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시·군·구청 '업무추진비'는 단체장 쌈짓돈?

[인터뷰] 오영택 공무원노조 부정부패추방위원장

등록|2010.02.28 20:47 수정|2010.02.28 20:47
1년 동안 끈질기게 광역자치단체의 업무추진비를 조사해 비리를 밝혀냈던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230개 기초자치단체에도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정부패추방위원회(위원장 오영택)는 16명을 7개 팀으로 나눠 시장과 군수, 구청장의 업무추진비를 살펴보고 있다. 예산서와 행저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가지고 직접 시청과 군청, 구청을 찾아 증빙서류를 열람하는 등의 현장실사까지 벌이고 있는 것. 이미 대구와 경북, 서울 등 몇 곳은 마쳤고, 이번 조사는 오는 3월 20일까지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 오영택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정부패추방위원장이 경남지역 기초자치단체의 업무추진비에 대해 실사를 벌인 자료를 펼쳐 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 윤성효

이번 기초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조사는 단체장의 경우 2008년도, 부단체장의 경우 2008년 1월부터 2009년 9월 30일까지가 대상이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역 시장과 군수, 구청장 관련 잘못된 업무추진비 실태가 알려질 것으로 보여 이번 조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미 공무원노조는 지난해 7월, 16개 광역단체장의 업무추진비를 조사해 공개했다. 이 조사를 통해 업무추진비는 한 마디로 '단체장의 쌈짓돈(?)'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현장격려금으로 비서실에서 '돈 잔치'를 하고, 정보경찰에게 업무추진비로 '촌지'까지 준 것으로 드러났다.

오영택 위원장은 2월 중순경 경남지역 20개 시·군을 방문해 업무추진비 지출 증빙서류를 열람했다. 2개 시는 축소 공개해 담당 공무원과 옥식각신하다가, 결국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서류를 볼 수 있었다. 오후 10시 가까이까지 서류를 살피기도 했다.

오 위원장은 기초자치단체도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사용한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 특히 언론인에게 특산물을 보낸 사례도 있었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현금을 부당 지출한 사례가 있고, 애매모호한 지출도 많았다는 것.

오 위원장은 지난 25일 오후 늦게까지 마산시청에서 자료 열람을 했다. 다음은 이날 오후 오 위원장을 만나 나눈 이야기다.

- 업무추진비 증빙서류를 보자고 하면 잘 보여주는가.
"대부분 잘 안 보여 준다. 자료도 잘 안 보여주고, 축소해 보여 주기 일쑤다. 그러다가 늦게 공개해 시간이 걸리는 일이 많다. 경남의 경우 2개 시가 그랬다. 축소공개는 사실은 돈을 더 썼음에도 공개할 때는 덜 쓴 것처럼 줄여서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밥값이나 현금지출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정확한 금액은 계산해 봐야 하겠지만 상당히 많은 금액일 것이라 본다. 옥신각신하다 늦더라도 다 본다. 어떤 자치단체는 퇴근시간이 훨씬 지나 자료를 내놓기도 한다."

- 경남권만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다른 자치단체는 어떤가.
"다른 자치단체도 축소공개한 사례가 있다. 특별히 경남권과 다른 자치단체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경남이 축소공개 하는 사례가 현저히 나타난다는 것이다. 축소공개냐 아니냐는 금방 탄로 난다. 예산서를 갖고 있는데, 예산서와 자치단체들이 내놓은 지출자료를 대조해 보면 금방 안다. 탄로가 나면 나중에는 변명한다. 실수를 한 것이고 누락된 것이라고 하는데, 따지고 보면 의도적인 축소다."

단체장 호주머니로 전락한 '업무추진비'

- 지난해 광역자치단체장의 업무추진비를 공개했는데?
"실태조사한 결과를 공개한 게 지난해 7월이었다. 많은 국민들로부터 제보가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해, 광역단체장의 업무추진비는 개인 호주머니 돈이었다. 고발할 것이다. 이번에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도 그런 바탕에서 한다. 230개 시·군·구에 정보공개를 요구해서 자료를 받았는데, 지출증빙서류가 사실인지 여부를 따져 보는 것이다. 법 위반도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업무추진비라는 게 정당하게 지출되어야 하는데, 광역단체도 그랬지만, 기초단체에서도 (업무추진비가)단체장의 호주머니이며, 선심성 사전선거운동으로 전락하는 사례도 많다."

- 광역단체를 고발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지난해 발표할 때 보면 다 나와 있는데, 업무추진비를 횡령하거나 비자금 조성 의혹도 보였으며, 선거법 위반 소지도 있었다. 부당 지출된 업무추진비에 대해 환수를 요구했지만, 전국적으로 환수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전국 광역단체가 모두 해당된다고 보면 된다. 업무추진비는 국민 혈세로, 부당하게 사용된 돈은 다시 돌려놓아야 한다. 고발장을 작성해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 지난해 광역자치단체의 부당 업무추진비 사례를 공개한 뒤 항의나 명예훼손 등의 지적은 받지 않았는지.
"항의는 한 건도 없었다. 오히려 무마하기 위해 엄청난 로비가 들어왔다. 단체장이 직접 부탁하는 경우도 있었다. 여러 가지 방법이나 사람을 통해 회유하는 일이 많았다. 명예훼손 주장은 한 군데도 없었다."

- 경남지역 기초단체의 업무추진비를 살펴보니 어떤가?
"역시 현금 지출이 문제다. 부단체장이 정보수집 활동비 명목으로 매월 150만 원을 쓴 데가 있었다. 또 다른 자치단체는 단체장이 매월 300~400만 원을 어디에 썼는지 알 수 없도록 해놓았다. 서류가 부실하게 작성된 사례가 있다. 방문자를 위해 물품을 구입했는데 사전 내부 결재가 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물품을 누구에게 주었는지 대상자가 불분명한 사례가 많다. 물품을 주고 나면 수령증을 받아놓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곳이 많았다. 물품은 대개 3~10만 원 상당인데, 가령 진주의 실크와 같이 지역 특산물이 많았다."

- 또 어떤 부당한 사례가 있는지.
"부단체장이 단체장의 역할을 상당히 하고 있었다. 단체장이 근무하고 있고 업무수행이 가능한데도 부단체장이 나선 것이다. 이는 부단체장의 정치적 입지 확보로 보인다. 또는 단체장이 선거법 위반 때문에 할 수 없으니까 대신해서 부단체장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가령 축·조의금 등 경조사비가 그렇다. 부단체장이 단체장인 것처럼 기관의 대표성을 띠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단체장과 부단체장이 이중으로 한 사례는 거의 모든 자치단체에서 나타났다. 관내가 아닌 다른 지역에도 경조의금을 보내는 게 활발했다."

- 기초자치단체에서 사용한 물품 구입은?
"다른 지역에서는 별로 나타나지 않는데, 경남에서는 외지에 나가 있는 향우들에게 특산물을 사서 보내는 사례가 많았다. 언론인도 포함돼 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이라 볼 수 있다. 향우들에게 선물을 보내는 것에 대해 선관위에서 단속하고 있는데도 행해지고 있었다."

- 광역자치단체에서는 현금지출이 문제가 되었는데, 기초는 어떤가?
"어느 기초단체는 월 300만 원씩 한꺼번에 각 실․과장한테 준 것처럼 서류가 되어 있었다. 월 300만 원이면 10명의 실·과장만 계산해도 3000만 원이다. 업무추진비 규정상 현금 사용은 제한되어 있다. 현업 부서와 현장 근무자한테는 줄 수 있는데, 부속실과 기획실, 예산실 과장한테 준 것처럼 서류가 돼 있다. 그것은 진짜 그 과장들에게 전달된 게 아니라고 본다. 이른바 비자금 조성 의혹인 것이다. 아니면 다른 용도로 사용된 것이다."

- 또 다른 사례는?
"업무추진비에서 기자들에게 촌지를 준 것도 발견되었다. 액수는 많지 않았다. 한 건 당 10만 원이었다. 2개 기초자치단체에서 그랬는데, 출입 기자 모두에게 준 것으로 되어 있었다."

"업무추진비 관련 개선 요청하고, 심할 경우 고발할 것"

- 업무추진비는 대개 밥값이 많다고 하는데?
"단체장이나 부단체장이 시민사회단체와 간담회를 하고 식사를 한 사례가 있었다. 그런데 애매모호한 집행이었다. 거의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시민이나 군민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시정이나 군정을 목적으로 식사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는 사례가 있었다. 단체장이나 부단체장의 자기 관리 정도로 비춰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례가 너무 잦다는 것도 문제다."

- 증빙서류를 100% 신뢰할 수 있는지.
"전국적으로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경남도 그렇다. 업무추진비 담당 직원이 단체장이나 부단체장이 집행한 뒤 이야기만 듣고 서류를 작성하는 것이다. 담당 직원이 업무추진비를 현장에서 어떻게 썼는지 확인하지 않고 서류를 작성하고 있었다. 업무추진비의 60% 정도가 밥값인데, 대부분 소속 직원이 먹은 것처럼 되어 있다. 사실은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 직원들이 먹은 것처럼 해놓은 것이다. 단체장이나 부단체장이 영수증을 주면 담당직원은 공무원들이 식사를 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놓은 것이라 볼 수 있다. 단체장은 민원인을 만나고 식사를 할 수 있지만, 밝히지 못할 민원인이라서 그런지 직원들과 먹은 것처럼 표현해 놓는 것이다. 규제가 필요하다."

-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업무추진비를 분석한 뒤 어떻게 할 것인가.
"오는 3월 20일까지 전국 320개 시·군·구에 대한 실태조사를 마무리 지을 것이다. 광역권별로 허위 지출이 많고 규정 위반이 많은 곳을 중심으로 해서 공개할 것이다. 이런 조사의 주요 목적은 제도 개선인데, 업무추진비에 대한 제도 개선을 요구할 것이고, 심한 자치단체는 고발도 할 것이다."

- 제도 개선이라면?
"업무추진비의 탈법적이고 부당한 지출을 막아야 하는데, 사실 담당 공무원이 단체장의 통제 속에 있다 보니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상명하복식 구조 속에서는 부당지출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담당 직원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사에 나가보면 담당 공무원들이 당장에 그런 애로를 호소한다. 부당 지출을 거부하면 인사상 불이익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양심과 현실의 괴리가 있다. 담당 직원들은 어떻게 하든, 자기가 모시고 있는 동안 단체장이나 부단체장이 서류 작성으로 인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고,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부당하게 업무추진비를 지출하고 난 뒤에 서류를 통해 정당화시키다 보니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