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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에도 '4대강 사업 반대 생명평화 100배' 하는 스님

[인터뷰]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자흥... "환경영향평가 재실시해야"

등록|2010.03.04 10:55 수정|2010.03.04 10:55
요즘 매일 저녁 창원 소재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 '생명평화 100배'를 올리는 스님이 있다.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 집행위원장(공동)인 창원 금강사 주지 자흥 스님이다.

저녁 8시부터 30분 가량 절을 하고 있다. 몇몇 시민들은 스님이 손을 두드려 내는 죽비소리에 맞춰 두 손을 모으고 일어섰다가 앉은 뒤 무릎 꿇기를 반복한다.

▲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 집행위원장인 자흥 스님은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 요즘 매일 저녁 100배를 올리며 4대강사업 중단과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 윤성효



자흥 스님의 '생명평화 100배'는 지난달 24일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 시작되었다. 그 전날 4대강사업저지·낙동강지키기경남본부는 '4대강사업 중단'과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요구하며 이곳에서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철야농성은 노상에서 진행되고 있다. 천막을 설치하려고 했지만 환경청 직원들이 강제 철거해 버렸기 때문이다.

자흥 스님은 지난달 19일에도 이곳에서 4대강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1인시위를 벌였다.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는 지난해 11월 7일 밀양 곡강정에서 '낙동강 지키기 현장 합동 기도회'를 여는 등 4대강사업 저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자흥 스님은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의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아 여러가지 일을 해오고 있다. 스님은 천주교 단체가 지난달 22일 함안보 공사 현장에서 미사를 올릴 때도 종교가 다르지만 참석했다.

4대강사업 반대 활동을 벌이다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창녕에서 열리는 정부 측의 설명회를 살펴보기 위해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회원들과 함께 창원에서 가다가 사고가 난 것이다.

차량은 폐차할 정도였지만, 사람들은 크게 다치지 않았다. 자흥 스님은 앞좌석에 앉았는데, 겉으로는 다치지 않았지만 허리가 뻐근해 이틀 동안 쉬기도 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 앞 철야농성과 100배는 '물의 날'(3월 22일)까지 계속된다.

3일 저녁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 자흥 스님을 만났다. 스님은 "4대강사업 공사는 중단되어야 하고, 환경청은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스님은 "강이 파괴되면 결국 사람의 삶까지 영향을 끼치는데 법당에서 염불만 외울 수는 없어 현장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 4대강사업저지 및 낙동강지키기 경남본부는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등을 촉구하며 철야농성과 '생명평화 100배'를 하고 있다. ⓒ 윤성효



▲ 자흥 스님이 시민들과 함께 3일 저녁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 '생명평화 100배'를 올리고 있다. ⓒ 윤성효



다음은 자흥 스님과 나눈 대화다.

- 얼마 전 교통사고가 났다고 하던데 괜찮으신지.
"사고가 크게 났다. 차량이 오래되어 그런지 폐차해야 할 정도다. 어디에 상처가 나지는 않았는데, 허리와 목이 뻐근하다. 그렇다고 병원에 입원할 처지가 아니어서, 좀 불편하지만 100배 절하러 나왔다."

- '생명평화 100배'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은.
"공사 중지와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다. 함안보 오니퇴적토에서 온갖 중금속이 나왔다. 어떤 중금속은 기준치를 넘기도 했다. 준설로 인해 낙동강 수질이 나빠질 게 뻔하다. 낙동강 주변 1000만 주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수질 악화로 인해 환경만 파괴되는 게 아니라 사람한테 병까지 유발할 것이다. 정부는 이렇게 중요한 일인데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퇴적토에 대해서는 지표조사조차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

- 오니토에 대해 정부는 그래도 괜찮다고 하는데.
"함안보 등에 대한 퇴적토의 성분분석 결과가 나와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토양 기준을 적용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해양대기관리청) 기준에 의하면 초과다. 일부 한국 사람들이 미국을 무조건 추종하는데, 미국에서라면 분명히 문제가 된다. 미국에선 문제가 되는 오니토인데 왜 우리는 괜찮다고 하느냐. 물은 깨끗하면 깨끗할수록 더 좋은 거 아니냐."

- 정부는 오탁방지막 등을 통해 수질 오염 대책을 세우고 있다는데.
"물은 자연 그대로가 좋다. 어떤 약품을 사용해서 물이 깨끗해진다고 하더라도 자연 정화된 물보다 좋지는 않다. 오탁방지막은 형식적이다. 부유물질 정도 걸러내는 거 아니냐. 우리 조상들은 자연적으로 정화된 물을 마셔 왔다."

▲ 4대강사업저지 및 낙동강지키기 경남본부는 3일로 9일째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 철야농성을 벌였다. ⓒ 윤성효



- 정부는 홍수 예방이며 물 확보, 농지리모델링 등을 위해서도 4대강사업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자연은 그대로 두어야 한다. 자연에 인위적으로 손을 대면 그것은 반대로 그만큼 파괴된다. 홍수 예방이라고 하지만 지금까지 우기 때 홍수는 본류에서 나지 않았다. 농지리모델링을 위해 준설한다고 하는데, 이치에 맞지 않다. 준설하는 흙은 깨끗하지도 않다. 강 바닥을 2~3m만 파 들어가보면 진흙이 나온다. 농사짓는 흙으로 쓸 수 없다. 농지리모델링은 위험한 발상이다. 4대강사업의 근거 중 어느 것 하나도 타당한 게 없다."

- 성직자가 왜 사회에 나와서 이렇게 하느냐고 한다면?
"불교가 이 땅에 온 지도 2500년이 훨씬 넘었다. 어떤 때는 산중불교로서 그 역할을 해왔다. 불교교리 속에는 '생명존중'과 '국토청정'도 들어 있다. 4대강사업은 불교교리의 기본과 관련이 있다. 4대강사업으로 인해 인간의 삶이 황폐해질 것이다. 이런 때 종교인도 무엇인가를 위해 나서야 한다. 법당에서 예불만 하는 것보다 밖에서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불교의 근본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다."

- 천주교 등 다른 종교인들도 적극 나서는 것 같던데.
"마찬가지다. 종교는 이 땅에 사는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종교인이 나서서 4대강사업을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바로 생명문제이기 때문이다. 종교계가 뭉쳐서 4대강사업을 막아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가 낙동강국민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종교가 시민단체와 힘을 합쳐 물을 지켜야 한다."

- 정부에서 하는 4대강사업 관련 설명회에도 참석해 이야기를 들어본 것으로 아는데.
"국토해양부와 한국수자원공사, 농어촌공사 관계자가 나와서 하는 설명회에 참석해서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했다. 나라에서 하는 일이니까 반대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누구보다 공무원들은 이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더 잘 알 것이다. 설명회에 나와서 설명하는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한마디로 요약된다. 책임질 수 없는 말만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판단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마스터플랜에 나와 있는 정도의 말만 한다."

▲ 자흥 스님이 4대강사업저지 및 낙동강지키기 경남본부가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 열고 있는 '생명평화 100배'에서 죽비 소리를 내고 있다. ⓒ 윤성효



- 설명회 때 농민이나 주민들의 반응을 보면?

"설명회에 나온 정부측 관계자들은 주민들에게 정확한 자료를 제공하면서 설득하고 이해를 시키려는 게 아니다. 그냥 정부의 정책을 홍보만 하려고 한다. 침수 등에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닌데, 그런 우려를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키워나가는 상황이다. 농민과 정부의 입장이 극과 극을 달리는 상황이 되고 있어 안타깝다. 지금이라도 조사를 다시 해야 하고, 불안한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주어야 한다."

- 100배의 의미는?
"참회의 기도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사업으로 생명을 죽이는 것에 대한 참회이며, 그동안 시민 개인들도 생명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참회를 하는 것이다. 앞으로 생명과 평화를 잘 지키자는 다짐과 기도를 매일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철야농성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하는 의미다."

▲ 4대강사업저지 및 낙동강지키기 경남본부는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등을 촉구하며 철야농성과 '생명평화 100배'를 하고 있다. ⓒ 윤성효


▲ 4대강사업저지 및 낙동강지키기 경남본부는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등을 촉구하며 철야농성과 '생명평화 100배'를 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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