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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무거운 짐을 벗어냅니다

"우리 딸 졸업 축하한다!"

등록|2010.02.27 15:55 수정|2010.02.27 15:55
어제는 딸이 대학을 졸업하는 날이었습니다. 졸업식은 오후 2시부터 한다고 했지만 딸내미하고 점심을 먹을 요량으로 서둘러 출발했지요.

열차를 타고 영등포역에서 내려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여 딸의 대학 안으로 들어서려니 정문 입구부터 인산인해를 이르고 있었습니다.

지하철에서부터 딸과는 계속 휴대전화를 통하여 저의 위치를 무시로 알려주었기에 딸과 만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딸과 만난 장소는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 앞이었습니다.

딸은 오전에 이미 과별로 졸업식을 마쳤다면서 영예의 졸업증서와 '보너스'까지를 제게 내밀었습니다. 그건 최우등으로 졸업하는 학생에게만 별도로 수여하는 상패와 상장이었습니다.

그렇게 묵직한 것들을 받아 제 가방에 넣었더니 딸을 향한 제 사랑과 믿음 역시도 새삼 그렇게 참으로 무겁기 그지없었습니다.

"역시 우리 딸은 장해!!" 마침 정오가 넘었기에 점심부터 먹기로 했습니다.

근사한 외양의 건물에 들어서려니 딸이 그러더군요. 여기는 두 종류의 음식을 파는데 2층은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식당이어서 값이 저렴한 반면 바로 위인 3층은 교수님들과 손님들이 주 고객인 고가(高價)의 식당이라고요.

순간 애틋한 마음이 들어 마음이 짠했습니다. '휴학 1년을 포함하면 자그마치 5년 동안이나 다닌 학교이거늘 하지만 늘상 돈이 없었기에 내 딸은 어찌 이런 비싼 음식을 먹어봤을까!'

그래서 어떤 오기(傲氣)가 생기더군요. "오늘같이 좋은 날에 비싼 음식 안 먹으면 언제 먹겠니?"

딸의 손을 이끌고 3층으로 올라갔습니다. 2층의 학생식당을 지나면서 보니 거긴 음식 값이 고작 통상 3천 원대 일색이더군요.

반면 3층은 딸의 '우려'처럼 음식의 값이 가장 헐한 것이 1인분에 1만 5천 원이나 되는 고가였습니다. 대신에 분위기는 마치 카페를 방불케 할 정도의 시설까지를 갖추고 있더군요.

거기서 한방갈비탕을 먹고 나와 캠퍼스를 배경으로 하여 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이윽고 시간이 되어 종합체육관에서 거행된 제 64회 학위수여식에 참석했습니다.

총장님의 식사(式辭)에 이어 총동창회장님의 축사(祝辭)와 교가제창 뒤에 마침내 졸업식이 끝났습니다.

체육관 밖으로 나오니 더욱 홀가분해진 분위기 때문인지 캠퍼스의 모든 이들은 화사한 봄 날씨만큼이나 더욱 여유작작했습니다.

정문까지 걸어 나와 딸의 손을 다시 힘 있게 잡았습니다. "우리 딸의 졸업을 다시 한 번 축하한다!"

"고맙습니다! 조심해 가세요."  사흘 전 아들의 졸업식에 이어 어젠 마침내 딸까지 졸업을 시키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무거운 짐을 벗어내는 듯합니다.
덧붙이는 글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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