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되는 헛발질
"기대 수준에 맞지 않는데 가느니 차라리 취업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보다 적극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정부가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다 챙겨줄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들의 자활 노력이다."
지난 18일 제2차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하신 말씀이다. 공식 실업률만 9.3%,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일이 있다면 일했을 것", "취업 준비"라는 대답을 한 실망실업자를 합하면 물경 100만명에 이르는 청년 실업자들에게 대통령이 내놓은 '고용전략'이 겨우 '자활 노력'이라니 참담할 뿐이다. 대통령 말씀의 요지는 기대수준을 낮춰서 어디든 취직하라, 그것이 곧 자활 노력이라는 것이다.
청년들, 특히 대졸자들이 입사원서를 수없이 쓰면서도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에 취업하지 않으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청년들의, 건강한 생명체로서의 자기 보존 본능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본능적으로 안다. 불안정 고용의 덫에 한번 발을 내디디면 저임금과 실업, 재취업을 반복하는 '실업과 빈곤의 함정'에 빠져 버린다는 것을.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으로 취직했다가 정규직에 취업하는 길은 하늘의 별따기라는 경험과 이성이 그 사실을 뒷받침한다. 대통령의 말씀인즉 청년들이 본능도 이성도 버리고 '생각을 바꿔' 과감하게 함정에 뛰어들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문제는 왜, 우리나라 고용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이 괜찮은 일자리가 되지 못하느냐에 있다. 90년대 중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세계화'를 내세워 규제완화와 노동시장 유연성 정책을 쓴 이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는 나날이 벌어졌다. 개혁을 내세운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 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글로벌 기업'은 수시로 하청단가를 후려쳤다. 또한 땅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바람에 생산을 포기하고 오르는 땅값에 '투자'를 한 기업이 부지기수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반월공단'(안산의 시화-반월 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중소기업 중 절반은 부동산 임대업으로 돌아섰다. 이 역시 부동산 개발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았던 정책의 결과이다. 현재 중소기업은 비정규직을 늘리고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임금을 낮추고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연명하고 있다. 돈이나 시간의 여유가 없으니 당연히 생산성을 올릴 방도란 있을 수 없고, 결국 중소기업이 만드는 90% 이상의 일자리는 '실업과 빈곤'의 구렁텅이가 될 수밖에 없다.
해결할 길은 명확하다.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여서 괜찮은 일자리로 만드는 것이다. 그 대전제는 더 이상 대기업이 불공정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며 동시에 투자에 흘러갈 돈을 땅값이 빨아먹지 못하도록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는 것이다. 이런 필요조건이 충족된 후 중소기업의 네트워크화와 노동시간 단축, 그리고 교육/훈련을 통해서 생산성을 올려야 한다. 만날 허황된 "글로벌 대학. 글로벌 인재"를 외치는 대신에 대학은 진정한 '글로컬 대학'이 되어, 지역 산업의 발전과 고용을 도모하는 네트워크화(클러스터화)의 가장 중요한 주체가 되어야 한다. 중소기업이 살아나야 대기업도 살 수 있다. 핵심부품을 중국에 의존하게 되면 지금 세계 1,2위를 자랑하는 재벌도 결국 중국에 먹힐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모두가 알다시피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청년들에게는 중소기업으로 가라고 하면서 돈이 흘러갈 길은 재벌을 향해 터주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은 재벌들의 단기 이익을 위해 청년들의 미래를 빼앗아 버리는 것이다.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내세워 '촛불 소녀'의 생명을 위협했던 헛발질은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다.
끝없는 삽질
현재 이명박 정부의 유일한 경제정책은 "4대강 사업"으로 대표되는 건설이다. 문제는 이렇게 공급을 늘리면(4대강 사업의 본질은 강변 리조트 사업이다) 이미 잔뜩 끼어있는 부동산거품이 조만간 폭발할 것이라는 데 있다. 그러니 동시에 부동산 투기를 만들어 수요를 맞추는 외줄타기를 해야 한다. 그러나 끝없이 부풀어 오를 수 있는 거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부동산 거품은 금융과 연관돼 있으므로 미국과 일본이 서로 다른 양상으로 맞고 있는 금융위기가 곧 한국에도 닥쳐올 수밖에 없다.
이미 조짐은 시작되었다. 건설업계의 호소를 들어보라. 미분양 주택이 1998년 외환위기 때보다 1.2배나 늘었고, 최근 신규 분양 아파트의 청약률이 30~40%에 그치고 있다는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작년의 양호한 실적은 공공 공사의 물량 확대(예년에 비해 15조원 증가)와 양도소득세 감면이라는 마약 때문이라면서 또 다시 마약을 투여해 달라고(양도소득세 감면 연장) 애원하고 있다. 아마도 건설업계의 호소에 답해 이명박 정부는 또 다시 모종의 부동산 투기 수요 진작 정책을 내 놓을 것이다. 건설업체가 주상복합 등 사업에 받은 프로젝트 파이낸싱 중 44조원 가량의 만기가 올해 돌아오기 때문이다.
더 불행한 것은 헛발질과 삽질이라는 면에서 한나라당의 지방자치단체장들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 경기도의 이른바 "명품 도시 건설", 10조여원이 넘는 GTX사업(이 사업의 핵심은 역세권 개발권을 건설회사에게 주는 것이다), 20조원이 훨씬 넘는 "강변살자 프로젝트"(한강 주변 개발사업), 유니버설 스튜디오 유치 등은 모조리 부동산 개발사업이다. 규제를 완화해서 대기업과 외국인기업을 유치하면 실업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허황된 꿈도 마찬가지이다. 한편에서는 국가의 근육과 핏줄을 파헤치는 성형수술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허약한 병자의 안색을 감추느라 싸구려 분칠하기("디자인 서울")에 바쁘다. 특히 4대강 사업은 그 자체로도 자연을 파괴하지만, 중금속으로 오염됐을지도 모를 밑바닥 흙을 파헤치고 강변에 대규모 오염원을 잔뜩 만들어서 우리의 생명수인 수돗물마저 위협할 것이다. 4대강 유역의 상수원을 이전시키려는 계획은 그 증거가 아니고 무엇인가?
청년들이 일어선다
대통령의 헛발질에 응수라도 하듯 21일 한국 청년연대가 발족했다. 또한 다음 달 13일에는 실업이나 불안정 취업상태에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이 출범한다. 드디어 청년들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자활 노력'이다.
이명박 정부 첫해에는 촛불 소녀들이 스스로를 살리기 위해 광장에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은 캄캄한 밤에 청와대 뒷산에 올라 반성하고 대국민 반성문까지 발표했지만 바뀐 것은 없다. 인식의 헛발질과 파괴의 삽질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소녀들이 당겨준 촛불을 받아 이제는 청년들이 일어서고 있다. 나만은 살 수 있다는 헛된 생각으로 스펙 쌓기에 바빴던 청년들도 이제는 '자활'에 나선 것이다. 그 다음은 바로 우리 어른들 차례다. 집값이 오르고 주가가 오르면 모든 사람이 '루저'가 돼도 나만은 떼돈을 벌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은 아닌가. 특목고를 만들고 자사고를 만들면 내 아이만은 거기 가서 장래를 약속 받을 수 있다는 헛된 생각을 가졌던 것은 아닌가.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을 짓밟는 사회에서 '나만은' 성공할 수 있다는 허황한 꿈을 꾸었던 것은 아닌가.
그런 허황한 꿈속에 빠져 우리 스스로가 우리 아이들의 생명과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니었는지 물어봐야 한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했던 것일까? 6월의 지자체 선거는 그 첫 번째 시금석이다. 과연 헛발질과 삽질을 내버려둬야 하는가, 아니면 촛불 소녀와 청년들의 진정한 '자활'을 도와야 하는가? 아직도 희망은 있다.
"기대 수준에 맞지 않는데 가느니 차라리 취업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보다 적극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정부가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다 챙겨줄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들의 자활 노력이다."
청년들, 특히 대졸자들이 입사원서를 수없이 쓰면서도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에 취업하지 않으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청년들의, 건강한 생명체로서의 자기 보존 본능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본능적으로 안다. 불안정 고용의 덫에 한번 발을 내디디면 저임금과 실업, 재취업을 반복하는 '실업과 빈곤의 함정'에 빠져 버린다는 것을.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으로 취직했다가 정규직에 취업하는 길은 하늘의 별따기라는 경험과 이성이 그 사실을 뒷받침한다. 대통령의 말씀인즉 청년들이 본능도 이성도 버리고 '생각을 바꿔' 과감하게 함정에 뛰어들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문제는 왜, 우리나라 고용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이 괜찮은 일자리가 되지 못하느냐에 있다. 90년대 중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세계화'를 내세워 규제완화와 노동시장 유연성 정책을 쓴 이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는 나날이 벌어졌다. 개혁을 내세운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 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글로벌 기업'은 수시로 하청단가를 후려쳤다. 또한 땅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바람에 생산을 포기하고 오르는 땅값에 '투자'를 한 기업이 부지기수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반월공단'(안산의 시화-반월 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중소기업 중 절반은 부동산 임대업으로 돌아섰다. 이 역시 부동산 개발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았던 정책의 결과이다. 현재 중소기업은 비정규직을 늘리고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임금을 낮추고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연명하고 있다. 돈이나 시간의 여유가 없으니 당연히 생산성을 올릴 방도란 있을 수 없고, 결국 중소기업이 만드는 90% 이상의 일자리는 '실업과 빈곤'의 구렁텅이가 될 수밖에 없다.
해결할 길은 명확하다.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여서 괜찮은 일자리로 만드는 것이다. 그 대전제는 더 이상 대기업이 불공정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며 동시에 투자에 흘러갈 돈을 땅값이 빨아먹지 못하도록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는 것이다. 이런 필요조건이 충족된 후 중소기업의 네트워크화와 노동시간 단축, 그리고 교육/훈련을 통해서 생산성을 올려야 한다. 만날 허황된 "글로벌 대학. 글로벌 인재"를 외치는 대신에 대학은 진정한 '글로컬 대학'이 되어, 지역 산업의 발전과 고용을 도모하는 네트워크화(클러스터화)의 가장 중요한 주체가 되어야 한다. 중소기업이 살아나야 대기업도 살 수 있다. 핵심부품을 중국에 의존하게 되면 지금 세계 1,2위를 자랑하는 재벌도 결국 중국에 먹힐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모두가 알다시피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청년들에게는 중소기업으로 가라고 하면서 돈이 흘러갈 길은 재벌을 향해 터주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은 재벌들의 단기 이익을 위해 청년들의 미래를 빼앗아 버리는 것이다.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내세워 '촛불 소녀'의 생명을 위협했던 헛발질은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다.
끝없는 삽질
현재 이명박 정부의 유일한 경제정책은 "4대강 사업"으로 대표되는 건설이다. 문제는 이렇게 공급을 늘리면(4대강 사업의 본질은 강변 리조트 사업이다) 이미 잔뜩 끼어있는 부동산거품이 조만간 폭발할 것이라는 데 있다. 그러니 동시에 부동산 투기를 만들어 수요를 맞추는 외줄타기를 해야 한다. 그러나 끝없이 부풀어 오를 수 있는 거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부동산 거품은 금융과 연관돼 있으므로 미국과 일본이 서로 다른 양상으로 맞고 있는 금융위기가 곧 한국에도 닥쳐올 수밖에 없다.
이미 조짐은 시작되었다. 건설업계의 호소를 들어보라. 미분양 주택이 1998년 외환위기 때보다 1.2배나 늘었고, 최근 신규 분양 아파트의 청약률이 30~40%에 그치고 있다는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작년의 양호한 실적은 공공 공사의 물량 확대(예년에 비해 15조원 증가)와 양도소득세 감면이라는 마약 때문이라면서 또 다시 마약을 투여해 달라고(양도소득세 감면 연장) 애원하고 있다. 아마도 건설업계의 호소에 답해 이명박 정부는 또 다시 모종의 부동산 투기 수요 진작 정책을 내 놓을 것이다. 건설업체가 주상복합 등 사업에 받은 프로젝트 파이낸싱 중 44조원 가량의 만기가 올해 돌아오기 때문이다.
더 불행한 것은 헛발질과 삽질이라는 면에서 한나라당의 지방자치단체장들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 경기도의 이른바 "명품 도시 건설", 10조여원이 넘는 GTX사업(이 사업의 핵심은 역세권 개발권을 건설회사에게 주는 것이다), 20조원이 훨씬 넘는 "강변살자 프로젝트"(한강 주변 개발사업), 유니버설 스튜디오 유치 등은 모조리 부동산 개발사업이다. 규제를 완화해서 대기업과 외국인기업을 유치하면 실업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허황된 꿈도 마찬가지이다. 한편에서는 국가의 근육과 핏줄을 파헤치는 성형수술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허약한 병자의 안색을 감추느라 싸구려 분칠하기("디자인 서울")에 바쁘다. 특히 4대강 사업은 그 자체로도 자연을 파괴하지만, 중금속으로 오염됐을지도 모를 밑바닥 흙을 파헤치고 강변에 대규모 오염원을 잔뜩 만들어서 우리의 생명수인 수돗물마저 위협할 것이다. 4대강 유역의 상수원을 이전시키려는 계획은 그 증거가 아니고 무엇인가?
청년들이 일어선다
대통령의 헛발질에 응수라도 하듯 21일 한국 청년연대가 발족했다. 또한 다음 달 13일에는 실업이나 불안정 취업상태에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이 출범한다. 드디어 청년들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자활 노력'이다.
이명박 정부 첫해에는 촛불 소녀들이 스스로를 살리기 위해 광장에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은 캄캄한 밤에 청와대 뒷산에 올라 반성하고 대국민 반성문까지 발표했지만 바뀐 것은 없다. 인식의 헛발질과 파괴의 삽질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소녀들이 당겨준 촛불을 받아 이제는 청년들이 일어서고 있다. 나만은 살 수 있다는 헛된 생각으로 스펙 쌓기에 바빴던 청년들도 이제는 '자활'에 나선 것이다. 그 다음은 바로 우리 어른들 차례다. 집값이 오르고 주가가 오르면 모든 사람이 '루저'가 돼도 나만은 떼돈을 벌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은 아닌가. 특목고를 만들고 자사고를 만들면 내 아이만은 거기 가서 장래를 약속 받을 수 있다는 헛된 생각을 가졌던 것은 아닌가.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을 짓밟는 사회에서 '나만은' 성공할 수 있다는 허황한 꿈을 꾸었던 것은 아닌가.
그런 허황한 꿈속에 빠져 우리 스스로가 우리 아이들의 생명과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니었는지 물어봐야 한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했던 것일까? 6월의 지자체 선거는 그 첫 번째 시금석이다. 과연 헛발질과 삽질을 내버려둬야 하는가, 아니면 촛불 소녀와 청년들의 진정한 '자활'을 도와야 하는가? 아직도 희망은 있다.
덧붙이는 글
심상정 기자는 진보신당 전 대표로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입니다. 이기사는 프레시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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