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직원, 카페회원 가입해 내부글 선거법으로 적발
[단독] 회원만 읽을 수 있는 글까지 문제 삼는 선관위... "과도한 주권침해"
▲ 선관위 직원이 특정카페 회원으로 가입해 회원만 볼 수 있는 내부 게시글을 문제삼아 선거법으로 적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갈무리된 공문은 광주시 선관위가 한 누리꾼에게 보낸 공문. ⓒ 선관위 온라인 공문 갈무리
회원만 볼 수 있는 내부게시판 글을 문제 삼는 광주시 선관위
광주광역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온라인 카페 내부 게시판에 올려진 '펌 기사'를 선거법 위반이라며 삭제를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 게시판에 올려진 글은 카페에 가입한 회원만 읽을 수 있게 제한돼 있는데 선관위 직원이 회원으로 가입하면서까지 '적발'해 '과도한 주권침해'라는 반발을 사고 있다.
아이디(ID)가 아름이인 한 누리꾼은 지난 12일 선관위로부터 온라인 공문 한 장을 받았다. 지난 9일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한 정치인 팬 카페의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이 선거법을 위반했으니 자진삭제하라는 내용이었다. 공문엔 "삭제요청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관련 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으니 유념하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이 누리꾼이 올린 글은 다름 아닌 <오마이뉴스>의 강운태 의원 표절 확인 기사. 그는 이 기사를 '강운태 의원 표절 시비 논란 - 오마이뉴스 펌'이라는 제목을 달고 내부게시판에 올렸다.
글을 올린지 3일 뒤 광주시 선관위는 "귀하가 관리·운영하고 있는 인터넷홈페이지 또는 그 게시판 등에 게시된 아래의 게시물은 공직선거법 제93조(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게시등 금지)제1항 및 제255조(부정선거운동)제2항제5호의 규정에 위반된다"며 "해당 게시물의 삭제를 요청하니 지체없이 이행하라"는 온라인 공문을 발송했다.
그는 이 공문을 받고 매우 황당함을 느꼈다고. 왜냐면 그가 글을 올린 카페 내부게시판은 카페 회원만이 글을 읽을 수 있게 권한이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선관위 직원이 카페 회원에 가입을 하고, 회원들만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읽은 뒤 선거법 위반이라고 '적발'한 것이다.
실제로 해당 게시 글을 읽기 위해 클릭을 하자 "이 게시판은 준회원 이상 읽기가 가능하다"는 안내창이 뜨고 게시 글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 해당 게시글을 읽으려 클릭하자 '준회원 이상 읽기 가능' 안내창이 뜨고 있다. ⓒ 온라인 카페화면 갈무리
카페회원으로 가입하면서까지 '적발'하는 선관위.... "과도한 주권침해"
이 누리꾼은 "오마이뉴스의 취재결과에 의한 사실보도 기사를 게시한 것에 대해 벌과조항까지 적시하여 힘없는 국민에게 공문을 보낸 것은 선관위가 국민의 의사표현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분개했다.
특히 그는 "선관위가 국민의 신성한 권리인 선거주권을 침해했다"며 "이의제기를 비롯한 모든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통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 누리꾼은 23일 현재까지 자신이 올린 글을 삭제하지 않고 있으며, 23일 오후 선관위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 선관위 관계자는 자신이 카페 회원으로 가입한 뒤 해당 '펌 기사'를 보고 삭제요청 공문을 보냈음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선거법 95조는 특정후보에게 불리할 목적으로 관련 기사 등을 '퍼 나르기' 등 통상방법 이외의 방법으로 배포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는 "모든 누리꾼이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부 회원들만이 볼 수 있는 글을, 선관위 직원이 회원으로 가입까지 해가면서 읽고 이를 선거법 위반으로 문제 삼는 것은 과도하지 않냐"는 질문엔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 논란과 관련 한 법조인은 "선관위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선거법 93조는 폐지가 거론될 정도로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법93조가) 너무 방대하고, 온라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오프라인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며 "국민의 알 권리와 정치인에 대한 검증을 차단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제도개선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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