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화개장터에서 봄 향기에 취하다

평범한 곳에서 기쁨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등록|2010.02.24 17:54 수정|2010.02.24 17:54
"장단이 흥겹다."

색동저고리를 입고 있는 여인이 장구를 치고 있었다. 그 장단이 얼마나 흥겨운지 듣는 이마다 시선이 그 곳으로 향하게 된다. 시장의 한 가운데에서 멋들어지게 치고 있는 여인의 북장단이 공간을 신바람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시장은 가락으로 인해 흥이 넘쳐나고 시장을 메우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기운을 불어넣어주고 있었다.

장터 가는 길멀리 다리가 보이고 ⓒ 정기상



화개 장터.
유행가 가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전라도와 경상도를 이어주는 장터로 이름이 나 있다.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장날이며 이곳으로 모여들어 삶의 정을 나누는 곳이다. 장터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물건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고 그 사람들을 구경하는 사람도 있다. 활기가 넘쳐나고 있어서 그 공간에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깨가 들썩인다.

아침에 출발하여 이곳에 도착하니 정오가 다 되어 있었다. 사람들에 섞여서 장 구경을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장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활짝 피어 있는 봄꽃의 향기를 마음에 그득 담았다. 다양한 색깔로 피어 있는 꽃들의 향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봄이 왔다는 사실을 온 몸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햇살에 어우러져 봄의 잠치가 펼쳐지고 있었다.

활짝 웃는 봄꽃노란 향이 배어나 ⓒ 정기상



원래 화개 장터는 쌍계사 계곡에서 내려오는 시내 건너편에 있었다. 점포 하고 해보아야 여남은 곳이 전부였다. 그래도 전라도 사람과 경상도 사람이 물건을 사고파는 데에는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 나중에 유명세를 타게 되어 현재의 장터로 확장 이전되었다. 북적이는 장터 모습을 바라보면서 사람의 욕심도 이와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공간의 크기나 사람들의 수가 삶의 질을 결정하는데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중요한 것은 크기나 많고 적음이 아니다. 바라보는 마음에 달려 있다. 전제 없이 바라보아야 하고 의심 없이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전제가 있다면 차별심이 생긴다. 바르게 볼 수가 없다. 바르게 보지 못하면 제대로 볼 수가 없고 제대로 볼 수가 없으면 바른 판단을 할 수 없다.

멋들어진 장단색동 저고리를 입고 ⓒ 정기상



의심의 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아도 의심을 먼저 하게 된다면 바르게 볼 수가 없다. 바르게 보지 못하면 굴절될 수밖에 없다. 왜곡된 시선으로 보이는 세상의 모습은 일그러질 수밖에 없다. 일그러진 세상에 살게 되면 삶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제대로 될 수가 없다.

시장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활기 넘치는 모습이 삶의 진솔한 모습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시장 속에서 사람 사는 맛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욕심내지 않고 거짓 없이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정말 좋다. 무엇을 더 바란단 말인가? 무엇을 더 원한단 말인가? 이것으로 충분하고 족하지 않은가?

화개 장터활기 넘치는 ⓒ 정기상



일상이란 날개.
시장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을 바라보면서 저런 모습이 바로 행복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햇살을 받으면서 장터에 그득 차 있는 봄을 만끽하면서 여유롭게 움직이는 모습이야 말로 가장 아름다운 인생이 아닌가? 저런 모습이야말로 사람답게 살아가는 얼굴이란 확신이 든다. 저렇게 살아가게 되면 일상은 날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평범함 속에 행복이 있고 즐거움이 있다. 일상이라는 날개를 활짝 펴게 된다면 그 무엇도 다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행복이 결코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은 바로 저런 모습을 두고 하는 말이라는 점을 꿰뚫어보게 된다. 최선을 다 하여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살이다. 할 수 있는 힘을 다 하게 되면 하늘로 감동하게 된다.

봄 향그윽한 ⓒ 정기상



지리산에서 내려온 봄의 향에 흠뻑 취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전라도 사람과 경상도 사람이 하나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어디 그들뿐인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의 모습에서 보통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에서 희망을 본다. 내일을 본다. 일상이라는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평범한 곳에서 기쁨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春城>
덧붙이는 글 데일리언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