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인헌, 체헌, 서헌. 이 아이들 오늘 엄마와 아빠를 따라 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릅니다. ⓒ 김동수
우리 집에는 인헌·서헌·체헌이라는 아이 셋이 있습니다. 우리 부부와 함께 나서면 주위 사람들은 '독수리 5형제'가 떴다고 할 정도로 어디를 가든지 함께 다녔습니다. 우리 부부가 어떤 날은 "엄마와 아빠만 가고 싶으니 너희들은 집에 있으리라"고 하면 따라 나서겠다고 합니다. 그래도 안 된다고 하면 마지막에는 막둥이가 울면서 따라나섰습니다. 결국 함께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언제쯤 우리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를 따라 나서지 않겠다고 말할까 생각해보면 결혼을 해야 따라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형님과 누나들, 이웃 어른들이 초등학교 5학년 이상만 되면 따라 나서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 집 아이들을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럴 아이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막둥이 오늘도 엄마와 아빠하고, 차타고 '000교회'가니 좋겠다."
"오늘은 안 가요."
"뭐라고 함께 안 간다고? 왜 같이 안 가는데 이유가 무엇이야?"
"그냥 가기 싫어서 그래요."
"가기 싫은 것이 어디있어. 엄마와 아빠따라 안 가면 화부터 내던 너희들이 오늘은 같이 안가겠다고? 아빠는 이유를 모르겠다."
"아빠하고 같이 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예요?"
"…뭐?"
말문이 막혔습니다. 이렇게 따져 물은 일이 없는 아이들이라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같이 가야 하는 이유를 대라는 큰 아이 말에 잠시 동안 말문이 막혀 멍하니 큰 아이를 바라만 보았습니다. 같이 가자고하면 말없이 따라나서고, 엄마와 아빠만 가겠다고 하면 어떻게해서든 함께 나섰던 아이들이 갑자기 따라가지 않겠다며 같이 가야 하는 이유를 대라는 말을 듣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왜 따라가야 하는지 이유를 말하면 따라 갈게요."
"먼저 아빠 동무 목사님이고, 엄마가 없으면 너희들이 점심을 먹을 수 없잖아."
"아빠하고 동무라고 해도 그것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어요? 그리고 점심은 우리가 챙겨 먹을 수 있어요."
"만날 따라 나서겠다고 했잖아. 그런데 오늘은 같이 안 가겠다면서 이유까지 말하라니 아빠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오늘 같이 안 가면 다음에도 따라오면 안 된다. 알겠어?"
"알았어요. 오늘은 같이 갈게요."
"완전히 엎드려서 절 받기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문 밖에만 나서도 먼저 신발을 신는 아이들이 이유를 말하라며 가지 않겠다는 것은 무슨 계기가 있을 것입니다.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갑자기 아이들이 함께 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이유가 무엇이에요?"
"이제 다 컸잖아요."
"아니 며칠 만에 아이들이 이렇게 변할 수 있어요? 다 크기는 무엇이 다 컸다는 말이에요?"
"무주에서 주도생활하는 방법을 배웠대요."
"주도생활?"
"예. 무주에 3박 4일 다녀왔잖아요. 그곳에서 엄마와 아빠에게만 의지하지 말고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라고 배웠대요."
"그것하고, 같이 안 가는 것 하고 무슨 상관이에요? 나는 연결이 안 돼요."
"그냥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같이 안 가면 우리끼리 가면 더 좋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쉽지만. 나는 정말 섭섭해요. 섭섭해. 이 놈들이 만날 따라 나섰는데 같이 안 가겠다니. 마음이 아플 수밖에."
"이제는 떨어질 때도 되었어요. 자기들 원하는대로 하면 돼잖아요. 같이 가겠다면 가는 가는 것이고, 안 가겠다고 하면 안 가는 것이고."
"당신은 그런 마음이지만 나는 아니에요. 마음이 아파요."
2년 동안 함께 했던 조카가 지난 주 어린이 집에 간다고 더 이상 오지 않았을 때 일주일 내내 마음이 얼마나 허했는지 모릅니다. 가슴 한쪽 뻥뚫린 것처럼 바람이 숭숭들어왔습니다. 이 녀석이 저녁마다 전화를 하면서 "큰 아빠 사랑해요, 큰 아빠 어디예요, 큰 아빠 갈게요" 하면 눈에는 눈물이 고였습니다. 원래 눈물이 없는 사람인데 조카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 니 참 이상했습니다. 다행히 제수씨가 조카를 화요일과 금요일 데리고 와서 위안을 받았습니다.
조카 때문에 마음이 뻥 뚫렸는데 아이들까지 따라가지 않겠다고 하니 얼마나 아프겠습니까?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자취를 했기 때문에 부모님과 같이 지낸 일이 겨우 13년입니다. 열네 살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살아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든 오래 오래 함께 지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그래서 어디를 가든 같이 다녔습니다. 하지만 아내 말처럼 언젠가는 떠나야 합니다.
언젠가는 떠나겠지만 같이 있는 그날까지는 어디든지 같이 다니고 싶은데 아이들은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오늘 깨달았습니다. 같이 안 가겠다는 말에도 마음이 아파 눈물이 났는데 결혼 때문에 떠나보내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요? 그 때되면 마음이 달라지겠지요.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