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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돌 밴드? 열정 가득한 직장인 밴드를 만나다

전미영 <서른 살에 처음 시작하는 직장인 밴드>를 읽고

등록|2010.03.02 18:31 수정|2010.03.02 18:31

▲ 전미영, <서른살에 처음 시작하는 직장인 밴드> ⓒ 북하우스

사실 필자는 직장인 밴드란 것이 그저 영화 속의 상상의 산물 정도로만 알았다. 얼마 전, 음악에 환장한 중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즐거운 인생>,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을 때도 그것은 그저 현실에선 '말도 안되는 일'로 치부했다.

그런데 세상에, 정말 있었다. 영화처럼 멋진 직장인 밴드가 말이다. 영화 <즐거운 인생>,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열정 가득한 중년들처럼, 현실속의 그들도 음악에 빠져 밴드에 도전하는 뜨거운 열정을 지니고 있었다. 

아이돌 저리가라! 어른돌 밴드 나가신다

<서른 살에 처음 시작하는 직장인 밴드>는 그런 대한민국의 멋진 직장인 밴드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직장인 밴드란 이름에서는 도전적인 느낌이 물씬 풍겨난다.

우리 사는 세상에 영화만큼 열정 있고 감동적인 직장인 밴드가 많다는 사실은 놀랄 만한 일. 현실의 치임을 뚫고 이뤄낸 음악에 대한 열정에는 마음이 뭉클해진다. 그렇기에 꿈을 향해 나아가는 중년들의 모습은 2PM, 2NE1같은 아이돌 가수 못지않게 사랑스러워 보인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 하나를 믿고 전진하는 그들은 대전, 김해,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존경스러웠다.

'순진하고 착한 공대 출신 직장인밴드 아저씨들'이라는, 거부하기 힘든 유혹 앞에서 결국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습니다. 술 때문이었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밴드 연습 구경한다는 호기심도 살짝 동했고요. 술 때문이었습니다. 연주에 대한 두려움 따위는 없었습니다. 술 때문이었습니다. 피아노 솔로는 아주 잠깐이라니, 그까짓 거 뭐 대충 안들리게 뭉개면 되겠지. 훗. 과연? 술 때문이었습니다.                                                         -p18

이 책의 주인공 격인 '공대 출신 마흔 넘은 직장인 밴드'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직장인 밴드 중에서도 특출나 보인다. 공대 출신 아저씨들의 꾐(?)에 빠져 신시사이저로 활동하게 된 서른 살의 저자 전미영, 그리고 밴드에서 제일 어른인 스틱형님, 먼 지방에서 연습을 위해 올라오는 신디 아저씨 등등의 개성 만점 구성원이 만들어가는 밴드 이야기는 영화 속 이야기마냥 흥미진진했기 때문이다.

이들 밴드의 소박한 꿈은 딥퍼플의 <Highway Star>라는 어려운 곡을 연주하고 싶다는 것.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결국 이들은 해냈다. '지성이면 감천이다'는 말처럼 많은 연습을 통해 결국 '밴드'의 바람을 현실이 되게 만든 것이다. 자신의 연주 실력을 의심했던(?) 저자마저 훌륭한 연주자가 되어가는 과정은 읽는 독자의 흥이 절로 난다.

마치 내 일처럼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고 할까? 심장이 전율했던 이유는 왜일까? 야근, 상사의 잔소리, 해고의 압박 등등등 스트레스 속에서 신음하는 대한민국 중년들의 모습을 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자신감이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가진 직장인 밴드는 통쾌했고 멋졌다.

몇 년 만에 다시 만난 아저씨들은 많이 변했지만, 여전했습니다. 저마다 일터가 달라졌고 그새 나이를 몇 살 더 먹고,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고, 아내들도 함께 천천히 늙어감 그렇게 진실한 생활인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단 하나, 음악에 대한 풋풋한 사랑만큼은 변하지 않은 채로 말이죠. 그래서! 아저씨들은 어느날 다시 모였습니다.                  -P74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중년들의 모습은 부러움의 시샘마저 들게 만든다. 저자 전미영은 직장인 독자들에게 밴드활동에 꼭 도전해보라고 권유한다. '밴드가 아저씨들에게 위로가 되고 낙이 되고 보람이 되어 줄 것이기에'라는 이유를 빼놓지 않는다. 진심을 담은 짧지만 강한 권유는 읽는 이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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