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신해철 경솔했다... 남자들은 성경험이 훈장인가?

"내 알몸 본 여성 100명 이상" 발언, 씁쓸하고 한심해

등록|2010.03.04 12:10 수정|2010.03.04 13:56

▲ 케이블 방송에 출연해 "내 알몸을 본 여성은 100명 이상"이라는 폭탄발언을 한 가수 신해철 ⓒ 뉴시스

3일, 가수 신해철이 한 케이블 방송에 출연해 "내 알몸을 본 여성은 100명 이상"이라고 밝혔다는 기사를 접하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해당 방송은 6일에 방영된다고 한다).

100명이라는 숫자 자체도 놀라웠지만, 유부남의 신분인 그가 아내의 심경을 고려하지 않고 폭탄발언을 했다는 것이 더 놀라웠다.

그는 "한때의 라이프스타일이었을 뿐, 선악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부연설명 했지만, 그의 발언으로 혹여나 상처 입었을 아내와 가족들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이는 선악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신해철씨에게 악감정은 없지만, 위 발언만을 놓고 본다면 그는 완전히 경솔했다.

성경험, 남자에게는 경력이고 훈장인가?

신해철씨뿐 아니라 많은 대한민국 남성들이 성경험을 경력이고 훈장이라 생각하는 문화 속에서 사회생활을 한다. 여자가 과거 성경험 운운하면 곧바로 '전과자' 낙인이 찍혀 소위 걸레 취급을 당하겠지만 남자들의 경우 이와 사뭇 다른 대우를 받는다. 손잡기, 키스를 거쳐 여자와의 성관계에 '도달'한 남성들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정복자'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안 돼요 안 돼요, 돼요!"라 외치는 여자들이 등장하는 야동을 보고 성 지식(?)을 학습한 남성들이 이러한 사고방식을 가지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른다. 적절한 성교육의 부재와 주로 술자리 음담패설 속에서 섹스를 이야기하는 문화가 이러한 남성들을 다량 생산해낸 것이다. 참으로 씁쓸하고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귀띔을 하자면, 잠자리한 여자 수를 도마 위에 올리며 자랑스러워하는 남자를 좋아할 만한 여자는 없다. 뇌에 이상이 생기지 않고서야, 그러한 남자에게 진심으로 "대단하시군요" 하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줄 여자는 없다는 말이다. 일반적인 여자들은 그러한 남자들을 할 말 못할 말 구분 못 하는 하찮은 인간이라 여길 뿐이다.

▲ 영화 <나를 책임져, 알피> 중 한 장면. 영화 속 알피(주드 로)는 자유분방한 생활을 즐기다 결국 스스로 상처입고 만다. ⓒ 파라마운트 픽쳐스



'루저'의 의미를 재정의하자

작년 말, 모 대학생이 TV 프로그램에 나와 "키 180cm가 안 되는 남자는 루저"라는 망발을 해 누리꾼들의 질타를 받은 적이 있다. 그 발언 이후 '루저'라는 단어는 유행어처럼 퍼져 나갔고 여전히 남자들은 루저라는 단어에 민감해하며 (180이 안 될 경우) 분노한다. 키가 좀 작은 게 뭐 그리 대수라고 루저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가.

이제 '루저'의 의미를 재정의할 때가 온 것 같다. 루저는 키 180cm안 되는 남자를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다. 루저란, 창피한 줄 모르고 자신의 성경험을 떠벌이는 남자들을 위한 단어다. 루저란, 한 여자의 마음도 제대로 갖지 못했으면서 여러 여자를 '정복'했노라 으스대는 남자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난 2월 16일 자 <여성신문>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낙태율이 최고 수준이며 가임기 여성 3명 중 1명이 낙태수술 유경험자라고 한다. 섹스의 유희만을 즐기며 관계한 여자의 수를 세는 루저들이여, 반성해야 한다. '미혼모'는 많아도 '미혼부'는 극소수인 현실 역시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모든 루저들이 진정으로 몸과 마음을 다해 사랑을 할 줄 아는 '위너'가 되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