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우리 아들 대학 마치느라 고생 많았다!"

졸업식 낙수

등록|2010.02.25 13:19 수정|2010.02.25 13:19

▲ 24일 졸업식이 열린 충남대학교. 도서관 앞의 분수대 풍경 ⓒ 홍경석

어제(24일)는 아들의 대학 졸업식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기분이 매우 출렁거리는 바람에 새벽부터 일어났지요.

아! 이제 내 아들도 대학을 마치는구나... 졸업식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한다고 했기에 오전 9시 경 집을 나섰습니다.

택시를 타고 갔으나 유성구청 입구서부터 차가 밀리면서 꼼짝을 못 했기에 거기서 내려 충남대학교까지 걸어갔습니다. 아들의 졸업식이 있는 공과대학엔 많은 졸업생들 외에도 축하객들이 손에 손에 꽃다발을 들고 오셨습니다. 아들의 졸업에 박수를 치고자 온 처조카 녀석들은 모두 셋.

"바쁜 와중에도 이처럼 와 줘서 고맙다!"
교수님 한 분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졸업식은 다소 늦게 치러졌습니다.

학과장 교수님으로부터 졸업장과 악수를 받고 아울러 부동자세로 졸업생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는 교수진들을 보자 새삼 그렇게 졸업을 하는 아들이 퍽이나 대견스러웠습니다.

졸업식을 마치고 공대 건물을 나오니 날씨는 흡사 완연한 봄 날씨를 방불케 했습니다.

"와~ 울 아들 졸업식을 축하해 줄 요량으로 날씨까지 분위기를 알아서 맞춰주네!"

중앙도서관이 보이는 분수대로 이동하여 사진을 찍노라니 아들의 선후배들이 꾸역꾸역 모여 들었습니다.

"00에 취업했다며? 정말 잘 됐다, 축하한다!"
"선배님, 저도 좀 잘 이끌어 주세요."

아들은 그들에게도 이 아빠의 소개를 잊지 않았습니다.
"우리 아버지셔, 인사해라(하세요)."

아들을 아는 지인들이 어찌나 많은지 분수대 앞에서만 얼추 1시간 이상이나 사진을 찍어야 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아들이 입고 쓴 학사모와 졸업식 의상을 벗겨 저는 물론이요 조카들에게도 입히곤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하지만 가정형편으로 말미암아 대학 1학년 때 부득이 학업을 중단한 조카의 표정은 너무나 어두워서 '내가 괜한 짓을 했구나...' 싶은 어떤 죄책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시간이 너무 지체되니 다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아들, 이젠 그만 가자꾸나! 배가 고파 미치겠다."

한정식 집으로 들어가 음식과 술을 시켰습니다.
"아들아, 대학 졸업 축하한다! 아빠가 주는 술 한 잔 받거라."

그러나 아들은 회사에 다시 들어가야 한다며 사양했습니다.
"그래? 그럼 술을 하면 안 돼지, 이번엔 우리 조카들이 한 잔씩 하거라."

하지만 녀석들도 대낮이라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에라, 그럼 내가 다 먹지 뭐."

대낮부터 폭탄주를 거나하게 마셨습니다. 정말 기분 좋게 말입니다!

"우리 아들 대학 마치느라 고생 많았다!"
"아네요, 아빠가 고생 하셨지요!"
덧붙이는 글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