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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빛 무꽃 향기에 감동 먹다

친구의 건강을 기도 하며...

등록|2010.02.21 17:33 수정|2010.02.21 17:33
쓰레기통과
쓰레기통과 나란히 밤을 새운다
눈 깜박하는 사이에
아직도 살아 있는 목숨이 꿈틀 만져진다…
아 하나 밖에 없는
나에게 나의 목숨은
아직도 하늘에 별처럼 또렷한 것이냐.
- <목숨> '한하운'

내가키운 무뿌리에서 줄기 올라간 보라빛 무꽃이 주는 교훈 ⓒ 송유미


오늘 아침 눈을 뜨니 베란다 창가에 키우는 무뿌리 수분(水盆)에서 연보라빛 무꽃이 마치 우담발화처럼 피어 있었습니다. 실은 어제 시들시들해 가는 무뿌리 수분을 쓰레기통에 넣을까 말까 했거든요.

그런데 하룻밤 사이에 쓰레기통에 던져질 뻔한 누런 떡잎을 가진 무뿌리가 자신이 처한 위기상황을 마치 대처하기라도 한 것처럼, 밤 사이 고매한 우담발화 같이 귀한 보라빛 무꽃을 피운 것입니다. 그래서 은은한 연보라빛 무꽃의 향기에 하루종일 기분이 좋은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누군가 '생명은 끊임 없는 혁신이다. 습성에 이끌려 무의식으로 살아감은 물질적 생명이지 진실한 생명이 아니다'라고 말을 했지만, 미미한 생명체의 무뿌리가 겨우내내 극기로 열매보다 더 아름다운 꽃을 활짝 피운 사실에 솔직히 감동을 먹은 것입니다. 정말 식물도 음악을 들려주면 그 음악을 알아듣는다는 말처럼, 세상에 생명이 있는 모든 생명체에는 함부로 할 수 없는 영혼이 있나봅니다. 위대한 슈바이처 선생의 말씀처럼 말입니다.

나는 나무에서 잎사귀 하나라도 의미 없이 따지 않는다. 한 포기의 들꽃도 꺾지 않는다. 벌레도 밟지도 않도록 조심한다. 여름밤 램프 밑에서 일할 때 많은 벌레가 날개가 타서 책상 위에 떨어지는 것을 보는 것보다는 차라리 창문 닫고 무더운 공기를 호흡한다.
- A. 슈바이처

난생 처음내가 키운 무뿌리에서 줄기 올린 보라빛 무꽃의 행복 ⓒ 송유미


이 잔잔한 감동의 파문으로 밀려오는 연보라빛 무꽃 향기에 문득 지난 년말 자궁암 진단으로 T 대학병원에 입원해 누워 있는 친구 P의 창백한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정말 아직 죽음이란 단어와는 거리가 먼 누구보다 해야 할 일이 많은 친구입니다.

그녀에게는 아직 이루지 못한 학창 시절의 꿈과 그리고 그녀가 없으면 안 되는 몸이 불편한 남편과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딸이 있습니다. 그녀가 제발 자신의 병에 절망하지 않고 악착같이 병마와 싸워 좋은 결과로 하루 빨리 퇴원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담발화처럼 귀한 이 보라빛 무꽃 향기를 향불처럼 빌려, 친구 P의 건강을 위해 손모아 기도해 봅니다.

보라빛 너의 향기를 향불처럼빌려 ...친구야, 꼭 병마와 싸워 이겨야 한다...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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