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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심이나 쓰다 가자..."

[시] 우리동네 목수 김씨

등록|2010.02.26 21:03 수정|2010.02.26 21:03

우리동네 목수 김씨 아저씨 ⓒ 송유미


1.
우리 동네 목수 김씨
막걸리 한 잔만 받아주면
그냥 덩실덩실
어깨춤이 나오고
18번 노래가 입가에서 자동으로 흘러 나온다네.

(달을 보면 웃어 주마...별을 보면 울어주마
뜬 세상 초록꿈에 왔다 가는 나그네...)

지금은 간판도 직공도
변변치 않는 허름한
동네 목공소 주인장이지만
한때 물좋은 세월도 있어서 
전등사 도편수로 지낼 적에는
사하촌 주막집 예쁜 색시랑
신접살림도 차려보았다고 자랑하네. 

엄마 젖 뗀 이후로는 등을 방바닥에
붙여 본 적이 없다고 큰소리 치는
우리 동네 목수 김씨, 그저 가만히
한자리 있지 못하네.

(인생의 가는 길은 산길이냐 물길이냐
손금에 쓰인 글자 풀지 못할 내 운명
인심이나 쓰다가자 ....)

재활용도 안돼서 동사무소 문전에 
갖다 놓은 부서진 목재 가구 다 주워서 와서 
할배들 장기판 바둑판도 만들어 주고 
동네 할매들의 놀이터 같은 평상도 만들고
동구 앞 버스 정류장 가로수에 예쁜 비둘기 새장도
지어 주어, 우리 동네 어른 아주머니 아이들
그 누구도 안 좋아하는 사람이 하나 없네. 

2.
(...달을 보면 웃어주마 별을 보면 울어주마
십년을 하루 같이 기다리는 이 내 사랑...)

무엇이 그리 좋은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우리 동네 김씨 아랫동네 윗동네
골목마다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문짝 가구 책상 싱크대 고쳐 주다 보면,
새댁의 막힌 싱크대 하수구도 뚫어 줘야 하고,
놀이터 없는 산동네 아이들에게
나무 톱밥 모아다가 놀이터도 만들어주네.

마음씨가 부드러운 물푸레 나무
영혼을 닮은 우리 동네 목수 김씨…  
그래도 마누라 없이 사는 홀아비 설움
쓱쓱 대패질하기 어려운지

사십년 되어도 고장 한번 안났다고
자랑하는 금성, 라디오 달린 녹음 카셋트에서
찍찍 거리며 흘러나오는 백년설의 
'... 뜬 세상 초록 꿈에 왔다 가는 나그네
한 백년을 멀다 말고...
님을 믿고 살아보자.." 따라 부르며 

쓱쓱 쓱쓱 때묻은 마음의 얼룩도 밀어내고
세상 살이 고달픔도 쓱쓱 밀어내네.
덧붙이는 글 1) ( ) 안은 백년설의 <산팔자 물팔자>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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