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10주년 기념 탐방기

등록|2010.02.23 15:02 수정|2010.02.23 15:02
그곳까지 가는 길은 만만하지 않았다. 시내버스-고속버스-지하철(3호선)-지하철(6호선)-택시를 번갈아 갈아 탄 후 도착했다. 시간은 5시간 40분이 걸렸다. 아마 대전-진주간 고속도로가 생기지 않았다면 7시간은 걸렸을 것인데 그나마 다행이었다.
차를 5번이나 갈아타고 5시간 40분이나 걸려 간 곳은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문구로 10년 전 2000년 2월 22일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에서 새로운 언론 역사를 연 <오마이뉴스>였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는 문구 하나 보고 대한민국 '시민'인 내가 '기자'로 생활하기 시작한지 2년 8개월, 쓴 기사 수 1319개 만에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문구가 거짓이 아니라 참임을 확인하는 현장인 <오마이뉴스>를 누리집이 아니라 '현장'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 '이곳이구나'라는 작은 떨림이 일었다.

▲ <오마이뉴스> 로고가 선명한 입구에서 막둥이와 함께. 차를 5시간 40분이나 탄 막둥이는 피곤한 모습이다. 사진을 찍는 순간 작은 떨림이 있었다. ⓒ 김동수



열살배기 <오마이뉴스>를 축하해주기 많은 이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음악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작은 잔치를 벌였는데 다들 흥에 겨워 '한 번 더'가 나왔다. 이렇게 하나 된 모습을 보면서 5시간 40분이라는 시간이 준 피곤함은 녹아내렸다. 서로 하나 되는 힘이 얼마나 큰지 깨달았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 꿈이 현실이 됨을 선언한다!"며 함께 한 모든 이들이 외치기를 바랐고 함께 따라했다. 오 대표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생경하고 무모한 목표가 10년이 지난 지금 실현되었다"고 했다. <오마이뉴스>를 사랑했고, 사랑하는 그 어느 누구보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것을 실감했을 것이다. 겉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마음 한쪽에서는 눈물이 맺혔으리라.

▲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기념사를 하고 있다. 오 대표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 꿈이 현실이 됨을 선언한다!"고 했다. ⓒ 김동수



그는 "어떤 정치인이 '새로운 100년을 위하여'라고 방명록에 남겼던데, 마라톤으로 치면 42.195km 구간에서 이제 막 10km를 통과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금까지 '오마이다운 기사를 잘 쓰자'가 목표였다면 앞으로는 시민기자들도 원고료를 더 받고 상근기자들도 다른 어떤 매체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오마이다운 수익모델을 함께 만들어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새로운 100년을 위하여"와 "마라톤으로 치면 42.195km 구간에서 이제 막 10km를 통과했다고 생각한다"는 말은 들리지 않고, "시민기자들도 원고료를 더 받고"라는 말이 귓가에 울렸다. '시민기자에게 원고료를 더 준다'(?)고, 자본주의가 내 마음 깊숙이 잉태시킨 '맘모니즘(mammonism)'이 격동하면서 "오 대표님 맞습니다. 맞고요. 꼭 약속지켜주세요"라는 말이 샘솟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를 격동시킨 맘모니즘은 잉걸 기사만 쓰고 버금·으뜸·오름 기사는 "가뭄에 콩나듯" 쓰는 나와는 달리 <오마이뉴스> 표현대로 하면 "양질의 기사로 <오마이뉴스> 지면의 허리 역할"을 한 시민기자에 주는 '2월22일상'을 받은 김갑수 김동환 박주현 이부영 이유경 정현순 최민호 하병주 허진무 시민기자 9명과 특별상과 대학생기자상을 받은 분들을 보면서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 분들 기사를 보면 내 기사는 대학생과 초등학생 수준이다.

▲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 상 시상식에 수상한 시민기자들이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 김동수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28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고 함께하면서 MB식 교육 정책을 날선 검으로 비판했던 이부영 시민기자는 "교과부에서 엉터리 같은 정책을 쏟아낸 덕택에 상을 받게 됐다"면서 "올해는 이런 글 안 쓰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에서 "교육개혁은 올해 우리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라며 1년 동안 "매월 교육개혁대책회의를 열어서 학생과 학부모와 선생님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챙기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발 벗고 나섰으니 그렇게 되면 이부영 기자 바람이 이루어져 기사를 더 읽을 수 없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MB식 교육정책은 '자율·경쟁'이다. 사교육비 상승 원인 핵심 중 하나인 일제고사 따위는 그대로 두면서 사교육 잡겠다고 대통령이 발 벗고 나서도 해결될 가능성은 별로 없으니 앞으로도 이부영 기자의 기사는 계속 볼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다. 그래도 이부영 기자에게는 미안하지만 우리나라 교육이 바로 서 더 이상 교육정책을 향한 날선 비판 기사는 보지 못해도 아이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살맛나는 학교가 되면 바랄 것이 없다. 

감격과 기쁨, 자부심이 흘러넘치는 가운데 안타까웠던 일은 스포츠분야에서 좋은 기사를 써주셨던 양형석 시민기자가 지난해 뇌출혈로 쓰려졌다는 소식이었다. 솔직히 양현식 기자가  뇌출혈로 쓰러진 것은 처음 알았다. 양 기자님의 쾌유를 위해 기도하겠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정동익 위원장과 정운현 전 편집국장이 축사를 했다. 만날 텔레비전과 지면을 통해서만 보던 분들을 직접 보게 되어 기뻤다. 박 상임이사는 스마트폰을 들고 나와 지하철에서 트위터로 <오마이뉴스> 10주념 기념행사장에 가는데  "'오마이 10주년 축하하러 갑니다. 오마이없는 세상, 어떻게 되었을까요?'라는 글을 남겼다"고했다.

▲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오마이뉴스> 10주년 축사를 하고 있다. ⓒ 김동수





박 상임이사는 "<오마이뉴스> 때문에 애인을 만났든데 결혼하면 청첩장을 보내겠다", "결혼 기념일이 <오마이뉴스> 생일과 같다", "<오마이뉴스> 때문에 세상 돌아가는 것을 깨달았다", "<오마이뉴스>가 없었으면 이명박 대통령이 '오마이 세상' 했을 것라"는 댓글을 소개했다. 그리고 박 상임이는 "<오마이뉴스>가 까칠한 질문을 많이 한다"는 사랑이 듬뿍 담긴 불만(?)을 토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동아투위 위원장이었던 정동익 4월 혁명회 상임의장은 "해직 언론인 1000명이 가장 바라는 것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언론을 건설하는 것이었다"면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은 바른 소리 하는 언론을 지켜주는 것"이라 했다. 그의 말을 듣는 순간 대한민국이 35년 전인 1975년 3월 15일로 되돌아갔다는 느낌이 들어 마음을 짓눌렀다. 대한민국 언론이 35년 전으로 돌아간 이 질곡을 걷어내고 진실만을 보도하는 일은 바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와 상근기자들이 해야 할 사명이다.

이날 우리집 막둥이가 고생했다. 진주에서 출발할 때는 웃음이 만발했다. 하지만 대전쯤 지나면서 온 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밥은 언제 먹느냐, 덥다는 말을 끊임없이 했다. 고속터미널에서 내린 후 지하철에서 오줌이 마려울 수 있으니 화장실에서 오줌을 누라고 했지만 마렵지 않다면서 누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약수역에서 6호선을 갈아타고 한강진 역을 지나는데 오줌이 급하다고 난리였다. 결국 이태원 역에 내려 오줌을 눌 수밖에 없었다.

▲ 오름상을 받고 수상소감을 하고 있다. 막둥이는 아빠가 금메달을 받았다고 좋아했다. ⓒ 김동수


아빠가 잉걸기사 1000개 이상을 썼다는 이유로 오름상을 받았는데 막둥이는 이를 '금메달' 땄다고 좋아했다. 시민기자가 몇 명인지 묻는 질문에 아빠 힘을 빌려 6만 7천여명이라고 답을 했는데 운이 좋아  정답으로 인정받아 오연호 대표기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터뷰한 것을 책으로 펴낸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를 선물로 받았다.

모든 행사를 마치고 또 다시 집으로 가야했다. 아침에 <오마이뉴스>로 향했던 정반대였다. 하루 종일 차만 타 피곤한지 막둥이는 고속버스를 타자마자 꿈나라에서 헤매고 있었다. 얼마나 힘들어겠는가? <오마이뉴스> 간다는 이유만으로 좋아라고 따라 나섰는데 하루만에 차를 10시간을 타야했으니. 집에 도착하니 밤 12시였다.

▲ 11시간을 차 안에서 보낸 막둥이가 꿈나라에서 헤매고 있다. ⓒ 김동수


열살배기 <오마이뉴스>, 어느 누가 남겼듯이 새로운 100년을 향하여 처음 마음을 가슴에 새기고, 권력을 향한 끊임없는 비판을 통하여 사람사는 세상, 더불어 사는 세상, 자유와 정의가 흐르는 세상을 위해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궁금한 것 하나 오연호 대표와 정동익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 정운현 전 <오마이뉴스> 전 편집국장, 김갑수, 성스런 시민기자가 축하 떡을 잘랐는데 시루떡은 누가 다 먹었는지 궁금하다. 떡 먹음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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