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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꼬마 녀석들 추운 줄도 모르고…

28일 정월대보름날 전남 영암서 '전국 민속연 날리기대회'

등록|2010.02.26 17:22 수정|2010.02.26 17:22

▲ 널뛰기. 우리 전통의 세시풍속놀이 가운데 하나다. ⓒ 이돈삼


입춘과 우수가 지나고 경칩이 며칠 남지 않았다. 봄기운이 피부로 느껴진다. 지금쯤 개구리들도 기지개를 켜려고 뒤척이기 시작했을 것이다. 또 28일(음력 1월15일)은 정월대보름이다. 일년 중 세시풍속놀이가 가장 활발하게 행해지는 게 이 때다.

보름 가운데 가장 큰 '정월대보름'은 예부터 여유와 풍류 그 자체였다. 그러나 물질만능주의가 판치고 개인주의가 뿌리내리면서 그 멋이 사라져가고 있다. 소득수준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지만 우리 생활은 갈수록 각박해져만 가는 것 같다. 아이들도 연날리기나 윷놀이 대신 컴퓨터게임을 하며 세시풍속놀이를 잊은 지 오래고….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정월대보름을 큰 명절로 여겼다. 설, 추석, 단오와 함께 4대 명절로 꼽을 정도였다. 정월대보름을 전후해 펼쳐지는 지신밟기, 당산제 등 세시풍속놀이를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저마다 고유한 문화를 반영하고 있는 세시풍속놀이엔 생활의 지혜와 삶의 애환이 서려 있다. 한 해의 안녕과 풍요 그리고 가족간, 이웃간 복을 비는 간절한 마음도 녹아 있다.

▲ 연 날리기. 옛날 겨울철 어린이들의 놀이문화 가운데 하나다. ⓒ 이돈삼


그 가운데 하나인 연날리기는 오래 전, 많은 아이들이 즐겼던 겨울철 놀이문화였다. 연은 정월 초하루부터 대보름 사이에 많이 날렸다. 그러다가 정월대보름이 되면 연을 하늘로 멀리 날려 보냈다. 나쁜 것을 보내고 복을 맞아들인다는 그런 의미였다. 하늘에 띄워 보낸 연을 보며 소원을 빌기도 했다.

연에 얽힌 재밌는 이야기도 많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은 왜군과의 해전에서 가까운 섬의 아군과 통신하는 신호용으로 연을 사용했단다. 얼마 전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한 TV드라마에서도 나왔었다. 김유신 장군이 밤에 불을 매단 연을 하늘로 올려 어수선한 민심을 바로잡았다는 이야기다.

연날리기를 생각하면 옛 추억을 빼놓을 수 없다. 대중가요의 노랫말처럼 '동네꼬마 녀석들 추운 줄도 모르고 언덕 위에 모여서….'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전통의 세시풍속놀이 가운데 하나인 연 날리기가 대대적으로 펼쳐지는 곳이 있어 눈길을 끈다. 전라남도 영암이다.

▲ 동네 꼬마 녀석들 추운 줄도 모르고... ⓒ 이돈삼


연날리기 행사는 28일 정월대보름날 영암방조제 휴게광장에서 펼쳐진다. 전남농업박물관이 주최하고 전국전통민속연협회가 주관한다. 공식 대회 명칭은 F1국제자동차경주대회 성공기원 전국민속연날리기 대회다. 대회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다. 오전행사는 기념행사에 이은 액막이연과 창작연 시연이 펼쳐진다.

본격적인 연날리기 경연은 오후 1시부터 이뤄진다. 경연은 크게 일반부와 학생부로 나뉜다. 일반부는 연줄 끊기, 여성부, 왕위전 등 3개 부문으로, 학생부는 초등부와 중등부로 나뉘어 펼쳐진다.

연날리기 대회에 참가할 연은 가로 40㎝이상 되어야 한다. 너무 작은 연은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 그러나 세로 길이는 참가자에 따라 임의로 조정할 수 있다. 10m, 20m, 100m를 달아도 괜찮다. 그래서 더 볼거리가 된다. 연날리기는 누가 더 멀리, 더 높이 날리느냐에 따라 우열을 가린다.

▲ 연 만들기. 어린이들의 체험놀이로 으뜸이다. ⓒ 이돈삼


시상도 푸짐하다. 일반부 연줄 끊기 부문이 있는데 1등에 상금 150만원, 2등에 70만원, 3등 30만원이 주어진다. 또 연줄 끊기로 우위를 가리는 왕위전 1등에겐 F1국제자동차경주대회 해외시찰 교환권을 준다.

연을 멀리, 높이 날리는 참가자를 가려 시상하는 여성부와 학생부의 시상도 풍성하다. 부문별 각 1등에게는 오는 10월 영암에서 열릴 F1국제자동차경주대회의 관람교환권을 준다. 2등과 3등에도 상품권을 수여한다.

이번 대회에는 현재 전국에서 250명이 참가신청을 한 상태다. 그러나 대회 당일 현장에서도 접수할 수 있다. 대회가 시작되는 오전 10시까지 현장에서 접수하면 된다. 참가비도 없다.

연날리기 대회를 보면서 '나도 한번 만들어 날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지사. 연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 주최 측에서 댓살과 종이, 풀, 연실은 물론 얼레까지 다 준비해 놓는다. 아무런 준비 없이 가더라도 아무나 직접 연을 만들어서 날려볼 수 있다. 체험비용도 따로 없다.

행사장에는 또 연 전시관이 설치된다. 여기에선 갖가지 연을 살펴볼 수 있다. 신호연과 전통연, 창작연 등 대략 60여 점의 독특한 연들을 볼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가서 모처럼 연날리기 대회도 보고, 직접 연을 만들어 날려보는 것도 정월대보름의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이다.

▲ 연 만들기. 직접 해보는 연 만들기는 날리기에 버금가는 놀이다. ⓒ 이돈삼


▲ 굴렁쇠 굴리기. 오래 전 어린이들의 일상적인 놀이였다. ⓒ 이돈삼


연날리기 행사장에서 가까운 영암군 삼호읍에 있는 전남농업박물관 농경문화체험관에 가면 갖가지 세시풍속놀이와 민속놀이도 해볼 수 있다. 농업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을 위해 준비해 놓은 것으로 널뛰기, 윷놀이, 승경도놀이, 팽이치기, 제기차기, 고리걸기, 투호놀이, 굴렁쇠 굴리기 등 다양하다. 가마니 짜기, 절구방아 찧기, 맷돌 돌리기, 다듬이질, 풀무질 등 여러 가지 농경체험도 해볼 수 있다.

전남농업박물관도 좋다. 초가집이 있고 디딜방아, 물레방아도 있어 정겨운 고향집 같다. 박물관 앞 풍경은 물론 뒷편 풍경도 애틋하다. 전시관 뒤쪽으로 돌아가면 겨울에도 푸르른 대숲과 돌담이 있다. 그 아래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독대도 볼 수 있다.

전시실에서는 오래 전 농사 도구와 유물을 볼 수 있다. 가마니틀, 새끼틀, 멱서리도 있고 도리깨, 홀태, 풍구 등 곡식을 터는 기구도 있다. 계절별 농사법과 농산제조 도구도 전시돼 있다. 이번 정월대보름엔 가족, 친지와 함께 전남 영암으로 가서 잊혀져 가는 우리의 세시풍속놀이를 찾아 즐겨보는 것도 의미 있겠다.

▲ 전남농업박물관. 언제나 고향집처럼 정겨운 공간이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 전국 민속 연날리기 대회가 열리는 영암방조제 휴게광장은 대불산단에서 해남·진도 방면에 있다. 서해안고속국도 목포나들목에서 영산강 하구언을 건너 우회전, 대불산단에서 현대삼호중공업을 지나면 바로 영암방조제 휴게광장에 이른다. 영산호 하구언에 있는 전남농업박물관에서 자동차로 10여 분이면 거뜬히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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