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김연아 금메달에 묻힌 MB맨 MBC사장

등록|2010.02.27 15:04 수정|2010.02.27 15:04
<오마이뉴스>에는 '정연주의 증언'이라는 코너가 있다. 정연주 전 KBS사장이 일주일이 한 번씩 이명박 정부가 자신을 해임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동원했는지 낱낱이 증언하고 있다. 그 중 지난 18일에 쓴 23번째 증언인 '올림픽 전에 사장의 목을 쳐라'는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이 한창 진행 중에 썼던 글이라 관심있게 읽었다. 그 중 한 대목이다.
엄기영 MBC 사장이 허수아비가 되는 것을 거부하고 물러난 뒤,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우리 선수들의 금메달 소식이 연이어 들린다. 2년 전 베이징 올림픽 때와 너무도 많이 닮아 있다. 1년 6개월 전인 2008년 8월, 나의 해임을 전후하여서도 베이징으로부터 금메달 소식이 잇따랐다.

정곡을 찔렀다. 오늘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땄다. 온 나라가 김연아 선수 금메달에 빠져있다. 언론은 '김연아'만 보도하고 있다. 김연아 선수 금메달은 모두가 기뻐할 일이다. 하지만 금메달 그 자체만을 기뻐하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금메달 때문에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일이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일이라 거센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묻혀 지나갈 수 있게 되어 기뻐하는 일이 있다.

김연아 선수 금메달이 모두가 환호하는 그 때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MBC 새장으로 김재철 청주MBC 사장을 새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시절 김재철 사장 내정자 모친상을 당했을 때 직접 조문을 갔을 정도로 두 사람은 아주 가까운 사이라고 한다. 울산 MBC 사장과 청주 MBC 사장을 지냈으니 MBC 사람이면서 이 대통령과 가까우니 방송장악 마지막 작품인 MBC 사장으로 이보더 좋은 자격을 갖춘 인물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정연주 전 사장이 강제 해임될 당시는 비판이 많았지만 김연아 선수 금메달이 워낙 파장이 커다보니 김재철 사장 내정에는 별관심도 없다. 이는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언론만이 아니라 <한겨레><경향신문>을 비롯한 진보 언론과 <오마이뉴스>도 마찬가지다.

26일 오후 7시 15분경 각 언론사가 편집하는 <네이버> '뉴스캐스트'를 살펴보았다. <조중동>처음부터 볼 필요가 없다. <경향신문>은 <MBC 사장 결국 'MB'>기사를 올렸지만 <한겨레>는 아예 찾아 볼 수 없었다.

▲ 경향신문 네이버 뉴스캐스트에는 'MBC사장도 결국 'MB맨'라는 기사가 올라와 있다 ⓒ 네이버



▲ 한겨레 네이버 뉴스캐스트에는 김재철 사장 기사를 볼 수 없다 ⓒ 네이버




그럼 인터넷 언론은 어떨까?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미디어오늘>이다. <오마이뉴스>는 김재철 사장 내정 기사를 편집하지 않았다. 김재철 사장이 어떤 성향 사람인지 안다면 <오마이뉴스>에 직접 들어오지 않고, <네이버> 뉴스캐스트를 통해서 <오마이뉴스>를 읽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 편집했어야 했다.

▲ 오마이뉴스 네이버 뉴스캐스트에는 김재철 사장 기사를 볼 수 없다 ⓒ 김동수

<프레시안>과 <미디어오늘>은 김재철 사장 내정을 다루었다. <프레시안>은 "'친MB' MBC 사장, 방문진 뜻대로"라는 기사를 링크하면 김재철 내정자가 어떤 사람이 확인할 수 있다. <미디어오늘>은 "김연아로 기쁜날 MBC가 MB정권에"라는 제목을 뽑았는데 이는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오늘은 기쁜날이자 슬픈 날. 김연아 우승 온 국민이 기뻐하는 사이에, 공영방송 MBC가 국민의 손에서 이명박 정권 수중으로 넘어갔다"고 한 말에서 따온 것이다. <미디어오늘>은 또 "MBC는 이명박 정권의 마지막 삽질이 될 것이다"이라는 전국언론노조성명을 편집하여 김재철 사장 내정자에 대한 언론노조의 비판을 그대로 읽을 수있도록 편집했다.


▲ 프레시안 네이버 뉴스캐스트에는 '친MB MBC사장 방문진 뜻대로'라는 기사를 볼 수 있다. ⓒ 네이버



▲ 미디어오늘 네이버 뉴스캐스트에는 "김연아 기쁜날 MBC가 MB정권"이라는 가사를 배치했다. ⓒ 네이버




<미디어오늘>은 미디어 전문 언론이라 다른 인터넷매체보다는 김재철 사장 내정을 더 비중있게 다룰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방송장악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MBC사장을 MB맨으로 앉힌 일에 대해 진보언론이 비중있게 다루지 않았다는 것은 아쉬움을 넘어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오마이뉴스>는 김재철 사장 내정 기사를 메인면에 배치했다. 그렇다면 네이버 캐스트에서도 볼 수 있어야 했다.

소설가 이외수씨는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딴 날이 MB맨이 MBC 사장에 내정된 것에 대해 "심하게 우롱당하는 기분"이라며 "오늘은 기쁜날이자 슬픈날입니다 김연아선수의 우승에 환호하는 사이에 공영방송 MBC가 국민의 손에서 이명박정권의 수중으로 넘어갔습니다. 비열하고 치졸하고 참 저질스럽다"고 통탄했다.

▲ 소설가 이외수씨가 자신의 트위터에서 MBC사장 선정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 이외수





그럻다. 기쁜 날이지만 권력은 이 기쁨을 자신들 방송장악 도구로 이용했다. 그러니 우롱당한 기분이다. 이를 악용한 이명박 정권이 참으로 비열하고, 치졸하다. 그렇다면 통열한 비판기사가 언론을 통해 터져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조중동>은 애초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진보언론까지 제대로 된 보도를 하지 않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