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남보원'을 정치적이라 보는 그 시각이 더 정치적!

등록|2010.02.20 15:59 수정|2010.02.20 15:59
한 단체가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 '남보원'을 너무 정치적이라 평가했다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방송개혁시민연대(이하 방개혁)는 코너의 의상, 형식, 구호 등을 언급하며 특정 정당과 세력에 대한 얘기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억지적 측면이 강합니다. 저는 이 글에서 짧게 이들의 주장이 갖고 있는 맹점을 지적하고, 우리 사회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피력해보고자 합니다.

현대철학이 인간에 대해 얘기하는 것 중 의미있는 게 바로 "인간은 사회적, 역사적 존재" 라는 것입니다. 사람은 결국 자신이 살고, 속한 사회 문화의 영향을 받고 이에 따른 인식과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른바 포스트 모더니즘 이후의 세계는 자신의 가치를 절대적으로 강요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명확한 논거를 제시하며 확실하고, 분명하게 해야 하지만 자신의 주장이 뚜렷한 만큼 상대의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하며 함부로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등의 모습을 취하는 건 그리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런 자세는 어떤 특정인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 주요하게 염두해야 할 점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어떤 기관이나 조직은 더욱 그렇습니다. '판단'이란 말 자체가 이미 특정인을 특정 기준으로 평가했다는 얘기이고, 기관이나 조직은 일반적인 개인에 비해 그 영향력과 파급력이 더욱 크기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방개혁의 주장은 참으로 허술합니다. 대략 세가지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우선, 논거가 그렇습니다. 정치색이라는 주장을 위한 논거를 찾다보니 짜맞추기가 되었습니다. 예컨대 복색 등을 얘기하는 대목은 많은 조소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논리대로면 <불멸의 이순신>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로 나온 분은 친일 성향이 있는 것이 되고 맙니다. 또 <추노>에서 청나라 용골대로 나오는 분은 항상 중국쪽 역할만 하시니 동북공정에 찬성하는 성향이 있는 것이 되고 맙니다. 마치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되는 허술한 논거입니다.

둘째로 자신의 주장을 너무 절대화하는 나머지 자기 모순에 빠지고 있습니다. 방개혁은 스스로 '개그는 개그일 뿐'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기 스스로 이 개그 속에서 정치색을 발견하며 개그를 개그만으로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논거가 부족하고, 본말이 전도된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그 기준 즉, 시각이 참 문제입니다. 세상을 그렇게 정치적으로만 보니까 이런 해석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현재 남보원은 그 내용은 정치와 거의 상관이 없습니다. 오히려 성평등 문제와 더 연관이 깊습니다. 또 의복이나 구호, 형식 등은 어디까지나 표현의 도구일 뿐이지요. 시청자들은 이 정도 구분은 충분히 할 수 있고, 또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남녀차별은 가볍고, 정치적 이데올로기는 무겁다는 판단은 누가 하는 것입니까. 가부장적 남성중심 이데올로기와 자기중심주의에 빠져있는 전형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글의 마무리를 조금은 감상적으로 하기 전에 우선 방송개혁연대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자유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주장은 주장일 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쉬움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 너무 이념에 따른 반목과 불신이 가득한 것 같아서 말입니다.

모든 걸 정치적으로 보고,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의 통합과 재미나고, 활력있는 인생을 사는 데 별 도움이 안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문득 인생을 피곤하게 사는 사람들이 참 많은 걸 보니 어쩜 우리 모두는 이 시대가 나은 피해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2월의 어느 새벽입니다.

아래는 방송개혁시민연대 보도자료 전문.

개그콘서트 "남보원", 그 이면의 정치성을 우려한다
KBS의 개그콘서트 중 "남보원" 코너는 우리생활에서 지엽적일 수 있는 남성의 차별을 지적하여 '남보원" 어록이 인터넷에 유포될 만큼 국민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묻혀진 남성차별이란 주제로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고 있는데, 그 연출과 표현 방법에 있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특정 이데올로기 지향성을 띠고 있다.

머리띠와 조끼를 입고 민노총 조합원의 이미지를 풍기는 황OO, 북을 두드리는 사무직 노동자 분위기의 최OO, 그리고 민노당의 강OO 의원으로 분한 박OO로 구성되는 "남보원"의 출연진은 남녀차별이라 가벼운 소재를 의도된 정치적 프레임에 끼워 넣고 있다.

흔히 우리가 파업 현장에서 듣고 보아왔던 북소리, 머리띠와 노조원을 상징하는 조끼, 그리고 외쳐대는 구호가 이들의 주된 표현 수단이며, 얼마 전 국회 폭력사태를 야기한 야당 정치인의 캐릭터가 등장 한다. 남성 차별을 항의하는 반복적인 극중 구호 또한 특정정당의 "살림 좀 나아지셨습니까?" 라는 대표적 구호를 떠오르게 한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사회적 이슈나 정치인이 종종 풍자의 소재가 되기도 하지만 시청자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남성차별이란 소재를 연출하는 방법으로 특정 노동집단과 특정정당의 대표적 캐릭터를 동원하고, 극중 내용을 전달함에 있어 흔히 파업 현장에서 볼 수 있는 구호가 지속적으로 난무하는 것은 제작진의 의도를 의심케 한다.

남성인권보장위원회라는 타이틀을 정함에 있어서부터 출연진들이 이미지화하고 있는 민노총, 민노당을 은연중에 인권을 보장받아야 하는 사회적 약자로 시청자에게 각인시키고 있는 것이다.

개인이나 집단의 의사를 표현하는데 있어, 북을 치며 머리띠를 두르고 구호를 외치는 것 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 사회가 그런 형태의 표현 외에는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회적 의사소통의 부재를 의도적으로 나타내려 하는 것인지, 일반 시청자는 쉽게 공감할 수 없다. 파업과 시위는 우리의 일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남보원"에서는 우리 사회의 일부 극단적이고 편향적인 모습이 일상화된 상식적인 모습으로 너무 쉽게 표현됨으로서 불법 행위에 대한 정당성마저 부여할 우려가 있다.

파업은 정상적인 노동운동의 최후의 극단적 선택이다. 그 극단의 선택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결코 평범한 우리의 모습이 될 수 없다. 또한 일반 시청자가 그 모습을 평범한 일상의 모습으로 인식하여서도 안 된다

더불어 특정정당의 정치인이 과연 대표 캐릭터화 될 만큼 대중적 인지도와 친밀도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를 통해 친밀도를 강화하려는 의도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실제 지난달 민노당 창립10주년 행사 때 강00의원 출연한 "남보원"을 패러디한 서보원(서민인권보장위원회)이란 콩트가 만들어 졌다

개그콘서트는 다양한 연령층에게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며, 방송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방송 이후의 그로 인한 사회적 영향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공영방송으로서 KBS는 책임이 더욱 막중하다.

이 프로그램에서 인기 있는 신선한 소재의 코미디가 정상적인 표현의 방법을 포기한 채, 극단의 파업 현장을 떠오르게 하는 표현과 편향적이고 폭력적인 특정 정치인을 그 대표적 캐릭터로 활용함은 시청자로 하여금 특히 청소년들에게 우리 사회의 부정적 이미지와 의사표현의 과격화를 불러일으키며, 특정 편향적 노동단체 및 정치집단과 대중사이의 의도된 친밀성 조성에 일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특정 집단과 특정 정당 지향적인 방송 프로그램이 표현의 자유와 소재 한계의 극복을 외칠 자격은 없을 것이다.

최근 기존 KBS노조로부터 탈퇴한 조합원으로 구성된 새로운 노조가 전국언론노동조합으로부터 지부로 인준되어 언론노조 KBS본부로 출범했다,

새로 출범한 언론노조 KBS본부가 민노총 산하 조직임을 감안할 때, "남보원"의 출연진의 특정 정당, 단체를 상징하는 캐릭터와의 오버랩 됨은 지나친 비약인가?

개그는 개그일 뿐이다. 허나 오락프로그램의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엿보인다면 이는 시청자를 무시하는 기만일 뿐이다.

방송개혁시민연대(대표 김강원, www.cnmr.kr)는 KBS가 사소하고 작은 부분까지도 신중하고 엄격한 공영성의 재검토를 통해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켜나가 줄 것을 당부하며, 또한 해당 제작진은 시청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캐릭터 설정과 표현방법에 보다 신중을 기해줄 것을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 [라이프]하늘바람몰이(http://kkuks81.tistory.com)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