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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태어나 천만다행  한국에서라면 둘은 못 낳겠군"

[유러피언 드림, 그 현장을 가다④] 프랑스 여성들의 '수다' : 출산율 2.0의 비결

등록|2010.03.01 21:02 수정|2010.03.11 17:20
<오마이뉴스>는 창간 10주년기념 특별기획으로 '유러피언 드림, 그 현장을 가다'를 연중 연재한다. 그 첫번째로, 시민기자와 상근기자로 구성된 유러피언 드림 특별취재팀은 '프랑스는 어떻게 저출산 위기를 극복했나'를 현지취재, 약 30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말]

▲ 프랑스에 도착한 <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취재팀이 26일 오후 파리의 중심가에서 20대의 프랑스 여성 3명을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현직 경찰관인 상드라와 간호사를 꿈꾸는 셀린(상드라의 여동생) 그리고 파리의 경영대 학생 클로디아. ⓒ 남소연


취재정리 : 손병관 기자
공동취재 : 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프랑스편> 특별취재팀

"1980년대의 프랑스에서 태어난 게 천만다행이야. 그 전에 태어났다면 우리가 가사를 전담하고 남편이 도와주지도 않았을 테니까."
"한국에선 아이 낳기가 참 힘들겠다. 프랑스는 그나마 꽤 많은 지원이 있으니 애를 낳을 수 있는 거지, 내가 한국인이라면 두 명 이상의 아이를 낳기 힘들 것 같다."

프랑스에 도착한 <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취재팀은 2월 26일 오후 파리의 중심가에서 20대의 프랑스 여성 3명을 만났다. 프랑스의 젊은 여성들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생각을 듣기 위해서였다.

현직 경찰관인 상드라(26, 연인과 동거중)와 셀린(21, 상드라의 여동생, 간호대 재학) 그리고 클로디아 (22, 파리의 경영대 학생)가 그들이다.

세 여성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이야기했다. 잘 모르거나 잘못 아는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보충하거나 논박을 벌이는 등 이들의 솔직 토크는 2시간 이상 이어졌다.

이들은 대체로 26~28살 무렵 결혼(또는 동거)해서 2명의 아이를 키우고 싶어했다. 가임여성 1명당 2.0명의 아이를 낳는 프랑스(2009년)의 출산율과도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다.

겁 없는 프랑스 20대 여성들 "애는 2명 정도 낳고 싶다"

▲ 프랑스에 도착한 <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취재팀이 26일 오후 파리의 중심가에서 만난 프랑스 여성 상드라, 26세의 경찰관이다. ⓒ 남소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사회생활 초년생이거나 학교를 곧 졸업할 이들에게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는 것은 그다지 두려운 미래는 아니었다.

클로디아는 "프랑스의 젊은이들은 대개 22~25살쯤 동거를 시작한다"며 "이때쯤 직장을 잡고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업난에 결혼까지 늦추는 한국의 젊은이들에 비해 프랑스 사회는 이들의 사회 진출을 적극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인상이다.

한국같은 살인적인 집값과 사교육비의 부담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것도 이들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경찰관 상드라는 "프랑스 북부에 집을 사놓았는데, 매달 500유로(약 75만원)씩 15년 상환으로 집을 구입했다. 7년만 더 부으면 내 집이 된다"고 말했다.

클로디아는 "고교·대학까지 거의 무상이지만, 공립이라고 해서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최저임금을 받는 부모를 둔 학생의 경우 5유로만 내면 대학을 다닐 수 있다"고 말해 취재진을 놀라게 했다.

싱글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팽배한 한국과 달리 학교가 '미성년 싱글맘'에게 재택수업을 허락하고 친구들이 그의 대학입시를 도와줬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들과 대화를 하면 할수록 "프랑스는 왜 이렇게 한국과 다를까?"라는 물음이 깊어졌다. 지금 글을 쓰는 기자도 예비아빠다. 기자는 올 가을에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는데 "애 아빠 되면 네 인생 끝난다"며 온갖 고충을 털어놓는 인생 선배들의 모습이 더 이상 남의 일로 느껴지지 않았다.

이 젊은, 프랑스 미래의 엄마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 나라가 어떻게 유럽 최고의 출산율 2.0을 유지하고 있는지, 그 비결을 본격적으로 들어보기로 하자.

유럽 최고의 출산율 2.0, 그 비결은 집값과 교육비?

아이를 가진 여성, 특히 직장여성에게 가장 큰 짐이 업무시간에 아이를 맡길 곳을 찾는 것이다.

프랑스는 정부 또는 직장이 운영하는 크레쉬(탁아소)가 잘 갖춰져서 남녀 직장인들의 탁아 부담을 많이 덜어주는 나라다. 그러나 파리 같은 대도시의 경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 프랑스에 도착한 <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취재팀이 26일 오후 파리의 중심가에서 만난 20대의 프랑스 여성 클로디아, 파리의 경영대 학생이다. ⓒ 남소연

클로디아: "프랑스의 보육 인프라가 잘 갖춰진 건 사실이지만, 파리 같은 대도시는 사정이 또 다르다. 출산 후 2년 기다려서야 크레쉬를 배정받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자리가 많이 부족하다."

상드라: "보육비는 모든 부모의 근심거리이지만, 정부가 많은 돈을 내주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다. 문제는 크레쉬나 보모가 충분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커플이 쓸 만한 보모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보모가 돌보기 쉬운 아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나는 경찰관이라 새벽에 나가서 자정 무렵에야 돌아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봐주는 보모나 크레쉬는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셀린: "나는 간호대 졸업하고 병원에서 근무할 텐데, 병원의 크레쉬들은 대체로 충분하지 않다. 더구나 병원은 주야 교대근무가 많은데, 벌써부터 아이를 맡길 일이 갑갑하다."

이들은 보육시설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어느 나라보다 잘 되어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보육걱정 때문에 '출산파업'을 할 지경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 취재진이 "할아버지·할머니들이 봐주는 건 어떠냐?"고 물었다. 마땅히 아이를 맡길 곳이 없을 때 한국에서는 시부모나 친정댁이 마지막 피신처로 언급되곤 한다. 그러나 프랑스 여성 상드라의 생각은 달랐다.

"그렇다고 부모님에게 아이를 맡길 수는 없죠. 부모님이 내 아이를 봐주기 위해 계시는 분들이 아니잖아요? 나를 낳고 키워준 것만으로도 부모 역할은 다한 셈인데 내 아이까지 봐달라고 얘기하는 건 염치없는 짓이죠."

교육비와 집값에 많은 돈을 들이지 않는 프랑스의 분위기도 출산율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었다.

클로디아는 "프랑스에서는 고교까지 무상, 대학까지 거의 무상이다. 특히 내 부모님이 모두 공립 고등학교 교사인데, 공립이라고 해서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만약 사립학교에 다니려면 1년에 6000~9000유로의 학비가 드는데 자신은 물론이고 자녀에게도 비싼 돈 들여가며 보낼 생각이 없다고 한다. 그에게 1년치 대학 등록금 액수를 물었다.

"경영대에 다니는데, 나는 그다지 가난한 집안이 아니기 때문에 1년에 150유로는 내야 한다. 그러나 내가 만약 장애인이거나 부모가 최저임금을 받는 상황이라면 나라에서 장학금을 주기 때문에 5유로(약 7500원)만 내면 된다."

이 말이 떨어지자 취재진의 입에서 탄성과 한숨이 거의 동시에 나왔다. 턱없이 등록금을 올려놓고 "우리나라 등록금이 전 세계적으로 싼 편"이라고 말하는 한국의 대학총장들이 순간 생각났다.

한국에서는 사교육비와 함께 날로 치솟는 집값이 아이 갖기를 두렵게 한다. 프랑스 여성들은 집을 사는 것에 그다지 부담감을 갖지 않은 것 같았다. 자기가, 혹은 친구가 이미 집을 샀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상드라: "프랑스 북부에 200㎡의 단독주택 한 채를 사놓았다. 지금은 일 때문에 파리에 있지만, 나중에 북부지방으로 전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매달 500유로씩 15년 상환으로 집을 샀는데, 7년만 더 부으면 내 집이 된다."

셀린: "파리 외곽으로 15분 거리에 사는 내 친구도 42㎡짜리 집을 샀는데, 매달 600유로씩 20~25년간 내야 한다. 하지만 파리의 월세가 너무 비싸니 집을 사놓는 게 백배 낫다."

상드라는 "파리에 100㎡ 짜리 집을 산 친구가 있는데, 매달 1400유로씩 30년을 부어야 한다"고 전했다. 부부가 4000유로씩 버니까 소득의 1/3을 집 구입에 쓰는 셈이다.

한국 못지 않은 보수국가 프랑스 이젠, "남녀 가사분담은 50대 50"

▲ 프랑스에 도착한 <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취재팀이 26일 오후 파리의 중심가에서 만난 20대의 프랑스 여성 셀린, 간호사를 꿈꾸고 있다. ⓒ 남소연

그렇다면 프랑스의 이 미래의 엄마들은 남편들이 집안에서 어느 정도의 가사 일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을까?

클로디아: "우리 부모님은 모두 고교 교사인데, 엄마 일이 늦게 끝나면 아빠가 먼저 집에 와서 가사를 많이 챙긴다."

상드라: "우리 집도 낮에는 엄마가, 밤에는 아빠가 밖에서 일을 했다. 엄마가 없을 때는 아빠가 세탁·청소하는 걸 많이 봤다. 우리 아빠가 유럽에서는 다소 보수적인 포르투갈 출신이라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지금 동거중인 나는 음식과 세탁을, 남자친구는 청소와 다림질을 도맡아 한다. 대략 50대 50으로 일이 나눠지는 것같다."

3명 중 나이가 가장 어린 셀린은 "나는 가사일을 잘 못하니 미래의 배우자가 청소·세탁·장보기·음식을 두루두루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자가 "그런 식으로 미래의 배우자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면 평생 혼자 살 수도 있다"고 꼬집었지만 셀린의 생각은 단호했다.

"내가 집안에서 별로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서 너무 놀라지 마라. 가사에 헌신적인 남자는 프랑스에서 쌔고 쌨다. 당신이 프랑스에서 태어났다면 당신도 여자를 위해 그런 일을 다 했을 거다."

프랑스도 한때 한국만큼 보수적인 나라였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남자는 직장을 나가고, 여자는 집에 남아서 애를 키우는 게 프랑스 가정의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결혼보다 동거를 통해 보다 자유로운 가족 형태를 누리려는 것에도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다.

그러나 대학생과 좌파 지식인들이 주도한 1968년 5월혁명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이후 수차례의 시민봉기를 겪었던 이 나라에 마침내 '의식혁명'이 찾아온 것이다. <오마이뉴스>가 만난 프랑스의 젊은 여성들도 1968년의 역사적 사건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상드라: "이 모든 것이 68혁명이후에 생긴 변화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우리는 1980년대에 태어난 게 천만다행이다."

클로디아: "만약 50년 전에 태어났다면 우리도 과거 방식으로 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리 할아버지·할머니 시절에는 남자가 일하러 나가고 여자는 집을 지켰다. 그 시절에는 남녀 가사분담이라는 개념도 없었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 너희도 달라지겠지"

▲ 프랑스에 도착한 <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취재팀이 26일 오후 파리의 중심가에서 20대의 프랑스 여성 3명을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현직 경찰관인 상드라와 파리의 경영대 학생 클로디아, 손병관 기자, 김영숙, 진민정 시민기자, 간호사를 꿈꾸는 셀린(상드라의 여동생). ⓒ 남소연


인터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한국의 보육시설 사정, 사교육비 부담, 내집마련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이렇게 물어봤다.

- 당신이 한국인이라면 아이를 몇이나 낳아 기르겠는가?
상드라: "아이 낳기가 참 힘들겠다. 프랑스는 그나마 꽤 많은 지원이 있으니 애를 낳을 수 있는 거지, 내가 한국인이라면 두 명 이상의 아이를 낳기 힘들 것같다."

셀린: "프랑스는 아이 셋만 낳아도 교통비의 절반을 깎아준다. 한국 정부가 돈을 많이 모아놓아야 할 것 같다. 한국에서라면 아이를 한 명 정도 낳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클로디아: "독일은 학교가 끝나는 오후3시 이후에 아이를 돌보는 게 사회 문제라는 데 프랑스는 방과 후에도 돌봐준다. 그런 제도 등이 없다면 한국에서 두 명 이상 낳아 기르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할 것 같다."

인터뷰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클로디아는 한국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의 얘기를 듣다 보니 책이나 부모에게서 들은 오래 전의 프랑스가 떠올랐다. 프랑스가 이만큼 바뀌었으니 언젠가는 너희 나라도 바뀌겠지."

"프랑스에서 애 없는 여자들이 사회적으로 눈총 받는다"는 것도 처음 듣는 얘기였다. 개인주의를 중시하는 프랑스에서 이웃의 출산 문제에 왜 간섭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상드라 : "30살 이전까지는 뭐라 안 하는데, 아이가 없는 30대 커플에 대해 사회적으로 따가운 시선이 있다. 30세가 넘으면 기혼여성 친구들 사이에 "나는 아이가 있는데 넌 왜 없니?"라는 식으로 압박하는 일이 잦아진다. 하지만 나는 아이가 생긴 후에도 좀 더 자유롭게 살고 싶다. 아이 키우기 힘들면 보모를 둘 수 있고, 부모님도 도와주시지 않을까 싶다."

셀린 : "30살 넘으면 여기저기서 "왜 아이가 없어요?"라고 묻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데, 나도 26~27살 되면 아이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클로디아 : "아이 없는 커플을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런 경향이 갈수록 약해지는 추세다. 나이 든 분들은 안 좋게 보겠지만, 아이 안 낳는 것도 커플의 자유로운 선택이니까. 나는 아이를 낳겠지만, 아이 안 낳는 사람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21살에 아이를 낳은 친구가 있는데, 아이 때문에 개인 생활이 없더라."



▲ 프랑스에 도착한 <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취재팀이 26일 오후 파리의 중심가에서 20대의 프랑스 여성 3명을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현직 경찰관인 샌드라와 파리의 경영대 학생 클로디아, 손병관 기자, 김영숙, 진민정 시민기자, ⓒ 남소연


셀린 일행을 만난 건 아주 우연한 기회였다.

2월 중순, 오랜 친구인 안느리를 만나 오마이뉴스 저출산 특별 취재를 위해 20대 초의 젊은 프랑스 여성 몇 명이 필요하니 그런 친구들을 아는지 물었다. 한참을 생각하던 그녀는 셀린이라는 친구가 괜찮을 듯 한데 가능한지 알아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후 셀린은 흔쾌히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연락을 해왔다.

26일 오후 3시. 약속한 장소로 나가니 아주 앳된 얼굴을 한 해맑은 미소의 셀린이 그녀의 일행과 오랜만에 구름을 밀치고 나온 햇살을 쬐며 특별취재팀을 기다리고 있었다. 파리에서 한참 기차를 타고 40분쯤 가야 하는 모(Meaux)라는 소도시에서 우리를 만나기 위해 시간을 할애해준 셀린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니, 그녀가 장난기 가득한 눈빛으로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안느리가 그러던걸? 이번 인터뷰에 응하면 언젠가 네가 맛있는 김밥을 만들어줄 거라고 말이야". 앗, 그랬구나. 난 김밥 얘길 꺼낸 적이 없는데.. 결국 그녀는 김밥의 유혹에 넘어가 그 짧지 않은 거리를 냉큼 달려 와주었던 거였구나!

그 셀린과 함께 온, 경찰관이라는 직업이 주는 딱딱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선하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인터뷰 내내 취재팀을 사로잡았던 셀린의 언니 상드라. 어린 나이지만 상당히 깊은 사고와 논리를 가진 모범적인 여대생의 느낌으로 다가온 클로디아.

그러나 이 셋을 한꺼번에 모아놓으니, 인터뷰는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젊은 친구들답게 한국어로 알아들을 수 없는 질문을 하는 동안 자기네끼리 사적인 대화를 하기도 하고, 가끔은 서로의 이견으로 인한 짧은 언쟁으로 인터뷰의 흐름을 방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화를 할수록 그녀들이 비슷한 성향의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는데, 그걸 이름 붙이자면 일종의 '현실적인 낙관주의' 같은 것이었다. 예를 들어 프랑스가 과연 살만한 사회라고 생각하는 지에 대한 질문에 그녀들의 대답을 들어보자.

"글쎄, 프랑스 사회가 많은 문제들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우리는 프랑스 보다 더 힘든 사회가 존재한다는 걸 알아. 그러기에 우린 만족하는 편이야. 쉽진 않겠지만 앞으로 점점 나은 사회로 고쳐나가고자 하는 것. 바로 그것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몫이 아닐까?"

어쩌면 지극히 상식적일 수도 있겠지만, 셀린과 상드라, 클로디아의 입을 통해 들은 이 답변은 신선했다. 밝은 사고를 가진 이 젊은 친구들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순간 전해져 오는 듯 했다. 3월이 끝나기 전, 셀린에게 제대로 된 김밥을 만들어줘야겠다. /진민정

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프랑스편> 특별취재팀:
오연호 대표(단장), 김용익 서울대 의대교수(편집 자문위원), 손병관 남소연 앤드류 그루엔 (이상 상근기자) 전진한 안소민 김영숙 진민정(이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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