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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 48초, 김치찌개도 볶음밥도 숨 죽였다

김연아 명품 연기에 시민들 '환호성'... "1등할 줄 알았다"

등록|2010.02.24 13:43 수정|2010.02.25 17:54

▲ 24일 오후 1시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지하 1층의 푸드코트. 곳곳에 설치된 PDP TV 화면에 김연아가 등장하자 점심을 먹던 150여 명의 사람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 김동환


[기사 대체: 24일 오후 2시 5분]

김치찌개도 볶음밥도 숨 죽였다

[서울 상암동 DMC 상가 = 김동환 기자] 그녀의 스케이트 날이 얼음판 위에서 미끌어지기 시작하자 김치찌개도 볶음밥도 숨을 죽였다.

24일 오후 1시,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지하 1층의 푸드코트. 곳곳에 설치된 PDP TV 화면에 김연아가 등장하자 점심을 먹던 150여 명의 사람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분주하던 푸드코트 식탁 위 숟가락 속도는 김연아의 전 순서인 일본의 아사다 마오가 TV 화면에 등장하면서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 김연아의 가장 유력한 경쟁자인 마오가 고난이도의 점프를 연거푸 성공시키자 일부 식탁에서는 탄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마오가 별 다른 실수 없이 프로그램을 마치고 TV 화면에 마오의 점수가 자막으로 뜨자 푸드코트 안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마오가 얻은 73.78은 이날 나온 쇼트 프로그램 점수 중 최고점.

제육볶음을 시켜놓고 경기를 보고 있던 김성호씨는 "올림픽이라 그런지 아사다 마오가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며 "납득할 수 있는 점수"라고 말했다.

이윽고 화면에 등장한 김연아는 얼굴에 긴장이 역력한 푸드코트의 식객들과는 달리 차분한 표정이었다. 김연아가 연기를 시작하고 곧 연거푸 세 개의 점프를 성공시키자 푸드코트 안에는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박수를 치는 식객들은 아무도 숟가락을 손에 들고있지 않았다.

박수 소리가 나자 푸드코트에 입점한 가게 주방장들도 잠시 일손을 멈추고 주방 밖으로 나와 TV를 지켜봤다. 식사를 마치고 두 손을 모은 채 경기를 지켜보던 김경아씨는 식당에서 일하던 아주머니가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김연아) 실수 안 했어요?"라고 묻자 "실수 안 했다"고 말하며 TV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경기 내용을 간단하게 해설(?)해 주기도 했다.

김연아가 연기를 마친 후 제각기 점수를 예상하며 웅성거리던 식객들은 TV에 '78.5 세계신기록'이라는 자막이 뜨자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으며 일부는 기립박수를 쳤다. 일부 여자 관객들은 박수를 치면서 김연아 뒷 순서인 일본의 스즈키 아키코를 가리키며 "불쌍해서 어떡하냐"는 말을 하기도 했다.

TV 바로 앞에 있는 식탁에서 경기를 보다가 경기가 끝나자마자 식판을 반납하고 푸드코트를 빠져나온 이아무개씨는 "오전부터 회사에서 문서 작업하면서 문서 창 뒤에 인터넷 생중계 창 띄워놓고 몰래 봤다"며 "김연아 1등 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 서울역 안에서 김연아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 ⓒ 이주연


"일이고 뭐고 필요 없다"

[서울역 = 이주연 기자]  서울역 내에서 정월대보름 음식을 파는 안원식씨는 잠시 일손을 놨다. 김연아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다. 김연아가 연기를 펼치는 내내 황홀한 표정으로 관람하던 안씨는 "울컥할 정도로 감동스럽다"고 말했다.

24일 오후 1시, 서울역 안에서는 수많은 시민들이 대형 TV 앞에 모여 김연아의 경기를 지켜봤다. 직전에 경기한 아사다 마오가 높은 점수를 받자 "아!"하며 안타까운 탄호성을 지르던 시민들은 김연아가 멋진 연기를 펼치자 힘찬 박수로 응원을 보냈다.

오후 1시 30분 기차를 타야하는 서준영씨는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경기를 관람했다. 서씨는 "김연아, 정말 잘하네요 파이팅!"을 외쳤다. 부산에 가는 길이라는 한 시민은 "최고점수 받는 거 보니 굉장히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서울역 안에서 사람들의 발걸음을 잡아끄는 것은 김연아의 명품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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