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변호사이고, 로스쿨의 교수 즉 법조인이다. 그러나 법조인보다 그를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말은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이다. 2006년 3월 22일 한겨레21에서 마련했던 강연으로 돌아가보자(한겨레 21 인터뷰 특강 '거짓말'). 그는 위증과 같은 법조계의 문제를 가지고 한국사회의 거짓말을 말하는가 싶더니, 곧 신사참배에 참여했던 일제시대 교회지도자들의 행동과 이를 은폐하는 모습을 지적하며 거짓말에 대한 강의를 이어간다. 그러다가 결국 청중과 질의응답시간에 학벌과 관련된 대화를 나누다가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제가 성령으로 많이 변화됐다"는 신앙간증까지 하고 있다. 청중은 한바탕 웃으며 그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나는 그의 농담 섞인 이런 간증들이 매우 진지한 신앙고백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의 강연뿐 아니라 그가 세상에 내놓은 책들에서도 이런 모습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를 다룬 <평화의 얼굴>은 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문제제기이지만, 평화주의 신학자에게서 깊은 영향을 받은 신앙적 견해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한 한국교회의 몰상식한 대처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그의 다른 저작인 <헌법의 풍경>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여서 교회 다니는 이야기, 예수 믿는 이야기를 빼면 온전한 책을 만들 수 없을 정도로 그가 예수를 너무나 좋아하는 '예수쟁이'임을 알 수 있다.

사실 '김두식'이란 인물에 대해서 내가 굉장히 닮고 싶고 부러워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사방으로 꽉 막힌 기독교인이 많은 세상에, 기독교인이라면 반감부터 가지고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시대에 그는 마음껏 교회 다니는 이야기, 예수 믿는 이야기를 하고 있고 그것이 대중에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진다. 나는 그것을 '김두식 SPACE'라고 부른다. 한국의 기독교인으로서 기독교인의 정체성을 이토록 자연스럽게 세상 속에서 내보이고 소통하는 내가 아는 유일한 사람, 그 공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김두식이다. 그리고 그것은 한국교회에도 큰 축복이고, 기회이며, 자산임이 틀림없다.

그런 김두식 교수가 드디어, 결국에는 교회문제만을 온전하게 이야기하는 책을 내놓았다.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가 바로 그 책이다. 그가 평생 기독교인으로 살아오면서 삐딱했던 어린시절부터 품어왔던 교회에 대한 의문, 신학생 못지않게 신학서적을 독파하면서 확인해나갔던 교회의 변질과 무지, 평화주의에 눈뜨고 교회의 피묻은 역사를 더듬어 나가면서 고뇌했던 교회와 국가의 관계와 교회의 왜곡에 대해 때로는 날선 비판으로, 때로는 경쾌한 아이디어들로 교회를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을 통해 교회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하고 교회의 교회됨을 눈물을 억눌러가며 이야기하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의 세상을 바라보는 눈, 교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생각에 깊이 공감하고 지지하는 나도 책 초반부터 나오는 교회와 목사들에 대한 질타는 '매우 세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그가 교회의 변질에 대한 위기감을 절절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런 각오(?)를 머리말에서도 밝히고 있는데, 멀쩡한 사람이 왜 교회를 다니냐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이제 더 이상 나를 멀쩡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밝히고 있다. 그만큼 그는 교회에 속한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커밍아웃하고, 그런 교회가 교회다운 모습을 가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독하게 이야기 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의 '또라이'가 된 지 오래인 그가, 이제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에게도 또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교계의 또라이'가 되기로 선언을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독하고 처절하게 교회의 현실을 비판하고 찌르는 것이 이 책이 전부였다면 이 책의 가치는 빛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그렇게 변질되고, 왜곡된 교회의 모습에 작심하며 분노한 것은 '교회의 교회됨'에 대한 소망 그 한 가지 때문이다. 그는 교회를 향해 회초리를 드는 것보다 더 많은 분량과 에너지를 교회의 본래 모습, 교회의 의미, 교회가 이루고 이 세상 속에서 보여야 하는 공동체의 모습에 쏟는다. 그래서 그의 모습은 독설을 내뿜는 논객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흡사 자식을 위해서라면 매도 아낌없이 들고, 어떤 험한 꼴도 기꺼이 받아들여 헌신하며 '또라이'가 되기를 서슴지 않는 어머니의 모습을 하고 있다. 

거시기한 교회, 거시기한 사회

그는 교회와 국가의 관계가 어긋나면서 변질된 교회의 모습을 지적하고, 교회가 교회다움을 잃어버리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기독교+거시기' 단체의 출현을 이야기하고 있다. 교회 그 자체가 변질되고 힘이 없다보니, 그것에 목마른 사람들이 교회를 뛰쳐나와 '기독교 시민운동', '기독교 대학' 등을 만들어 몸부림을 친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본질을 잃어버린 채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을 억지로 짜맞추어 교회를 대신하려고 하는 노력에 대해 그는 교회의 교회다움을 회복해서, 교회 그 자체가 건강해지는 것이 제대로 된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이것이 교회만의 문제로 한정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평소에 각자가 그저 자신의 인생,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잘하고 살면 좋을 텐데, 본질을 회복하는 데 쓰면 좋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고 엉뚱한 일에 쓴다는 생각을 해왔었는데, 그의 지적은 사회 전반적으로도 적용해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보자. 기업이 불우한 이웃을 돕고, 도서관을 짓고, 장학금을 주는 일들을 하는 것을 그 누가 잘못된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나는 한국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에서 뭔가 부족한 것을 느끼고, 위선적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한다. 그것은 바로 기업이 '뭔가 따로' 사회공헌이라는 것을 하는 것보다 기업의 경제활동, 기업의 운영에 있어서 그 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그것이 곧 사회공헌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기업이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합당한 대우와 복지를 제공하고, 물건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서 정직하게 재료를 사용하고 환경을 지키며, 뇌물을 주고받거나 광고를 가지고 언론의 입을 막는 것이 아니라 법을 준수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세금을 납부한다면 그 이상의 사회공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자체로서 본질을 회복해서, 그 자체가 사회적인 득이 되고 공헌이 되는 모습을 잃어버린 지가 오래된 것 같다. 노동자들을 열악한 환경에 방치해서 병에 걸려 죽게 하거나, 비정규직을 무자비하게 해고하고, 환경을 파괴하고, 세금을 포탈하고, 뇌물을 뿌리고, 편법으로 경영권을 세습하는 기업들이 기업의 기업다움을 찾으려는 노력은 없이 그렇게 얻은 이윤을 불우한 이웃에게 갖다주며 생색을 내는 것이 나는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저자가 한국교회에 대해서 말하는 거시기한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교회가 그 자체로서 힘을 갖지 못하고, 그 본질로 세상에 위협이 되고, 무언가 자꾸 본질적이지 않은 것으로 존재를 과시하고 무언가를 해보려는 것은 방향을 잘못 잡아도 뭔가 단단히 잘못 잡은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다. 거시기한 교회, 거시기한 사회가 제대로 가는 길은 바로 그 자체의 본질을 올바르게 갖추어나가는 것, 그것일 것이다.

나는 그런 교회를 함께 만들어 갈 자신이 없다

그가 말하는 교회의 교회됨을 읽으면서 내게 든 생각은 불행하게도(?) 자신이 없다는 한마디였다. 누가 나의 이웃인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내가 과연 어떤 이웃인가를 돌아보는 것, 세상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함께 어울려 사랑을 나누는 공동체, 아픈 사람을 고쳐주고 가난한 사람을 먹이고 힘들어하는 사람을 위로하는 공동체가 바로 교회의 교회됨을 회복하는 모습이며, 교회가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도 정치적인 실체가 되어 세상을 바꾸는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그의 절절한 외침에 꽁무니를 빼고 달아날 준비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본다. 그만큼 나도 겉으로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마음껏 손을 뻗어 축복하지만 실상 그 상대방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고 고민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서류상 혹은 법적인 기독교인의 생활을 즐기고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지금은 나의 상황이 주기보다는 받는 데 어울리기에 그런 공동체를 이용하는 데는 매우 좋겠지만, 나중에 주어야 하는 처지가 되었을 때 그것을 아까워하고 싫어 하고, 받아가는 사람들을 곱게 보지 않을 것이 확실한 내 실체에 대한 두려움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진정한 교회, 그리고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은 헌신이라는 절박한 다짐과 실천이 없다면 가능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런 헌신과 공동체 속에 지금의 삶이 알려주지 못하는 신비한 기쁨과 평안 그리고 정말 예기치 않은 에너지 넘치는 삶이 있을 것이라는 머릿속의 기대와 소망이 조금씩 자라난다. 그래서 그런 교회, 그런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꽁무니를 빼지 말아야겠다는 소심한 다짐을 해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질문이 생겼다. 잘 정리된 질문이 아니라 읽으면서 문득문득 들었던 생각이기에 창피할 수도 있는 질문이지만 적어본다.

지금 여기에서 교회의 교회됨이 가능한가

첫 번째는 그가 말하는 교회가 우리가 다니고 있는 교회에서 실현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그가 말하는 교회의 변질, 그리고 교회가 교회됨을 회복하기 위해서 만들어가야 할 모습들이 과연 지금 이 땅에서 빨간 네온사인을 반짝이고 있는 교회는 차치하고 그가 다니는 '그나마 괜찮은' 교회에서 실천이 가능한 것인가 하는 물음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말하는 교회와 우리가 다니고 있는 교회가 좀처럼 겹쳐지지 않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겹치는 것이 있다면 그 진심이 어떤지는 몰라도 '예수를 믿는다'고 말하는 점일 텐데, 그런 현실 속의 교회에서 그가 말하는 교회의 교회됨을 이루어나갈 가능성이 있는것인지가 궁금하다. 세상의 많은 교회들이 그것을 실험해 볼 수 있는, 예수님이 남기신 증거로서 교회가 아니라 교회라는 이름만 같을 뿐 본질은 전혀 다른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이다. 그가 말하는 교회의 교회됨을 위해 이 교회들 속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교회를 새롭게 만들고 이루어나가야 하는 것인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이 연장선상에서 떠오르는 또 다른 질문은 교회의 교회됨을 이루기 위한 전제 자체가 한국에서 성립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는 교회가 교회됨을 잃어버리게 된 중요한 원인으로 국가와 결탁한 잘못된 관계성립을 이야기한다.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그는 교회가 국가의 일원으로 편입되고, 더 이상 신앙을 지키는 데 목숨을 걸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되어 지난날의 소수자가 지배자이자 주류가 되면서부터 교회는 교회다움을 잃어버렸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신앙의 자유가 보장되고, 시청 앞에서도 마음껏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주여, 주여'를 외칠 수 있는 상황에서 과연 그런 교회는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인가? 국가와 긴장하거나, 핍박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는 그런 교회의 교회됨은 만들 수 없는 것인가? 조금 더 복잡하게 생각하면, 그렇다면 복음화라는 것 자체가 잘못된 명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교회의 교회됨을 만드는 데는 그런 전제가 필요한 것일까?

국가는 무엇인가

저자가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듯이 나는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그가 이 책에서 교회가 바로 그러한 역할을 해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음을 알려준 것은 내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이며 소득이다. 교회의 역할에 대해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을 반성하게 된 시간이었다.

그리고 저자는 <헌법의 풍경>과 같은 앞서의 저작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국가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을 하고 있다.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국민을 해칠 수 있는 괴물로 변질될 수 있으면, 법이 바로 그러한 국가를 통제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교회가 국가와 보험회사의 역할을 찾아와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는 교회론에 전적으로 동감하고 내가 그런 교회공동체를 이루는 일원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그 이후에 내가 살아가고 있는 국가와는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적극적으로는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조금 답답하다는 마음도 들었다. 그저 국가는 언제든 괴물이 될 수 있는 존재이니 조심하면서 좋은 교회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국가 또한 변질되지 않고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국가에 요구하고, 국가의 힘과 돈이 더 올바로 쓰일 수 있도록 외치고 일해야 하는 것인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물론, 답이 자명할 수도 있다. 국가가 괴물이 되지 않도록,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민이자 시민의 도리일 것이다. 그러나 국가와 교회의 관계 그리고 교회의 역할과 사명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국가와 관계정립, 그리고 그 국가를 살아가는 개인으로서 자세와 참여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하게 이야기해 주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두식이 형'이라고 부르겠어요

나도 교회에 대한 고민이 많은 편에 속하다 보니,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산만하긴 하지만 많은 글을 적게 된다. 교회의 교회됨. 그 교회다운 교회를 다니며 살아보고 싶은 소망을 다시 갖는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중세시대의 역사를 통해 교회가 평화의 얼굴을 하고 몸에는 피를 묻혀 온 역사, 하나님의 이름으로 서로 죽인 역사, 그리고 그것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도록 교인들의 눈과 귀를 가린 종교인들에 대해 배웠다. 관습과 기득권이 진리의 이름으로 포장되어 교회의 교회됨을 방해하고 교인들의 신앙적 성숙을 방해해 온 교회의 모습들을 바라보게 된다. 무엇보다 내가 교회를 다닌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사교단체에 속해 있었다는 절절한 반성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소위 교회의 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의 마음은 숨길 수가 없다. 교회에 대한 이야기들을 내가 목사님들이 아니라 한 평신도의 책을 통해 더 정확하게, 더 확실하게, 더 새롭게 알게 되었다면 과연 그들이 그동안 한 일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 잘못에 대해 어떻게 감당을 하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교회의 지도자라고 목에 힘을 주고 있는 그들이 '빵꾸똥꾸'임을 이 책은 확인시켜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러한 분노와 회환에 젖어 절망할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따라 진정한 교회를 찾아나서자고 우리를 격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책 말미에 저자는 "나는 어떤 호칭이 아니라 형이나 오빠로 불러준다면 참 기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형, 동생하기로 결정했다. '두식이 형' 좋은 책 잘 읽었었요. 좋은 교회 함께 만들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