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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맨' 이태복, 선진당 간판 달고 안희정에 도전장

정체성 논란 속 충남지사 출마 선언... "자유선진당은 따뜻한 보수, 정치와 행정은 달라"

등록|2010.03.03 18:25 수정|2010.03.03 22:24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물난을 겪고 있는 자유선진당에 '히든 카드'가 등장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복지노동수석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이태복 전 장관이 자유선진당 당적을 가지고 충남지사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이 전 장관은 3일 자유선진당 충남도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선진당 입당 및 충남도지사 출마 뜻을 밝혔다.

지난달 중순부터 이 전 장관의 자유선진당 입당설이 거론되기는 했지만 그동안 뚜렷한 진보적 행보를 보여온 그의 이력을 감안하면 보수 성향의 자유선진당행은 의외라는 평가다.



이 전 장관은 1970~1980년대 재야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다 전두환 정권 시절이던 1980년대 초 '전민학련·전민노련 반국가단체 조작의혹사건(학림사건)'으로 사형을 구형받고 7년 4개월간 옥살이를 했다. 1989년 출소한 후에는 주간 <노동자신문>과 일간 <노동일보> 창간을 주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민주화운동 시절 맺은 인연을 바탕으로 2001년에는 청와대 복지노동수석에 발탁됐고 그 다음해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았다.

자유선진당 품에 안긴 'DJ맨'

▲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 ⓒ 권우성


이 전 장관의 진보 성향과 'DJ맨'이라는 이력 때문에 자유선진당 내에서도 그의 입당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았다. 자유선진당 내에서까지 정체성 논란이 벌어질 정도로 이 전 장관의 자유선진당행은 '변심'으로 비칠 여지가 많다.

특히 한나라당 입당하려다 당내 반발 때문에 좌절된 경험이 있고, 이후 장관직에서 물러난 후 2004년에는 민주당 당적으로 구로을에 출마하기도 했었다.  당시 이 전 장관은 열린우리당 입당 제의도 받았으나 "DJ정부에서 장관을 한 사람이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이 전 장관은 "정치와 행정은 다르다"며 "도지사는 도정을 책임지는 자리라서 총선 출마와는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어 "DJ정부 장관 출신이라는 점이 가장 고민이 됐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래서 주위의 조언을 많이 구했는데 진보 쪽 사람들도 도정은 정치와 거리가 있는 도민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것이니 잘해보라고 격려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자유선진당은 따뜻한 보수주의를 지향하고 있어 정책에 있어 부딪힐 부분은 없다"며 "그동안 내가 추진해 왔던 무상급식, 노인 틀니 사업 등이 이미 당론으로 정해져 있는 당"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의 영입에 공을 들인 이는 류근찬 자유선진당 원내대표다. 충남 보령 출신의 이 전 장관과 동향인데다 고교 선배이기도 한 류 원내대표는 올 초 이 전 장관에게 자유선진당 입당과 충남지사 출마를 제안했고 이후 이회창 총재와 면담을 거쳐 영입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충남도를 노인 틀니, 급식, 보육 등 복지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10만 일자리 창출 등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충남지사 선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왼팔'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과 'DJ맨' 이태복 전 장관이 맞붙는 구도가 형성됐다. 물론 자유선진당 내 일부 의원들의 출마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당내에서 현직 의원들의 지방선거 출마를 만류하는 분위기라 경선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하지만 변수는 세종시 수정에 반발해 지사직 사퇴와 함께 불출마 선언한 이완구 전 충남지사의 출마 여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 전 지사가 마음을 바꾼다면 선거 판세가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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