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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나는 신문로의 골목길

[걸으면서 느끼는 서울의 역사와 문화 23] 세종문화회관 뒤편의 풍경

등록|2010.02.28 17:10 수정|2010.02.28 17:10
한국문화예술의 중심인 광화문을 지키고 있는 '세종문화회관'은 지난 1972년 서울시민회관이 불타 없어진 터에, 서울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1978년에 준공, 개관했다. 지하 3층, 지상 6층으로 건축 연면적은 1만 6122평, 부지면적은 5,611평으로 상당히 큰 규모이다.

세종문화회관광화문 ⓒ 김수종


건축양식은 한국의 옛 건축양식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변용하여 웅장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이 든다. 설계는 건축가 엄덕문이 맡았다. 한동안 서울시가 그 운영을 맡고 있다가, 1999년 재단법인으로 새롭게 출발하여 독자경영을 하고 있다.

세종문회회관 뒷편 광장세종 ⓒ 김수종


내부시설은 대극장, 소극장, 미술관, 컨벤션센터, 회의실, 분수대광장 등 부대시설로 이루어져 있다. 난 대극장의 큰 기둥이 너무 마음에 들어 자주 기둥 앞을 약속장소를 정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대극장과 미술관 사이의 계단을 오르다 보면 조각 작품과 박정희 시대에 준공되었음을 알리는 표지석이 있다.

박정희 세종문화회관의 표지석 ⓒ 김수종


사실 큰 규모의 건물을 보고 있자면 속은 비어있고 겉만 화려했던 군사독재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난다. 박정희 이름에 새겨진 표지석을 보면서 그에 대한 생각을 했다. 

세종문회회관 뒷편 광장책읽은 소녀 동상 ⓒ 김수종


난 간혹 동문회나 향우회 행사를 이곳에서 하는 관계로 연회장을 찾거나 점심시간 뒤편의 분수대광장에서 열리는 공연을 보기위해 간혹 찾기도 한다. 뒤편의 작은 공원과 조각, 나무 등이 좋다. 주변의 많은 사무실과 5호선 지하철역 출입구가 있어 사람들의 출입이 많은 곳이다.

법의 여신상 변호사회관 앞에 ⓒ 김수종


분수대광장을 중심으로 좌측에 '변호사회관'이 보이고, '법의 여신상'이 건물 앞에 서 있다. 정면에 위치한 '로얄빌딩' 입구에는 청록파 시인인 박목월 시인의 '나그네' 시비가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있다.  

목월의 시비 로얄빌딩 앞에 있다 ⓒ 김수종


시비를 둘러 본 다음, 변호사회관을 끼고 돌면 장로교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인 '새문안교회'가 나온다. 새문안교회는 1885년 선교사 언더우드가 정동의 자택에서 예배를 드리면서 시작되었으며, 1886년에는 교회 내에 경신학교(儆新學敎)의 전신인 언더우드학당을 설립하여, 독립운동가이며 민족지도자인 송순명, 안창호, 김규식 등을 배출하기도 한 곳이다.

1887년 9월 27일 14명의 신자가 모여 2명의 장로를 선임, 당회를 구성함으로써 최초의 조직교회가 되었으며, 명칭은 광화문 서편의 돈의문, 즉 새문안(新門內)에 있다는 의미에서 새문안교회라고 했다.

새문안교회 장로교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 김수종


나에게는 고향의 대선배인 강신명 목사님과 재당숙부인 김기홍 목사가 이곳에 오랫동안 시무를 하던 곳이라 남다른 곳이기도 하다. 교회 내에는 어린이집과 음악 교육원이 있고, 부설기관으로 수양관과 복지관 등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며, 일본인들을 위한 일어예배도 열리고 있다.

새문안교회를 나와 길을 건너면 흥국생명빌딩 앞에는 지난 2008년 국내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던 조나단 브롭스키(Jonathan Borofsky)의 '해머링맨(Hammering man)'이라는 22미터 키의 거대한 조각 작품이 서 있다. 지난겨울에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로 분장을 하여 뉴스가 되기도 했던 매우 키 큰 조각상이다.

해머링맨흥국생명 앞에 ⓒ 김수종


해머링맨은 미국 현대 미술가 조나단 브롭스키의 작품으로 1979년 뉴욕의 폴라 쿠퍼 갤러리에서 선보인 이후 미국 시애틀, 댈러스, 독일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스위스 바젤 등에도 같은 작품이 있다. 서울에 있는 해머링맨이 7번째 작품이라고 하는데, 키가 가장 크다.

조나단 브롭스키는 20세기를 대표하는 공공 조각가로 국내에는 과천 국립 현대미술관의 '노래하는 사람(Singing Man)'과 흥국생명 앞의 '망치질 하는 사람(Hammering Man)' 강서구청 인근의 귀뚜라미그룹 앞의 '하늘을 향해 걷는 사람들(Walking to the sky)'이 그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흥국생명 앞의 해머링맨은 원래의 위치보다 5~6미터 앞으로 당기는데 10억 원의 비용이 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금의 위치 보다고 좀 더 앞으로 당겨 쉽게 눈에 띄는 작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흥국생명이라고 하는 재벌기업과 망치를 든 노동자의 조각이 잘 어울리지도 않지만, 재벌의 사옥에 가려 조각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나는 싫다.

흐름버스정거장 흐름 ⓒ 김수종


광장에는 헤머링맨과 함께 2008년에 설치된 하태석 작가의 작품인 버스쉘터 '흐름'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살아있는 버스정거장을 만들어 놓은 것 같은 이 작품은 도시의 버스정거장도 보다 힘 있고 생동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지침이 되는 것 같아 보기에 좋다. 이런 버스정거장에 도심 곳곳에 만들어지길 바래본다.

흥국생명빌딩과 길 건너 구세군회관 옆에는 예술영화만을 전용으로 상영하는 극장이 두 곳 있다. 서울에 얼마 남지 않은 예술영화전용관이라 관심이 많이 간다. 상업영화만을 주로 상영하는 도심의 영화관들 사이에서 이곳은 어쩌면 특별한 곳이라는 느낌이 들어 좋다.

영화관 예술영화전용극장 ⓒ 김수종


그리고 다시 길을 건너면 연말연시에 늘 종을 치면서 냄비에 불우이웃을 위한 기부금을 모으는 '구세군회관'이 보인다. 영국에서 시작된 구세군은 국내에도 교회와 기부단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곳 광화문 인근에 교회와 회관이 여러 곳 있다. 참 그리고 현재의 구세군회관은 경희궁의 정문이 있던 곳으로 '흥화문 터'라는 표식이 건물 귀퉁이에 작게 표시되어 있다.

메트로신문사 메트로 ⓒ 김수종


구세군회관을 끼고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주로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배포되는 무가신문인 '메트로신문사'가 바로 보인다. 단독주택을 개조한 신문사 건물은 멋도 있지만, 작은 신문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보기에 좋다.

청바지입은 신문사 취재 차량 메트로 ⓒ 김수종


신문사 정문 옆에 주차된 청바지를 입은 듯 래핑이 된  메트로신문사의 취재차량이 너무 멋져 사진을 한 장 찍는다. 작은 외제차인데 정말 청바지를 입고 서 있는 예쁜 소녀 같은 기분이 든다.

골목 안으로 길을 더 잡으면 '성곡미술관(省谷美術館)이 나온다. 지난 1995년 쌍용그룹 창업자인 성곡 김성곤을 기념하여 성곡미술문화재단에서 세운 미술관이다. 원래 성곡 김성곤의 옛 자택 자리라고 한다. 전통적인 정서와 미감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기획전을 집중 개최하여 한국미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세계화하는 데 기여함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성곡미술관성곡 ⓒ 김수종


약 1200㎡의 1·2·3전시관과 야외조각공원을 갖추고 있는데, 도심 한가운데 있으면서 관내에 약 4900㎡ 넓이의 숲이 있어 미술품 관람은 물론 휴식공간으로서의 기능도 하고 있다. 우리 일행은 전시관은 들러보지 않고 야외조각공원을 한 바퀴 돌면서 산책을 했다. 일요일 오전 조용한 시간에 산책을 하고 난 다음, 가족과 함께 이곳에서 차를 한잔하면 좋을 것 같은 곳이다.

성곡미술관성곡의 흉상 ⓒ 김수종


나는 사실 이곳에 오면 예전에 학력비리 등으로 문제가 많았던 신정아씨가 미술관의 학예사로 근무했던 기억이 떠올라 자꾸 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성곡미술관 옆에는 지난 2005년 개관한 축구회관이 있다. 간혹 이곳을 지날 때면 내노라하는 유명한 축구선수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건물도 멋있지만, 건물 앞의 축구를 형상화한 조각품도 좋은 곳이다.

축구회관 축구를 형상화한 동상 ⓒ 김수종


축구회관을 둘러본 다음 골목 안에 있는 찻집, 식당, 한옥 등을 바라본 다음 이런 곳에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가난한 서민들에게는 꿈같은 희망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체코대사관체코 ⓒ 김수종


다른 골목으로 길을 잡으면 옛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과 그 앞에 위치한 체코 대사관, 몇 개의 출판사 사옥, 카페, 와인바, 극장, 주민 센터, 미술관, 교회 등도 보인다. 참 골목이 좋은 곳이다. 신문로 인근의 도심 골목은 산책하기에 참 좋다. 

역사문화와 함께하는 종로 중구걷기 모임
네이버 카페  http://cafe.naver.com/daipapa.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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