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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미리 본다

등록|2010.02.26 12:01 수정|2010.02.26 12:01
 어디서 오느냐
 울음이 아름다운 사람 널 맞게 하느냐
 열 손가락 지문 풀어 길을 만든다
 찬 이마 같은 달빛으로 젖은 속옷 가리니
 눅눅해진 꿈 깨어 내 앞에 앉는구나
 지천에 깔리는 그리운 숨소리도
 이제는 약이 되어 나는 조용하다

 어디서 오느냐
 빗방울 같은 발자국으로 날 젖게 하느냐
 종이학보다도 더 외로웠던 시간들 
 첨벙첨벙 목이 잠긴다
 천 개의 팔로 내 허리를 감고
 천 개의 입술로 내 이름을 부르는 구나
 등줄기를 덮는 너의 찬 손
 뒤돌아보는 그림자에 등불이 꺼진다

 그 아래 가는 비명
 마지막 호명(呼名)되어 하늘을 긋는데
                        서석화 <이별을 미리 본다>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사람들은 봄을 끌고 오는 비라고 아직 터지지도 않은 목련 꽃잎을 닮은 입술로 환하게 반겼다. 폭설이 잦았던 지난겨울, 언제든 미끄러질 수 있다는 불안에서 그들은 모두 해방되어 보였다. 위태로움을 벗어나 꼿꼿하게 직립된 사람들의 다리가 싱싱하게 빛났다.

지난겨울, 용케도 미끄러지지 않고 긴 겨울을 건너왔는데 새해가 오고 봄이 온다는 지금, 눈 떠 보니 빙판 길에 하이힐을 신고 서 있는 사람이 보인다. 이런 대책 없음과 이런 황당함, 꼭 한 달만 난폭하게 대결해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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