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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업계 고질적인 리베이트에 세무조사 칼 뺐다

국세청, 25일부터 대형 제약업체 4곳 등 30곳 전격 조사

등록|2010.02.25 16:29 수정|2010.02.25 16:30

▲ 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 본청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번엔 뿌리가 뽑힐까. 그동안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대형 제약업체와 약품 도매업체, 병원 등에서 널리 이뤄져왔던 리베이트 거래에 대해 국세청이 세무조사 칼을 들이댔다.

국세청은 25일 세금 탈루 혐의가 있는 국내 대형제약업체 4곳을 비롯해, 의약품 도매업체 14곳과 의료기기 제조ㆍ판매업체 12곳 등 모두 30곳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선정된 업체들의 경우 의약품을 세금계산서 없이 주고받거나, 허위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의약품을 제조하는 제약업체에 대해선 리베이트 관련 탈세 조사가 진행된다. 이를 위해 세금계산서 추적조사를 포함해 법인세 등 통합조사가 이뤄진다.

최초로 제조부터 판매까지 일괄 세무조사

또 제약업계에 대한 이번 조사에서 국세청이 직접 의약품의 제조부터 판매까지 전체 유통과정에 대해 일괄적으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조사 방식은 처음이다. 한마디로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던 제약업체와 도매업체, 병원, 약국 사이의 고질적인 리베이트에 대해 제대로 조사를 벌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세청은 다른 일반 세무조사와 달리 해당 업체 등에 세무조사 사전 통지를 생략하고, 전국 각지 지방국세청의 정예 조사요원을 전격 투입했다. 현행법상 세무조사 대상 업체나 개인이 증거인멸 등으로 조사가 어려울 경우 국세청은 사전에 세무조사 통지를 생략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물론 일반적인 정기세무조사 등은 사전에 해당 사업장에 통지된다.

이학영 국세청 조사2과장은 "이번 조사를 위해 3~4개월 전부터 여러 품목에 대해 허위세금계산서 사용 등에 대한 분석을 진행해 왔다"면서 "그 결과 의약품과 의료기기 쪽에서 탈세가 의심되는 위장거래가 상당수 나와서, 관련 회사 등에 대한 내사를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국내 대형 제약업체의 경우 리베이트 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세금계산서 없이 거래하거나, 허위로 세금계산서를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제약업체가 의약품 유통의 한 축인 도매업체와 담합해 의약품을 반품받은 것처럼 회계를 처리해 매출액을 축소하거나, 도매업체는 반품 처리된 의약품을 약국 등에 세금계산서 없이 판매하는 등의 행위가 있어왔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고질적인 의약업계의 리베이트 관행 뿌리 뽑힐까

실제로 대전의 한 대형 의약품 도매업체의 경우 제약회사에서 허위 세금계산서를 받는 대신 대금을 차명계좌로 따로 입금받았다. 이런 방식으로 비자금을 만든 후 대전과 충남지역의 병원과 약국 등을 상대로 리베이트를 지급해 오다가, 이번에 국세청에 적발됐다. 이 업체는 부가가치세 등으로 10억 원이 추징당하고, 해당 회사는 검찰에 고발됐다.

서울에 사업장을 가진 한 의료기기 제조회사의 경우 제품 28억 원어치를 도매상과 소비자에게 세금계산서 없이 판매했다. 이 업체는 대신 세금계산서를 필요로 하는 자신의 거래처인 병ㆍ의원에 28억 원의 허위세금계산서를 발급해 줬다.

병원 등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이용해 자신들의 자산 가치를 높이는 수법으로 세금을 탈루해 왔다. 또 세금계산서 없이 의료기기를 사들인 도매상 등은 매출 축소 등의 수법으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이들에게 모두 13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송광조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번에 선정된 제약업체나 의약품 관련 업체 뿐 아니라 관련 거래처에 대해서도 거래 흐름을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라며 "앞으로 각 지방국세청의 유통거래질서 분석전담팀을 통해 유통과정이 문란한 품목에 대한 모니터링 등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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