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까치꽃봄을 제일 먼저 알리는 꽃이다 ⓒ 김현숙
▲ 민들레 겨울을 이겨낸 장한 민들레 ⓒ 김현숙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다. 절기상으로는 이미 시작되었는데도 겨울의 시샘이 깊어서 그동안 숨을 죽이고 있던 봄이 드디어 어깨를 활짝 펴고 세상을 향하여 외치기 시작했다.
▲ 광대나물 광대처럼 피어난 모습이 참 예쁘다 ⓒ 김현숙
▲ 갯버들눈꼽도 떼지 못한 갯버들 ⓒ 김현숙
물가에는 버들강아지가 눈을 떴다. 아직 눈꼽도 떨어지지 않은 눈 비비며 깨어나는 모습이 가슴 설레게 한다. 어린 시절엔 버들강아지만 보면 가슴이 뛰었다. 그건 버들강아지가 깨어나면 추운 겨울 다 지나고 꽃 피고 새 우는 봄이 내 가까이 와 있음을 알게 되면서부터였다.
▲ 동백꽃 꽃잎을 열지 못하고 때를 기다리는 동백 꽃망울 ⓒ 김현숙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는 꽃망울들이 하나하나 입을 열기 시작한다. 부지런한 그 얼굴 얼른 보려고 추운 겨울 무던히도 나갔다. 그때마다 입 꼭 다물고 있는 꽃망울을 보면서 추운 날씨가 얼마나 원망스러웠는지 모른다. 그러나 참을성 있게 기다리니 이렇게 곳곳에서 곱고 예쁜 얼굴을 보여주었다.
▲ 모과나무 잎봄을 열기 위해 잎을 준비한 잎망울 ⓒ 김현숙
나는 꽃을 사랑한다. 대지에서는 사계절 꽃들이 무수히 피어난다. 무슨 꽃이든 꽃은 다 사랑한다. 그래서 꽃만 보면 울적했던 마음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금방 환해지곤 한다. 곱고 아름다운 빛깔과 향기, 자태 모두 아름답지만 꽃들이 지닌 이런 외적인 것들보다는 자신의 온 힘을 다하여 피워내는 그 열정이 아름다워서이다. 그중에서도 봄꽃을 유난히 더 사랑한다.
▲ 별꽃오랫동안 꽃잎을 열지 않아 가장 오래 속을 태운 꽃이다 ⓒ 김현숙
별 어려움 없이 탄탄대로를 걷는 사람의 성공보다는 온갖 시련을 이겨낸 사람의 성공이 우리에게 더 깊은 감동을 안겨주듯 봄꽃들은 혹독하고 긴 겨울, 모진 겨울 추위와 싸워서 이겨내고 피워낸 꽃들이라 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봄꽃들을 보면 눈물이 난다. 이 꽃들 피워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가슴이 벅차다.
▲ 고비 새순새 세상을 보기 위해 고개를 내밀고 있다 ⓒ 김현숙
▲ 개나리고운 빛깔로 세상을 밝혀준 개나리 ⓒ 김현숙
긴 시간 병마와 투쟁하느라 많은 것을 접어야 했던 나는 봄이 되면 하고 싶은 것들이 참 많다. 지금도 조심스럽긴 하지만 힘차게 피어나는 봄꽃들을 보면서 새로운 용기와 힘을 얻는다.
봄이 왔음을 온 세상에 알리기 위해 피어났다가 닥쳐온 한파에 몇 번을 떨어지면서도 다시금 피고 또 피어난 '봄까치꽃', 한파를 견디며 한 달여를 꽃망울 준비하여 마침내 입을 연 '별꽃' 등 추운 겨울을 용감하게 이겨내고 대지에 꽃등을 달듯 찬란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장한 봄꽃을 따라 겨우내 움츠렸던 내 몸도 기지개를 켠다. 몸이 기지개를 켜니 마음도 따라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3월을 맞이할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오른다.
벅찬 가슴을 쓸어내리며 에밀리 디킨슨의 <3월에게>란 시를 나지막하게 읊조려본다.
3월에게
정다운 3월아, 어서 들어오렴
내 너를 만나 얼마나 기쁜지
난 네가 참 보고 싶었어
어서 모자를 벗으렴,
빨리 달려오느라 얼마나 숨이 차겠니?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나와 함께 2층으로 올라가자.
난 네게 할 얘기가 많단다.
나 역시 3월에게 할 이야기가 그 얼마나 많은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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