '바람은 하늘을 나는 새'란 표현이 특히 뛰어나다. 하지만 지은이 최창의는 이 동시는 "어느 때, 어떤 자리에서 실제로 본 모습이나 들은 소리를 쓴 것이 아니고 마음 속의 생각을 쓴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쌩쌩쌩'이나 '꽁꽁' 같은 말도 너무 흔한 말"이라고 꼬집는다.
그는 이 동시를 왜 그렇게 보았을까. 바람소리는 직접 들어보면 '쌩쌩쌩'이란 소리를 내며 부는 것이 아니다. 바람소리는 스치는 곳에 따라 저마다 다른 소리를 낸다. '얼음 꽁꽁'도 마찬가지다. 바람이 아무리 차겁게 불어도 얼음을 '꽁꽁' 묶을 수는 없다. 그저 여러 가지 책에서 읽었거나 누군가에게서 들은 흉내 낸 글이라는 것이다.
만약 이 어린이가 겨울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냇가에 서 있다가 집으로 돌아와 동시를 썼다면 글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차거운 겨울바람 때문에 손과 발, 귀와 얼굴이 바늘로 콕콕 찌르듯이 시리다거나, 두껍게 얼어붙은 얼음 위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 스케이트를 타는 것처럼 보인다거나 라고 썼을 것이다. 좋은 글이란 간접체험보다 직접체험이 가장 중요하다는 그 말이다.
▲ 최창의그동안 글쓰기를 지도하면서 이론으로 설명을 많이 하는 것이 얼마나 쓸모없는 일인가를 잘 알고 있다 ⓒ 이종찬
신문 속에 이 세상이 엎드려 있다
"신문에는 '올해 입학 초등생 남자 12%, 여자 짝이 없어 외롭다'라고 쓰여 있었다. 우리 반도 여자가 적고 남자가 많다. 그래서 남자끼리 짝이 된 아이들도 있다. / 올해 서울 초등 입학생은 남자가 34만6천4백74명, 여자가 30만3천7백57명으로 남자가 12%나 많다고 했다. 내가 아이를 낳는다면 여자를 낳겠다."- 2권 126쪽, '남자가 왜 이렇게 많지' 몇 토막
이 글은 초등학교 3학년 전인영 어린이가 신문에 난 '올해 입학 초등생 남자 12% 여자가 짝 없어서 외로워요'란 기사를 읽고 난 뒤 쓴 글이다. 이 글에 대해 지은이는 "우리는 오래 전부터 유달리 남자를 좋아하는 사상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어 그렇다며, 잘못된 관습과 생각을 꼬집는다.
지은이는 "어른들이 보는 신문을 어린이가 처음부터 읽기는 좀 어렵겠지만 자주 읽다 보면 처츰 쉽게 읽을 수 있는 기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신문을 펼쳐보고 관심 있는 문제가 있으면 그 일을 생각하면서 부모님과 의견을 나누다 보면 세상 보는 눈이 한결 폭넓고 깊어질 것"이라고 못 박는다.
전인영 어린이가 쓴 이 글을 읽다 보면 아이들에게도 신문이 얼마나 중요한 경험(간접경험)을 하게 하는 매체인가가 잘 드러난다. 글쓰기나 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넓히기 위해서는 반드시 직접경험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인영 어린이처럼 '내가 아이를 낳는다면 여자를 낳겠다'처럼 새로운 눈이 트인다는 것이다.
▲ 최창의오른쪽 시인 김용택, 왼쪽 최창의 ⓒ 이종찬
거짓과 꾸밈이 없는 어린이 나라
시인 김용택은 "착한 마음이 없으면 어린이들 마음에 들어가지 못한다"라고 말한다. 그는 "진실하지 않으면 어린이들 마음이 보이질 않는다. 사랑이 없으면 어린이들 마음을 잡지 못한다"라며 "어린이들의 나라에는 거짓과 꾸밈과 허영이 통하지 않는다. 이 책은 최창의 선생님이 만든 그런 어린이들의 글쓰기 나라"라고 평했다.
이주영(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 상임이사)은 "이 두 권을 보면서 우리 어린이들이 자기 생활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솔직하고 자세하게 쓸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무엇을 쓸까 고민하는 어린이, 어떻게 쓰는 게 좋은지 궁금한 어린이들이 일기에서 논설문까지 여러 갈래 글을 특성에 맞게 쉽고 바르게 쓰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책"이라고 썼다.
한편, 오는 20일(토)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2시간 동안 일산 킨텍스 204호에서 <신나는 글쓰기 초등학교>와 <행복한 글쓰기 초등학교>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이 책 속에 들어 있는 예쁜 그림은 안홍근이 그렸다. 그는 예술기획단 '달공장'과 20대 예술가 모임 'SUPEROVERZ' 일러스트레이터, 언더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최창의는 1961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1982년부터 경기도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경기지역 회장을 지냈다. 지은 책으로는 <글쓰기가 좋아요 1,2>, <마음껏 써 보세요> <글쓰기는 마음을 가꾸어주어요> <이야기꽃이 피었습니다>가 있으며, 엮은 책 <글쓰기 교육의 이론과 실제 1,2>를 펴냈다.
덧붙이는 글
<유포터>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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