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남자' 이광재, 사실상 강원도지사 출마 선언
출정식 같은 출판기념회... 정세균, 한명숙, 손학규 등 지도부 총출동
▲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24일 오후 강원도 원주 인터불고 호텔에서 열린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강원도지사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 이경태
"많은 분들이 강원도지사 출마에 대해 말씀을 하셨다. 정말 숙고를 거듭하겠다. 도민들의 은혜를 반드시 갚을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찾겠다. 전라도·경상도·충청도 이외의 '기타'도로 분류되는 강원도가 이름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 강원도가 한강과 낙동강을 만들 듯 대한민국의 새 역사를 다시 쓸 수 있는 곳으로 하겠다."
'노무현의 남자'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24일 사실상 강원도지사 출마 뜻을 밝혔다. 이 의원이 일찌감치 충남도지사 후보로 나선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과 함께 6·2 지방선거에서의 친노 부활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비록 "숙고하겠다"고 했지만 "강원도의 형제, 아들과 같은 이광재가 여러분 곁으로 다시 돌아왔다, 받아주시겠냐"는 그의 물음은 '출사표'나 다름없었다.
만 1년 만의 정치 재개다. 앞서 그는 검찰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로 감옥에 갇히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겪으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바 있다. 1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뒤엔 봉하마을로 내려가 노 전 대통령 묘역 조성 사업에 주력해왔다.
정계은퇴 번복 선언에 대한 마음의 짐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21년 간 인연을 맺어왔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도 남아있었다. 이 의원은 이날 여러 번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억할 땐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고, 수감된 그를 격려한 지역민들을 말할 땐 결국 눈물을 찍어내고 말았다.
"아비 없는 자식된 친노... 노무현 꿈 잇고자 한다"
▲ 이광재 의원이 지난 2009년 5월 27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마련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에서 한명숙 장의위원장의 손을 잡고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이 의원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놓아두고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며 "누군가는 이제는 일을 할 때라고 하지만 아직도 도리를 다하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자책감이 있었다"고 '부채 의식'을 토로했다.
이 의원은 또 "정치적으로 볼 때 (친노는) 아비 없는 자식들이 돼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며 "더 이상 물러서지 않고 앞장서 나가기 위해 여기 섰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또 "단결해서 노무현의 꿈을 잇고자 한다"며 "봉하마을을 지금도 찾는 이들의 가슴속에서 사는 것이 영원히 사는 것임을 알았다"고 노무현 정신 계승 의지를 밝혔다.
무엇보다 이 의원은 "인구 150만 명, 초·중·고교생을 제외하면 100만 명을 약간 넘는 이 강원도에서 (수감된) 이광재를 위해 10만 명이 넘는 분들이 서명해주셨다"며 "그 은혜 때문에 이 자리에 다시 서게 됐다"고 '강원도의 은혜'를 강조했다.
"감옥에 있을 때 지역의 어르신들이 면회 오시면서 나물과 떡을 싸오시고 했다. 크게 배우신 분들이 아닌데도 그 분들의 편지는 너무 절절했다. 참 저만 강원도를 짝사랑한 것이 아니었구나. 정치판이 황량하기만 한 곳은 아니구나 했다. 반드시 살아가서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30대는 정도전처럼 40대는 이성계처럼'
이날 새로 선보인 이 의원의 저서 <이광재 이력서>와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도 그 같은 의지를 품고 있었다.
특히 본인의 삶을 서술한 <이광재 이력서>의 부제는 "30대는 정도전처럼 40대는 이성계처럼"이었다. 조선왕조 시대를 여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정도전과 같은 길을 걸었던 그가 이제 개국공신이 아닌 주인공으로 거듭나겠단 뜻으로 다가왔다.
출판기념회도 사실상의 강원도지사 출정식이나 다름 없게 치러졌다.
강원도민과 당원을 비롯한 1천여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정세균 대표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손학규 전 대표, 문희상 국회부의장, 송영길 최고위원, 김원기 전 국회의장 등 당 지도급 인사들이 대거 출판기념식에 참석했다.
안희정 최고위원과 서갑원·백원우 의원, 국민참여당의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이기명 후원회장 등 친노(親盧)세력도 함께 자리했다.
당 지도부 대거 참석... 손학규, "이광재로부터 명예 도민증 받고파"
▲ 24일 열린 이광재 민주당 의원의 출판기념회에는 정세균 대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손학규 전 대표 등 민주당의 지도급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 ⓒ 이경태
축사에 나선 당 인사들은 한결같이 강원도를 이끌 인재로 이광재 의원을 꼽았다.
정세균 대표는 "이광재는 강원도를 위해서는 진짜 욕심쟁이이지만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욕심을 부린 적 없는 사람"이라며 "강원도에서 이 의원과 같은 일꾼이 계속해서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어, "당에서 앞으로 이 의원이 강원도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하고 있다"며 당 역시 이 의원의 강원도지사 출마를 종용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역시 "이 의원이 강원도를 위해 일하면 강원도 사람들이 빛나고 행복하고 자부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데 힘이 될 것"이라며 "이 의원이 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뒤에서 팍팍 밀어주시기 바란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현재 강원도 춘천에서 2년 째 칩거 중인 손학규 전 대표는 "춘천뿐만 아니라 원주, 평창, 화천 등 강원도 어딜 가도 이광재가 있다"며 "이광재 의원이 도지사보다 도를 위해 일을 더 많이 했다는 것"이라고 극찬했다.
손 대표는 이어, "좌절과 낭패감에 젖어있는 국민과 강원도민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사람이 여러분의 이광재"라며 "멀지 않은 장래에 이 의원으로부터 명예 강원도민증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좌(左)희정·우(右)광재의 한 축인 안희정 최고위원은 "노무현 대통령 때리기가 국민스포츠화 됐던 그 때 온 몸을 시퍼렇게 두드려 맞았던 이가 이광재 의원"이라며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안 최고위원은 특히 "안희정과 이광재, 노무현 대통령을 모셨던 그 집안의 자손이 반드시 살아남아 역사의 진실을 기록해야 하지 않겠냐"며 "도민 여러분과 이 의원을 사랑하는 동지 여러분이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힘을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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